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꼼수’ 속에서 살아가기

기사승인 2012.01.20  17:54:57

공유
default_news_ad1

- 장기자 세상읽기 11/ ‘나는 꼼수다’


‘꼼수’ 세상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온통 꼼수이다.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속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교회를 들춰보아도 마찬가지다. 아! 꼼수.

   
▲ '나는 꼼수다' 팟캐스팅 화면(스마트폰)

‘나는 꼼수다’(나꼼수)라는 인터넷 라디오가 지난 해에 이어 금년에도 계속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팟캐스트(사설 인터넷 방송) 청취율(내려받기) 1위, 전 세계 정치 분야 팟캐스트 청취율 역시 1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일반 유권자 가운데 600만명 가량이 ‘나꼼수’를 한 번 이상 들어봤다. 또한 서울시 유권자 가운데 인터넷을 사용하는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꼼수를 청취한 적이 있는 사람은 38.8%로 나타났다. 서울시민 10명 중 3명 이상이 이 방송을 들었다는 말이다. 가히 나꼼수 열풍이다.

최근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를 흉내 낸 오프라인 콘서트 역시 인기다. 티켓 가격이 3만원-5만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전석 매진됐다. 요즘 아이돌 콘서트의 인기 못지않다. 지난 해 10월 29일 블루스퀘어에서의 첫 콘서트는 예매 20분 만에 매진됐다. 일산(11월 12일), 원주(11월 13일), 광주광역시(12월 4일)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 인기는 미국에까지 미쳤다. 12월 나꼼수 미국 콘서트에서도 동일한 인기를 보였다.

나꼼수는 4명이 진행한다. 딴지일보 대표 김어준(44), 전 국회의원 정봉주, 라디오 PD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 ‘시사인(IN)’ 기자 주진우 등이다. 이들은 현 정부(특히 대통령)의 꼼수를 목숨 걸고(?) 파헤치려고 한다. 마치 사명이라도 받은 듯하다. 최근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발언’으로 구속되기까지 했지만, 그들은 더욱 저돌적이다.

   
▲ <주간조선>(2181호)

최근 시사주간지 <주간조선>(2181호)은 “김어준에 낚이다”는 주제로 나꼼수 현상에 대해 특집 기사를 실었다. 나꼼수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정치 마당, 나꼼수를 즐기는 20-30대 청년들의 모습들을 잘 그렸다. 그들에게는 정치 문제가 더 이상 딱딱하거나 지루한 이야기가 아닌 공감하고 공유하는 즐거운 놀잇감일 뿐이다. 정치를 대하는 세대가 달라진 것이다.

정치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계도 마찬가지다. 각종 세금을 줄이거나 안 내려는 꼼수, 사회를 위해 기부한다고 거금을 출현했지만 결국 제 식구 먹거리 하나 만들어 놓는 꼼수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즘 연말정산을 처리할 때다. 얼마 전, 필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이 들어왔다. 소위 100원을 헌금 할테니 500원짜리 연말정산 서류를 떼어달라는 것이다. 교회에 헌금이 들어와 이익이고, 상대로 100원 헌금으로 그 이상 액수의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어서 이익인 셈이다. 서로에게 유익이니 이보다 더 좋은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꼼수다. 연말정산 부탁을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

교회 안으로 들어온 꼼수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최근 모 교회가 둘로 갈라졌다. 이야기는 이렇다. A 목사는 그 교회에 20년 이상 목회했다. 원로목사 추대를 앞두고 있다. 영광의 교회 일이다. 후임자로 A 목사는 자신의 아들을 추천했다. 세습이다. 그러나 교인들이 흔쾌히 동의했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인품 등 여러 면에서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아들이 몇 년 전부터 소속 교단 신학교 입학에 계속 낙방했다. 할 수 없이 다른 교단 신학교에 입학을 했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세습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때 A 목사가 꼼수를 부렸다. 교회를 아들 신학교 소속 교단으로 옮기려고 한 것이다. 일을 은밀히 추진했다. 그러나 교인들에게 들켰다.

한 교회 안에서도 꼼수는 널려있다. 봉사를 한다면서 굳이 주차 관리만을 고집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봉사를 가장해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꼼수다. 헌물을 한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가져오는 이들도 있다. 자신은 먹기 싫은 것으로 인심 쓰려했다. 이는 꼼수 그 이상의 ‘악’이다. 선교 헌금한다며 십일조를 줄이는 행위도 같은 수준이다.

꼼수는 성경 안에서도 발견된다. 다윗이 왕으로 있을 때다. 신하(우리야)의 아내를 우연치 않게 보았다. 그녀를 취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작전을 짰다. 해서는 안 될 일을 실행했다. 충신이었던 그 신하를 가장 험한 전쟁터로 자리 이동시켰다. 그 신하를 전쟁터에서 전사하게 만든 후 적법(?)하게 그 여인을 취하고자 한 것이다. 유치하고 사악한 꼼수다. 사무엘하 11장의 이야기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도 있다. 초대교회가 공동체를 위해 각자의 재정을 한 곳으로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자신들의 재산 일부를 감추었다. 그리고 서로 모른다고 하자며 입까지 맞추었다. 역시 꼼수다. “주의 영을 시험하려 하느냐”며 교훈한다. 사도행전 5장의 이야기다.

교회 안팎으로 온통 꼼수다. 꼼수 세상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더욱 더 놀라운 꼼수를 부리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까?

1세기 기독교인들이 핍박당할 때다. 그들은 ‘모이기에 힘쓰는’ 기독교 정신에 소홀하지 않았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신앙으로 그들은 계속 모여 예배드렸다. 핍박을 핑계 삼아 게을리 행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지혜가 필요했다.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를 알아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으로 땅에 물고기 모양의 그림을 그렸다. 한 사람이 반쪽을 그리면 다른 사람이 나머지 반쪽을 그리는 것으로 믿음의 식구를 확인했다.

물고기를 그리스어(헬라어)로 ‘익투스’(소문자: ἰχθύς, 대문자 ΙΧΘΥΣ)라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글자를 풀어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Ιησους Χριστος Θεου Υιος Σωτηρ)로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주장하는 삶도 꼼수 세상 속에서의 우리네 길이다. 예수님께서 사탄의 시험을 받을 때다. 40일 금식 후 매우 주리신 상태다. 사탄은 이 때 음식 이야기로 예수님을 유혹했다.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고 했다. 자신의 말대로 하면 배부를 수 있다고 한다. 예수님은 정면으로 사탄에게 대응했다. 그 방법은 ‘기록되었으되’였다(마4:4 등). 하나님의 말씀으로 모든 유혹을 물리치신 것이다.

십자가에 달리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유혹은 있었다. 사탄의 계략은 집요했다.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님을 향해 제사장, 서기관, 장로들이 희롱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마 27:42)

정말 믿음을 갖고 싶어서 한 말일까? 결코 아니다. 조롱하는 말이다. 예수님은 마지막까지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올곧게 소명을 모두 감당하셨다. 그것은 죽음이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실 수 있다. 십자가에서 당장 내려와 반대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 죽은 자를 살리신 이가 그러한 일을 못하시겠는가?

세상이 꼼수로 덮여질수록 더욱 올곧은 신앙이 필요할 때다. 교회 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직장과 가정에서도 동일하게 말이다.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교회와신앙> 후원 회원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행 607301-01-412365 (예금주 교회와신앙)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