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판결’ 비난·대결 넘어 대책마련 세울 때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대표 이문식, 이하 한복연)은 지난 4월 11일 낙태죄 판결에 대해 “이제는 찬반의 끝없는 공방보다 태아의 생명을 더 존중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의 마련,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겪는 여성의 일방적 피해를 줄이고, 건강과 인권을 증진시킬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은 낙태찬반을 넘어 현실 문제해결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복연은 4월 22일 ‘낙태죄 헌법불일치 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태아의 생명존중과 여성의 건강, 인권은 우열을 가리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원론적인 책임공방이나 비난, 힘겨루기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대안과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낙태죄 찬반 진영만 아니라 정부, 정치권과 나아가 한국교회를 포함한 종교계가 이를 함께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종교계를 비롯한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번 결정이 엄연한 태아의 생명을 경시하고, 지나친 성 자유화로 인한 뜻밖의 임신과 생명 중단 행위가 더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더구나 22주까지 낙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은 태아발달 과정을 봐도 태아에게나 여성건강 면에서도 합당치 않기에 입법과정을 통해 재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복연은 헌재 판결이 “태아와 여성 사이의 힘겨루기처럼 보이는 시선으로 비추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태아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임신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수고와 애정을 쏟아 온 것 역시 여성임을 또한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임신, 출산은 국가정책에 따라 임의로 선별, 통제되어 왔고,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 남성의 역할은 도외시되고 여성에게 모든 책임과 처벌까지 전가해 왔음도 분명하며 이로 인해 세심한 안내나 도움 없이 개인적, 음성적으로 진행되어 온 수술로 여성들의 생명과 건강도 위협받아왔다”며 무조건적인 여성의 책임 전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복연은 “이번 결정이 낙태(생명중지)의 증가나 더 무책임한 성 풍조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와 함께 낙태는 단지 태아의 생명 뿐 아니라, 임신 여성에게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를 남기게 됨을 우려한다. 그러나 원론적인 찬반 논쟁과 비난보다 이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모색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남성의 책임을 의무화, 제도화하고, 나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하려는 이들에 대한 출산 상담, 의료적 지원, 출산 후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는 결혼, 출산을 원론적으로 장려하는 것을 넘어 결혼(생활), 임신, 출산, 인생여정 전반에 걸친 실제적인 멘토가 되어야 하며, 마음껏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 마련하는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