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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쥐와 얽힌 이야기

기사승인 2020.01.06  16: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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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2020년의 해가 솟았다. 또 다시 한 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새해를 계획한다.
2018년을 맞으면서 나는 <개보다는 나아야지>라는 글로 시작했고, 또 2019년은 좀 억지스럽지만 <돼지보다는 나아야지>라는 글로 시작했다. 그래서 올해도 ‘나아야지’ 시리즈를 써야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쓰기엔 좀 억지스런 감이 있다. 그것은 2020년은 쥐의 해이고 쥐에게서는 얻을 교훈이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쥐’ 그러면 한 마디로 첫 인상이 작은데도 귀엽기 보다는 혐오스럽다. 이런 느낌을 주는 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동서고금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쥐 때문에 명예와 부를 이루어 성공한 사람이 있으니 혹 그는 쥐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바로 디즈니랜드로 어린이들의 꿈이 되고 있는 윌트 디즈니가 그 사람이다. 미키마우스라는 쥐를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만화영화 덕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쥐는 농작물을 해치고, 나쁜 병원균을 퍼뜨리는 해로운 동물로 인식되어 있어 좋아하기보다는 징그럽고 더러운 동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해 <월트 디즈니>는 그걸 역으로 이용하여 성공한 경우이다.

   
 

내가 쥐 때문에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지금은 쥐를 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지만 이전엔 쥐가 너무 많아 쥐잡기 운동까지 벌렸었다. 학교에서는 쥐를 잡을 것을 권장하는 문구들을 써서 붙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쥐를 잡아 쥐꼬리를 가지고 오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쥐보다는 고양이가 더 많은지 쥐보다 고양이를 더 쉽게 볼 수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전에는 집밖에 있는 쓰레기통을 열기에 주저했다. 그것은 쓰레기통을 열면 쥐가 튀어 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쥐가 어떻게 아파트 2층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밖으로 연결되어 있는 쓰레기통을 타고 올라온 듯하다. 당시에는 쓰레기통이 층으로 쭉 연결되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천장 위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분명 쥐가 뛰어다는 소리였다. 소름이 끼치고 신경이 거슬렸다. 급기야 남편은 천장 한 쪽을 떼어 천장 속에 고양이 한 마리를 빌려다 넣었는데 쥐가 뛰는 소리는 물론 고양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양이가 천장 속에서 죽은 것만 같았다. 시간을 보내었으나 고양이의 인기척은 없었다. 손전등을 가지고 천장 속을 비추었더니 천장 저 끝에서 고양이가 쥐에게 쫓겼는지 쥐가 아닌 고양이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유인하여 고양이를 꺼냈다. 고양이의 깜짝 등장 때문인지, 그 후에 조치를 취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쥐는 다시 오지 않았다. 만약에 그 때 고양이가 천장 속에서 죽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처럼 쥐는 사람에게 별로 이로운 동물이 아니다. 아니, 해로운 동물이다. 물론 비록 실험용 쥐처럼 인간에 공헌하는 바가 있으나 쥐는 생김새가 얄밉고, 성질이 급하고 행동이 경망한데다 좀스럽다.

그렇듯 인간에게 해를 주는 동물이지만 아무리 보잘것없는 미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는 법이라 쥐에게서 얻을 교훈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있었다.

쥐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존재하는 동물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 의식 속에 쥐를 영물로 여기기도 했다. 그 이유는 쥐는 한 번 알아둔 통로는 반년 동안 기억한다고 한다. 또한 좌우를 구별할 줄 알고, 사람의 말을 열 마디쯤 알아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쥐약을 먹고 혼이 난 쥐는 3개월 동안 절대로 쥐약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얼마나 영특한가? 그래서 약삭빠른 사람을 쥐새끼 같다고 말했나 보다. 또한 쥐는 한 번에 6~9마리를 1년에 6~7회 출산한다고 하는데 쥐의 왕성한 번식력을 높이 사서 다산의 상징으로 보았다. 태아 출생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점을 본받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쥐가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는 근면성을 높이 평가하여 부와 재물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는데 비록 도둑질하는 작은 동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부지런한 근면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그리고 속담 쪽을 살펴보면 쥐의 특성을 가지고 전해 내려오는 속담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좋은 의미를 가진 것은 별로 없다. 쥐는 작은 동물이므로 작은 것을 빗대어 말할 때 많이 쓰였고, 대체로 약삭빠름을 말할 때 쓰였다.

그런가 하면 성경에도 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레위기에 보면 비교적 부정한 동물로 쓰였고 사무엘상에 보면 쥐는 땅을 해롭게 한다고 되어 있고, 반면에 블레셋에서는 금쥐를 신성시하던 신물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사야서에 보면 돼지고기와 쥐를 부정스런 악의 상징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겪은 또 하나의 쥐와 관계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쥐와 얽혀 겪은 끔찍하면서 동시에 웃음이 나는 이야기다. 결혼 초에 살던 집이 일제의 잔재로 남은 오래된 고옥이었는데 집 자체가 마당으로 둘러싸인 집이었다. 어느 날 마당에 쥐 한 마리가 나타나자 남편이 그 쥐를 잡으려고 부지깽이를 들고 쥐를 쫓았다. 마침 남편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반대방향으로 연탄집개를 들고 쥐를 쫓았다. 결국 두 사람이 쥐를 쫓다가 쥐가 피할 길이 전혀 없는 막다른 곳에서 만났다. 그 쥐는 갈 곳이 없자 당황한 나머지 남편 친구 바짓가랑이 속으로 들어가 다리를 타고 기어올랐다. 이에 놀란 그 친구는 자기가 들고 있던 연탄집개로 자신의 다리를 힘차게 후려쳤다. 결국 쥐는 바짓가랑이에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쥐가 이 두 남자에게 사살된 것이었다. 쥐는 잡았지만 그 친구의 다리가 어찌되었는지 상상해 보라. 스멀스멀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쥐에 놀라 있는 힘을 다해 내려 쳤을 테고, 그 연탄집개는 무쇠로 만든 것이었으니 다리는 생각보다 더 심한 상처를 입었다. 지금도 이 일을 이야기할라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남편의 친구는 지금도 자못 심각해진다. 이 웃지못할 우스운 사건 속에서 쥐와 연관된 속담 하나가 생각난다. “쥐도 궁하면 고양이를 문다.”

2020년의 해가 밝았다. 2019년이 힘들었던 사람은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속담처럼 희망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 또 다른 속담인 ‘쥐새끼 같은 놈’처럼 이리저리 눈치 보며 약삭빠르게 살지 말고 성실하게 사는 202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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