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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관리인이 되어보니

기사승인 2019.09.16  12: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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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올해도 추석 성묘는 여전했다. 어느 민족이 이렇게 죽음 앞에 경건할 수 있을까? 경이롭기만 했다. ‘죽음을 사랑하는 민족’이라고나 해야 할까? 죽음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떠나간 이를 생각하며 유훈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져본다. 동반한 자녀들에게 돌아가신 이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기도 한다. 언제나 삶의 뿌리가 있다.

무덤도 멀리 있지 않았다. 동네 한가운데였다. 왜 그랬을까? 죽음과 삶을 한 묶음으로 보았던 삶의 철학이 배어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도시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다들 멀리 떠났다. 바빠지면서 삼년 탈상도 당일 탈상으로 바뀌었다. 슬퍼할 시간도 없고 슬픔이 죄가 되어졌다. 요즘 ‘공감결핍증후군’ 환자가 느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슬픔은 한 번 더 사랑하라는 두 번째 기회’인데 그 마지막 기회를 거세당했다. 그러니까 속이 곪는다.

이번에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한 지식인의 허무를 보았다. 차라리 무덤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자주 찾아보고 삶과 죽음을 성찰하다보면 그 치유의 기간이 더 빨랐을 텐데 하고 아쉬웠다. 더구나 시신을 치우는(?) 일에만 관심을 보여주고 남은 자들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 하나 없는 교회의 행태를 깊이 반성했다.

   
 

묘지를 찾는 일이 일 년 행사가 아닌, 그냥 형식적인 방문이 아닌 치유의 여정이 되고 삶과 죽음을 되 돌이켜 보는 인문학의 정수가 될 수는 없을까? 며칠 간 묘지지기가 되어보니 한 사람의 생애가 보였다. 누구 하나 찾아오는 이도 없는 쓸쓸한 와비가 있는가 하면 자녀들이 시마다 때마다 찾아와 화초를 심고 물을 주고 기도하고 떠나가는 것을 보았다. 종국에 나의 인생은 살아있을 때가 아니라 죽고 떠나간 다음에 증명된다는 것을 알았다. 자녀들이 그들의 이력서였던 셈이다.

(난, 근무시간 중에는 하이패밀리 대표요. 가정사역자다. 매우 우아하다. 근무시간이 끝나는 순간 나의 신분은 바뀐다. 관리인이 되고 사찰이 된다. 119구조대원이 되기도 한다. 명절에는 어김없이 묘지 관리인이 된다. 어떤 때는 방문객의 안내원이 되고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하는 성자’가 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멀티플레이어로 사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그리고 행복하다. 이번 추석에도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며 묘지 관리인의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얻은 수확 하나. 내 무덤가에 찾아올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꼽아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좋은 일을 내년 추석에는 자봉-자원봉사-으로 끌어내 보고 싶다.)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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