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가톨릭, 하느님 남성 호칭을 중성 용어로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6월의 성소수자(LGBT) 프라이드 행사에 불참할 것을 신도들에게 권유한 가톨릭 주교가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토머스 토빈 주교는 6월중에 열리는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사가 "가톨릭 신앙과 도덕에 배치되는 활동을 격려하는 문화를 증진한다"며 "천주교인들은 지지하거나 참여해선 안 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자신의 대교구 트위터에 올렸다.
토빈 주교는 또 이 이벤트에서 동성애자/트랜스젠더들의 거의 벗은 듯한 옷차림이 "특히나 아이들에겐 해롭다"고 규정했다. 이 메시지를 올린지 하루만에 약 10만 건에 달하는 엄청난 부정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는 "이건 전적인 무지와 편견이다"며 "이런 혐오쟁이 위선자는 무시해버려라"고 썼다.
▲ 성소수자들의 시위 광경 (출처: CH) |
또 다른 비판자는 "사실 아이들에게 해로운 것으로 판명된 것은 천주교다"고 주장했다. 친동성애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도 여기 가세, "가톨릭 성직자는 아이들에게 LGBT보다 훨씬 더 위험한 대상이다"며 "그 점을 잊지 마라"고 맞장구쳤다.
주교의 이 트위트에 대한 대응으로 친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지난 일요일 미사 도중 로드아일랜드의 주도인 프로비던스의 성 베드로-바울 대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토빈의 동료성직자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는 "토빈 주교님의 경고말씀이 고맙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빛의 메신저가 되자"고 격려.
스트릭랜드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혼이라는 보다 깊은 합일을 통해 자녀출산을 위한 성적 친밀을 주셨다"며 "이 진리를 말하는 것은 성혐오가 아니라 단순한 실상이다"고 강조했다.
토빈 주교는 정작 소란이 커지자 성명을 통해 "게이피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게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며 "천주교는 게이 커뮤니티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동성애에 매료되는 개인들도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와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다"고 주장.
이처럼 가톨릭이라고 해서 다 보수적인 것은 아니다. 호주 브리스베인의 가톨릭 학교들은 앞으로 학생들에게 기도 때 하느님의 호칭인 '주님(Lord)', '아버지(Father)', '아들(Son)' 등의 명사들을 쓰지 않는 대신, 중성대명사를 쓰도록 가르치기로 했다.
홀 핼로즈, 스튜어트홈, 로레토 칼리지 등 이 가톨릭 학교들은 "기독교 성경의 페미니스트적 해석을 지향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해당 학군의 대변인은 "하느님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므로 기도에서도 중성용어를 쓰느라 노력해왔다"며 "그럼으로써 공동체가 하느님은 그들을 위한 분이라는 사실, 창조물을 통하여, 또한 우리와의 관계와 예수님의 인격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셨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레토 칼리지도 '주님'은 '남성용어'라는 전제 아래, 기도에서 '주님'을 빼 버리기로 했다. 또한 스튜어트홈 스쿨의 학부모들은 향후 자녀들에게 남성을 암시하는 '(하나님)그분 자신(himself)' 대신 'Godself'라는 신조 호칭을 가르치는 데만 연 4만달러씩을 내기로 했다.
가톨릭 남자학교인 세인트조셉(성요셉) 대학도 '형제들(brothers)'이라는 용어를 '자매형제들(sisters and brothers)'로, 형제됨(brotherhood)을 '국제 공동체'로 각각 바꿨다. 로레토 칼리지의 킴 위컴 교장은 "본교가 사용하는 기도문은 하느님에게 특정 성별을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본교는 포괄적 용어를 쓰기로 다짐했지만 때로는 성 구분 용어가 적절한 때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호주 가톨릭 교육 지도자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대체로 만족감을 표했다. 호주가톨릭주교회(ACBC)는 "학교에서 알맞은 경우에 중성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가톨릭여성참여사무국(COPW)도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하나님의 남성용어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았다는 사실"이 "벅차고 전율스럽다"고 표명.
그러나 퀸즈랜드가톨릭교육위원회(QCEC)는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김정언 기자 skm01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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