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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죽음을 죽여주는 힘의 원천

기사승인 2020.05.08  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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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길원 목사 <죽음이 배꼽을 잡다> 출간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죽음보다 강한 것이 무엇일까? 성경은 생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죽음보다 더 강한 게 또 있나 보다. 송길원 목사가 쓴 <죽음이 배꼽을 잡다>(하이패밀리)에서 발견되는 죽음의 해학이다. 성경은 죽음을 단순한 삶의 종결로 말하지 않는다. 3차원의 죽음은 육신과의 종말이지만 영혼은 몸을 빠져나와 영원한 생애의 시작이다.
 

죽음을 고독하게 하지 말라

   
 

그런 점에서 죽음을 다룰 때 슬픔만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이별에 대한 슬픔은 극복하는 것은 사후에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강한 확신과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오래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어쩌면 이 책은 죽음으로 생길 수 있는 강한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비결을 이겨내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나 죽는 것을 두 번씩 경험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여러 번 있을 수 있지만 익숙한 인생의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일상의 파괴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죽음을 고독하게 버려두지 말고 해학을 통해 밟고 올라서라는 메시지를 <죽음이 배꼽을 잡다>에만 만날 수 있다. 가볍게 웃어서 고통을 잊으라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한다. 200편이 넘는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짧은 글이 주는 긴 여군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까, 대해야 할까 하는 것을 넘어 두렵기도 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웃음과 공감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죽음을 죽여주는 유일한 것이 바로 웃음이라고 말하며, 방콕 생활에 지친 독자들에게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물론 약국에 가서 처방전 대로 약을 지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삶을 회복시켜 줄 웃음과 감동과 성찰이 담겨 있다. 412페이지의 책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삶을 통쾌하게 만드는 명문장으로 넘쳐난다. 웃음이 버무려져 긍정적 사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떠난 이를 보내고 할 말은 뭐지?

책 속으로 들어 가 보자. ‘선글라스를 쓴 장례식’의 글이다.
이춘선 할머니는 노년에 들어 묘비에 이렇게 새겨 달라고 부탁했다. “더 힘써 사랑하지 못했음을 서러워하노라.” 그리고 특별한 부탁을 하나 더 했다. 장례미사 때 신자들을 한바탕 웃겨 달라는 것이었다.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기쁜 날, 신자들을 울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신부였던 막내아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강론을 하여 신자들을 웃게 했다고 한다(p.16 ‘이제 생각났어, 죽음 생각!’ 중에서)

죽음을 맞는 이춘선 할머니의 유언에서 죽음에 대한 담대함과 살아가는 동안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보게 한다. 저자의 글 중에 유머스러우면서도 조용하게 웃음짓게 하는 ‘듣고 싶은 말’을 소개본다.

미국인 3명에게 ‘당신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객들이 당신의 열린 관을 지나가면서 무슨 말을 하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물론 나를 칭찬하는 말 한마디죠.” 두 번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어, 어! 이 친구가 방금 움직였어!”(p.86 ‘웃프다, 장례식장 풍경’ 중에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잠자는 것처럼 있는 모습에 ‘혹시 눈을 뜨고 안녕’이라는 말을 걸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자궁(womb·움)과 무덤(tomb·툼)이 닮았다

저자는 왜 죽음을 해학으로 풀어냈을까? 송길원 목사는 ‘머리말에 대한 생각’에서 그 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또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끔찍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가장 확실한 예방 백신이 있다면 바로 웃음이다. 웃음은 희망의 불씨이니까……. 자궁(womb·움)과 무덤(tomb·툼)이 닮아 있듯이 임종 유머와 인문학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을 퓨전하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 인문학의 정수가 죽음이고 죽음의 끝은 웃음이어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자궁과 무덤은 영어로 앞 철자만 다르다. 이것을 저자는 죽음의 끝은 웃음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연결시켰다. 그런데 그 해학적 죽음이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태어난 기쁨은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의 시작이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탄생과 죽음이 공존한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다룰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이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점에서 죽음을 너무 무겁거나 가볍거나 할 필요가 없이 일상으로 여기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코로나 상담’ 글에서 그 틈새를 세미극처럼 터치한다.

자가격리가 길어지면서 상담문의가 늘고 있다.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 제 동생은 반려식물과 벽에다 대고 말을 건네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괜찮을까요?”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벽이나 식물이 대답을 해 오면 정신과 진료를 꼭 받으셔야 해요. 아셨죠?”(p.238 ‘암 파인 땡큐’ 중에서)

책에 대힌 몇 가지 평이 있다. 이 책은 유머백치라도 유머에 눈뜨게 된다. 개그를 넘어선 해학과 풍자의 품격을 안다. 책 속의 숲과 꽃이 영혼의 피톤치드다. 그림과 카툰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삶은 어느 사이 안단테가 된다. 재미·감동·유익의 삼박자가 있다. 슬며시 미소 짓고 폭소를 터뜨린다. 인생살이에 대한 성찰과 묵상이 있다. 생활정보로 삶의 품격을 높인다. 책이면서 노트다. 책(부록)을 뜯어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결정적인 순간 써먹을 수 있다. 활자와 영상이 만난다. 트롯에서 운명 교향곡까지 Q.R코드로 만난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극이 있었던 것처럼 웃음도 일종의 전염병처럼 번지고, 사람들에게 삶을 즐겁게 한다. 웃음치료를 도입한 병원은 암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고혈압 환자는 예외지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암 환우들에게는 권면해도 된다. 책에 담긴 죽음의 해학이 면역력 주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편견을 일시에 무너뜨리고 죽음을 두려워 멀리하는 겁먹지 않는 인생설계를 돕는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19’와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다. 서울 시민 10명 중 7명은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여론조사 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서울 시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의학계에서는 ‘코로나 블루’ 증상자들을 위한 심리적 방역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제언하고 나섰다. 바로 이 때 부작용 없는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항우울제”가 바로 <죽음이 배꼽을 잡다>이다. 집 나간 배곱을 찾을 준비를 하고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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