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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행가래] 안데르센 공원에 일어난 일

기사승인 2019.06.10  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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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 안치식이 있던 날

진혼곡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안데르센 공원묘원, 아버지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멋지고 아름다운 재민아” 하지만 끝내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속울음을 삼키는 동안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행복하게 뛰어놀고 있고 엄마가 재민이 담은 눈물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갈게. 그때 만나자. 사랑해.” 카메라를 들고 있던 송수석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 옆에 서 있던 아내도 눈물을 훔쳤다. 아버지의 못다 한 말이 이어졌다.

“멋지고 아름다운 재민아! 아빠 엄마도 멋지고 아름답게 살다가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사랑한다. 하늘나라에서 엄마 아빠 지켜 봐주렴.”

읽혀진 조시(弔詩)가 슬픔을 더했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이 아픔 누가 알까
차라리 내가 죽어 하늘요정이 지구별 산다면
기꺼이 그럴 텐데
비단결 머리카락 하나 둘 사라지고
어미 가슴에 화석 돼버린 안개 요정 천사 내 아이야
안데르센 공원에서라도
마음껏 뛰놀다 가려무나
아니
천년만년 아이로
안데르센 놀이터에서
해맑게 놀자꾸나 

하늘나라는 너희들 것이다 

새 봄이 온단다
노란 개나리로 피어라
노란 민들레꽃으로
아지랑이 휘날려라 

어지러운
황홀한 봄볕에 까르르
까르르 신나게 웃어보자

새파란 하늘 보며
하얀 양떼구름 좇아
까르르 까르르

부활하자
그러자 내 소중한 아해야

-小海 정호봉-

이어진 추모의 종, 이번엔 엄마가 더 많이 울고 있었다. 스물 한 번의 종소리는 구름을 타고 멀리 멀리 번져갔다. 그 소리가 하늘에도 닿을 듯.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이 세상 이 보다 더 역설적인 고백이 있을까? 다시 들러본 화초장지, 재민이를 닮은 춘절국화가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었다.

#. 안치식이 있고 난 며칠 후 

안녕 재민형!
나는 청란교회 다니는 요셉이야.
형 이야기 듣고 내가 친구가 되려고 왔어.
나도 이 동네 살고 있어.
내가 우리 교회 대장인데
내가 형한테 대장자리 양보할게.
내가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
외로워하지 말고
내가 고른 빨간 다알리아 꽃과
우리 엄마가 고른 안개꽃이 함께 할 거야.
안녕.
요셉이가.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재민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요셉(초 3)이가 쓴 엽서다. 난 이럴 때 내가 요셉이의 담임목사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안데르센 공원묘원이 자녀를 떠나보낸 가족들에게만이 아닌 모든 세상의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인생수업의 장이 되어준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나도 오늘 밤에는 재민이 꿈을 꾸어야겠다. 그리고 청란교회 어린이들이 재민이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낼 거라고 귀띔 해 줄 참이다.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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