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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위대하다

기사승인 2020.06.22  12: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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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하 목사 / 예수사랑의교회

   
▲ 최재하 목사

광명 주공 아파트 자전거 보관대에 세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파랑 자전거는 따끈따끈한 신품, 아직 핸들에 비닐도 벗겨내지 않았다. 노랑 자전거는 낡았다. 그러나 명품, 원만한 자동차 값보다 비쌌다. 빨강 자전거는 신품도 아니고 명품도 아니었다. 늙고 낡아서 고물이 다 되었다. 이제는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쓰레기통에 버리기 귀찮으니까 방치해 둔 것일 뿐이었다.

2014년 3월 15일 자전거 보관대에 이런 공고문이 나붙었다.
드디어 봄입니다. 봄맞이 대청소를 실시합니다. 자전거를 정리해 주세요. 사용하는 자전거는 관리실에 신고를 해 주세요. 신고하지 않는 자전거는 임의로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한은 4월 4일까지입니다. 주공아파트 관리소장 백

파랑 자전거가 말했다.
“너희들은 걱정되겠다. 주인이 너희를 찾아갈까?”

노랑 자전거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내가 낡긴 했지만 나는 명품이야. 나를 팔면 너를 열대는 살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빨강 자전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나는 새 것도 아니고 명품도 아니야. Made in china인데다가 바람 빠진 고물이지!’

그때 파랑 자전거가 말했다.
“빨강 자전거야. 주인이 너를 찾아오지 않은지가 아마 반년은 지났지?”

노랑 자전거가 한 수 더 떴다.
“반년이 뭐야! 1년도 넘었을 걸? 그런 네 주인이 널 지켜준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노랑 자전거는 마치 사람이라도 된 양 말했다.

드디어 4월 4일이 자나서 5일이 되었다. 파랑과 노랑이 예언한 대로 되었다. 손수레가 하나 아파트로 들어오더니 다른 버려진 자전거들과 함께 빨강 자전거를 실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갔다. 어딘지도 모를 그곳은 쓰레기장과 다름없는 후미진 곳이었다. 녹슬고 고장 난 쓰레기랄까? 고철 덩어리랄까? 이름만 자전거인 물건들이 거기 모여 있었다.

바퀴가 빠져나간 검은 자전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내 인생은 끝난 것이지.”

포크가 부러진 하얀 자전거가 말을 받았다.
“우리가 버려진 게 언제인데......이토록 녹이 슬었는데 무슨 소망이 있겠어?”

빨간 자전거는 절로 한숨이 터졌다.
‘아, 이제 나도 저들과 같은 처지가 되었네!’

바로 그때였다. 한 노인이 혼잣말을 하면서 그 곳으로 걸어왔다.
“쓰레기도 위대해 질 수 있겠지?”

노인은 한동안 서서 무엇을 찾듯 두리번거리다가 빨간 자전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작업실로 끌고 갔다.

얼마 후, 하늘 갤러리에서는 다소 좀 긴 제목의 전시회 홍보 현수막이 걸렸다.

<21세기 세계 최고 예술가들의 난민 돕기 자선 합동 전시회>

빨간 자전거가 그곳 하늘 갤러리 중앙에 전시되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녹은 벗겨졌고 색도 바뀌었으며 그 모양까지 변했다. 빨간 자전거 밑에는 이런 푯말에 붙었다.

작가 : p. k. s
제목 : 쓰레기는 위대하다
가격 : 10억
축, 이 작품은 판매되었습니다.

최재하 목사 webmaster@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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