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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기사승인 2020.07.29  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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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 시인의 시

 

   
▲정현 시인/ 탄자니아선교사

 침 묵

엔도 슈샤코의 [침묵]에 보면
16세기 초에 기라성 같은
천주교 신부들이 일본에 왔다가
배교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교황청에서 그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로드리고 신부를 특사로 파송한다.

그는 복음을 받아들인
순전한 일본 신도들이
신부가 배도하지 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모진 박해와 고문을 받고
순교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도 역시 그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갈등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지식으로
심도 있는 질문을 드려도..
그럼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신다.

그 침묵은 그때만이 아니었다.

주님은 대제사장 앞에서 제사장들이
예수님을 때리며
"선지자처럼 누가 때렸는지
맞추어보라!"
한 마디로 예수님을 가지고 놀았다(26:68).
침묵하셨다.

예수님의 죽음까지도 같이 하겠다던
베드로가 저주까지 하며
주님을 부인할 때
똑바로 눈만 마주치셨을 뿐
침묵이셨다(마26:35, 74; 눅23:61).

로마 군병들이 예수님의 옷을 벗기고..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고..
그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
그 앞에서 희롱하며 침 뱉고..
갈대를 도로 빼앗아 머릴 치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려갈 때도..
침묵하셨다(마 27:28-31).

"만약 하나님의 아들이면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남은 구원하고 자신은 구원할 수 없더냐..
내려오면 믿겠노라.."
제사장과 서기관들의 반복적 희롱에
묵언하셨다.

엔도의 [침묵]에서 로드리고 신부는
앞서간 신부들처럼 배도의 표징으로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이 그려진 성화를 밟는다.
그때
그 오랜 하나님의 침묵 끝에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밟아라, 나는 밟히기 위해서 왔다"라고.

그렇다! 주님은 밟히기 위해 오셨다.
종교 지도자들에게 밟히고
신앙이 꽤 있어보이는
성도들에게 밟히고
무수한 사람들에게 밟히신다.

오늘 나에게 말씀하신다.
나를 밟고 서라.
똑바로 서라.
한 곳만 바라보라.

정현 시인 webmaster@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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