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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죽음의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나는?

기사승인 2020.04.24  16: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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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환자실 한 간호사의 생명이야기(8)

김경애 간호사 / 미국 캘리포니아 Santa Clara County Hospital ICU RN

   
▲ 김경애 간호사

앞으로 일어날 확률이 100퍼센트인 죽음을 우리는 얼마나 예비하며 살고 있는가?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크리스천들은 육신의 죽음이 어떤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에서 무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임재의 세계로 들어가는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믿고 산다. 이 순간을 맞이하는 모습들이 다양하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아래의 세 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50대 남성 K씨는 대장암 말기 환자다. 대장암은 보통 설사나 변비 같은 배변습관의 변화와 붉거나 자주색의 혈변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런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으면 이미 2기나 3기로 진전된 상태이다. K씨는 이미 10여 년 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요법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2년 전에 병세가 악화되어 검사를 해보니 암이 다른 장기들로 전이가 된 대장암 말기였다. 더이상 치료해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고 기대 여명도 6개월 미만이라 통증을 조절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질적인 삶을 살고 평안하게 임종을 맞고자 호스피스 서비스를 집에서 받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변에서 피가 묻어 나온다고 호스피스 간호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왔다. 호스피스 간호사가 자주 집을 방문하여 K씨를 돌봐주면서 혈변이 나올 수 있음을 알려주었는데도 호스피스 간호를 파기하고 병원을 찾아왔다고 K씨의 아들도 의아해했다. 아들과 대화를 해보니, K씨는 목사로서 과거에 교회 사역을 했었다는 것이다. 병색이 만연하여 몸은 매우 수척해 있었고 얼굴은 찡그린 상태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예수님은 부활이고 생명이고 예수님을 믿으면 죽어도 살 것이라는 말씀을 믿고 설교도 하였겠지만, 막상 육신의 장막을 벗으려는 순간에는 이런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나 자신도 K씨와 다름없는 인간이겠구나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성경구절 카드가 주머니에 있는 게 생각나서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나즈막이 읽어주었다. 구절이 끝날쯤 되자 K씨의 얼굴에 긴장이 풀려 보였다. 수혈을 받고 일반병동으로 올라가서 집으로 퇴원할 거라고 했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다시 받을 수 있을지는 그 당시로는 알 수 없었다. 우리가 훈련을 통해 몸의 근육을 튼튼하게 하듯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의 확신과 평안도 매일 매 순간 신앙생활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다져져야 한다고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환자는 80대 P씨인데,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으로 처음 일주일은 격리병동에서 치료를 받았었는데, 세 번이나 음성이 나오자 격리가 해제되었다. 20년 전에 개심술(open heart surgery)로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술 (CABG, Coronary Artery Bypass Surgery)을 받았었고, 만성 폐쇄성 폐질환 (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 있으며, 신장 기능도 저하되어 있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가 좁아져서 숨쉬기가 어려운 질병군으로 만성기관지염(Chronic bronchitis)이나 폐기종(Emphysema) 등이 여기에 속한다. P씨는 코로나19가 발발할 때 입원하여 병세가 조금 호전되는 것 같더니 다시 조금씩 악화되어 3주째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 주 어느 날 환자의 호흡수가 일 분에 40회 이상으로 올라가고 100% 산소를 주는 바이팹(BiPAP) 마스크를 떼면 산소포화도가 금방 떨어져서 기관 내 삽관을 할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때까지도 P씨의 치료방향은 풀코드였다. 그러나 환자의 나이와 기저질환을 고려할 때, 기관 내 삽관을 하고 기계호흡을 하면 나중에 기계호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P씨도 불안한지 눈을 크게 떴다가 감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P씨는 입원할 때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해서 병원의 채플린(Chaplain, 병원목사)이 자주 방문을 하였었다. 격리실에 있을 때에도 P씨를 담당했었는데, 채플린이 방 밖에서 전화로 기도를 해 줄 수 있도록 방 안에서 수화기를 들어주곤 했었다. 병원의 채플린에게 지금 와달라고 연락을 하고, 환자의 귀에 대고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Jesus loves you)’라고 말해 주었다. 미국 전체가 자가 격리 중이라 가족들이 병원을 방문할 수 없어서 병원의 아이패드 서비스로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족은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었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난 후 P씨는 좀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담당의가 아들에게 전화하여 치료 방향을 노코드로 바꾸었다. 다음 날 가보니 P씨의 표정은 좀더 안정되어 보였다. 그러나 병세는 며칠을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 순간에 환자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종간호(comfort care, 컴포트 케어)를 제안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닌 때에는 가족이 옆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게 하는데, 지금 같은 국가적 재난 시기에는 컴포트 케어 상태라야 가족이 옆에 있는 것을 허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흘 후 P씨는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P씨의 사례를 통해 임종 시에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50대 M씨는 20여 년 전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목뼈를 다치고 경수 신경에 손상을 입어 사지 마비가 되었다. 목뼈 안에 있는 신경을 다친 후에 생명이 보전되었다 하더라도 호흡, 배뇨, 배변 등의 여러 기능은 평생 문제가 된다. M씨는 기관 절개술 (tracheostomy)로 목 앞쪽에 구멍을 내어 이곳으로 공기가 드나들면서 숨을 쉬는 상태이고, 아랫배에서 방광에 직접 작은 구멍을 내어 요도관을 연결한 곳으로 소변이 배출되고 있으며,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손발을 쓸 수 없으므로 밥 먹고 옷 입는 등의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존해야 하므로 요양 병원에 장기간 거주하고 있다. 기관루와 방광관 같은 인체에 침습적인 튜브를 항상 가지고 있으므로 폐렴이나 요도감염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하였고, 패혈증 쇼크에 금방 빠질 수 있어서 중환자실에도 여러 번 들어온 환자이다. 기관루(목 숨구멍)를 갖고 훈련을 하면 기관루 판(valve)으로 숨구멍을 막은 상태로 말을 할 수 있고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M씨는 막음판 없이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음식도 삼킬 수 있었다. 부인과 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족 얘기를 물어봐서 미안하다고 하자, M씨는 괜찮다며 씨익 웃어 주었다. 기관루판이 없이도 말을 하고 음식을 삼킬 수 있는 환자는 처음 봤다고 칭찬을 해주자 M씨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였다. 식사를 떠먹여 주면서, ‘하나님을 믿는 지, 이 세상을 떠나면 천국에 가서 예수님과 함께할 거라고 믿는 지’를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누가 먼저 천국에 갈지는 모르지만, 혹시 천국에 가서 서로 인사할 수 있도록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니 흔쾌히 응해 주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것은, 우리가 살아 있든지 자고 있든지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하시려는 것이라는 것과 이 믿음을 돈독히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서로 격려하고 서로 덕을 세우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10-11절 말씀을 떠올리게 되었다.

필자가 중환자실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유형들은 수많은 예들 가운데 제한된 것들임을 안다. 기독교는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사는 생즉사 사즉생의 신앙을 표방한다. 삶과 죽음을 손바닥과 손등의 양면과 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산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의 성장과 성숙을 통해 이런 신념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죽음의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를 생각하며 각자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보기 바란다. 동시에 다음과 같이 기도하기를 권한다. ‘주님, 그 어떤 죽음의 상황 속에서도 의연하며 평온하고 확신에 차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진동시키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되게 하소서!!! 아멘’.

김경애 간호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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