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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묵상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기쁨과 희망

기사승인 2019.04.18  14: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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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와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샘솟는기쁨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듯 새로운 세계로의 변화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흔히들 부모에게 가장 불효는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상여 장례문화가 있던 시절에는 자녀가 출가한 뒤에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꽃상여가 아닌 치장을 하지 않은 백상여 장례를 치루었다. 출가하지 않고 죽는 경우에는 대부분 장례절차를 하지 않고 저녁에 부모가 알지 못하는 곳에 묻기도 했다.

   
 

그만큼 부모보다 먼저 자녀가 앞서 죽는 일은 상실의 아픔이 컸기 때문이다. 자녀가 오랜 병고 끝에, 또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작스런 사고로, 심지어 타살이나 원인 모를 실종, 자살로 인해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자녀를 잃는다는 것은 상실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세월호가 보여주는 아픔은 부모에게 상실이 얼마다 큰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어린이와 죽음>(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오혜련 역. 샘솟는기쁨)은 자녀를 잃은 부모의 상실을 다룬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여러 편지는 상실과 고통만이 아니라 자식의 죽음 이후에 알게 된 사랑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저자 퀴블러 로스는 죽음의 과정이 올바른 사랑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면 두렵거나 비참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깊은 사랑의 교환이 이루어지며, 이는 영적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기독교에서는 세 가지 죽음을 이야기 한다. 첫 번째 죽음은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이다 두 번째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다. 세 번째 죽음은 영벌에 처하는 죽음이다. 이 책에서는 현실의 육체적 죽음을 중심으로 영원을 바라보는 죽음을 다룬다. 보통은 죽음은 절망과 끝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린이와 죽음>은 죽음을 좀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이끈다.

삶이 우리 각자에게 수만 가지 가능성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죽음은 생의 완성이자 졸업이며, 또 다른 출발을 하기 전의 작별 인사이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의 종결이다. 죽음은 위대한 변화이다.”(11쪽 중에서)

저자가 죽음을 이야기 할 때, 죽음 이후에 더 이상 다른 세계가 없다는 전제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위한 관문으로 본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죽음과 마주치는 고통과 상실, 하지만 죽음은 벽이 아니라 문이며,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듯 새로운 세계로의 큰 변화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녀의 죽음의 과정이나 죽음을 직면한 부모와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숨이 멎을 듯한 아픔이 성숙과 감사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저자는 이를 “깊은 계곡에 폭풍우가 몰아치지 못하게 하였다면, 그 아름다운 절경은 볼 수 없었으리라”는 말로 대신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모른다고 단정 짓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죽음에 대해 어린이의 시선은 어른과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어린이의 죽음’에 대한 연구와 저술은 그만큼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1983년 미국에서 출판된 퀴블러 로스의 초기 저술로서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주최한 ‘죽음과 슬픔 세미나’와 관련되어 있다. 십여 년간 갖가지 상황에서 일어난 어린이 죽음에 대한 연구 결과이며, 또 자녀를 잃은 부모의 편지들을 통해 저자가 얼마나 죽음과 사별 연구를 위해 애썼는지 알 수 있다. 죽음을 연구하는 분, 자녀를 잃은 부모는 물론 주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종교학자인 정진홍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과 마주치는 것은 숨이 멎는 듯한 아픔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그 일에 대하여 쓴 이 책은 그래서 읽기가 쉽지 않다. 가슴이 먹먹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어야 한다. 그런 일 속에서도 우리 모두 사랑을 이어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죽음은 상실과 고통을 동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고통과 상실보다 감동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이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인도하게 때문이다. 어린이의 죽음만이 아닌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실제적인 충고를 해주고 있다.

저자 퀴블로 로스는 임종 간호 중에서도 어린 임종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이 책은 그의 연구 성과가 집약된 책이다. 한국사회에서 죽음학에 대해 백안시하고 또 생경스러워한다. 더구나 어린이의 죽음 문제에 대해서는 더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틀과 무관심을 단번에 날릴 수 있다.

암환자인 그녀는 가족과의 공유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이 여인의 솔직함과 용기, 이해심은 암과의 투쟁에서 이기게 했고, 네 자녀를 키우면서 한 자녀가 자살기도를 하는 등 복잡한 사정 속에서 가족을 잘 유지해 나갔다. 대부분 사람들은 삶의 폭풍우를 잘 헤쳐 나오면 행복감과 자부심을 갖는데 이 가족의 경우도 그러하였다.”(115쪽 중에서)

<어린이와 죽음>은 투병 가운데서 경험하는 마음의 치유, 그리고 죽음을 겪으면서 얻는 다양한 삶의 지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죽음을 맞이하는 어린아이들이 부모와의 대화와 작별 가운데서도 가족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은 슬픔보다 더 진한 사랑을 맛보게 한다. 더구나 이 세상을 떠날 때에 하늘나라에서 가족을 만날 희망을 갖게 하는 귀한 책이다.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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