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월한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지난 5월말 미국 버지니아비치 시청에서 벌어진 대형 총기살인 당시, 최소한 7명의 목숨을 구해낸 살신성인(殺身成仁: 자신을 죽여 남을 살림)의 신자가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목회자의 아들로 아버지처럼 목회자가 될 소명을 받아 첫 설교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모범적인 지도자인 칵스 목사의 아들 칵스는 시청에 근무하면서 목회수업을 닦으려 하던 중 남을 살리고 숨졌다. |
범인 드웨인 크래닥(40)이 2대의 45구경 핸드건을 마구 쏴댄 이 무차별 총격사건으로 무고한 생명 12명이 죽어갔다. 크래닥 역시 시직원이었다. 숨진 12명 중 한 명은 라이언 '키잇' 칵스 씨. 일곱 명의 여성 동료 직원들을 살리고 자신은 총탄에 숨져간 장본인이다. 그가 없었다면 훨씬 인명이 희생됐을 터였다.
칵스는 평소 늘 부드럽게 말하곤 하던 사람이지만, 뉴호프침례교회에서는 파워풀한 음성의 성가대원이었다. '골든 보이스'로 불렸다. 그런데 그 교회의 담임목사인 E. 레이 칵스 박사가 바로 그의 아버지다. 부모는 아들의 죽음에 가슴이 찢어질 듯하지만, 그가 주님을 본받아 남을 위하여 의연히 희생한 데 대해 주님께 깊이 감사하고 있다.
고인의 형인 어빈 칵스 씨는 고백한다. "나의 사랑하는 동생이...오늘 범인에게 살해 당해 가슴 아프네요. 교회에서나 집에서나 늘 찬양곡을 멋지게 부르던 동생의 목소리를 이젠 들을 수 없게 됐어요. 동생을 사랑합니다. 남을 돌보던 그의 영혼이 그립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숨진 칵스는 시청 지원프로그램 재정서기로 지난 12년반 동안 일했다. 아버지가 사역하는 뉴호프 교회서는 워십 팀 사역자의 한 명. 전에 이 교회 음악목사였던 케닛 라빈슨 목사는 교회에 위로의 말을 보내왔다.
"나의 옛 성가대 대원이었고 친구의 하나였던 키잇 칵스-곧 담임목사님의 아들-이 어제 집단피살 사건에서 숨진 열두 희생자중 한 명이었음을 오늘 아침 발견했어요. 저는 그 교회에서 여러 해 음악목사로 섬겼더랬습니다. 키잇은 리드싱어의 한 명이었고요. 그의 청랑한 음성과 따스한 영혼이 이젠 아쉽게 됐네요. 온 교회와 목사님 가족에게 주님의 위로를 빕니다."
동료 공무원인 바비 스탁턴 씨는 말한다. "제 여동생은 칵스씨가 아니었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어요." 크리스티 디워 씨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녀는 근무 중이었다가 자신의 사무실 앞을 달려가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 "살해범이 나타났어요!"
디워 역시 곧바로 사무실 밖으로 도망쳐나갔다. 디워와 7명의 여성들은 달려다가 칵스를 만났는데 그는 '로리의 사무실'로 그들을 숨게 하고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라고 지시했다. 칵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했기에 여성들은 다들 안도감을 느꼈다. 디워는 칵스도 함께 숨자고 했으나 그는 사양하고 말했다. "또 다른 분을 체크해 봐야겠어요."
여직원들이 그의 지시를 따라 무거운 캐비닛으로 문앞을 막고, 모두 숨어있는 동안 범인 크래닥이 다가와 4발을 더 갈겨댔고, 그 두 발째 총탄에 맞아 칵스가 죽었다.
디워는 말한다. "그 분은 처음부터 아예 남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어요." 칵스는 흑인이었고, 그가 살려낸 여직원들 대다수는 백인이었다. 그가 하려던 첫 설교를 실생활에서 목숨으로 실천한 셈이다.
한편 고인의 아버지 칵스 1세 목사는 뉴호프교회의 설립자 겸 현 목회자로 50여년간 한결같이 섬겨왔기에 후계자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소명을 받은 듯 보이는 둘째 아들이 적합하다는 생각이었다. 섬김 마인드의 리더십을 발휘해온 칵스 목사는 처음에 35명의 신실한 교우들과 함께 시작, 현재는 500여명의 중대형 회중으로 키워왔다.
그는 비록 교육학과 신학, 목회학 등을 두루 공부한 학자이기도 했지만, 동네 슈퍼마켓, 레스토랑, 은행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을 증거해 온 지역사회의 영적 리더이다. 그는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을 적극 마련하는 등 비저너리의 삶을 살아왔다.
이젠 나이 많은 칵스 박사는 잠정 후계자인 아들을 잃어 더더욱 슬픈 심정으로, 오직 아들이 천국 간 사실을 감사하며 성령과 교우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김정언 기자 skm01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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