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도안 대통령 비롯 약 35만 이슬람 신자 참석
【<교회와신앙> 이우정 기자】 지난 7월 24일(현지시각),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전환된 성 소피아에서 첫 이슬람 기도회가 열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은 성 소피아의 문을 다시 열기 전, “성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The Hagia Sophia Grand Mosque)”라고 적힌 새 명판을 공개했다.
▲ 성 소피아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쿠란을 낭독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출처 터키 뉴스 채널 TRT World) |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 경전 쿠란 낭독으로 시작된 기도회에는 성 소피아 성당 외부에서 참석한 인원을 포함해 약 35만 명의 이슬람 신자가 참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란을 낭독하는 모습은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성 소피아 외부에 생중계되었다.
알리 에르바스(Ali Erbaş) 터키 종교청장은 “오늘은 이슬람 신자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복종으로 무릎 꿇고 감사로 엎드리는 날”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이슬람 신자들이 성 소피아에서 기도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 소피아 내부에는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문양이 설치되었고 이슬람 기도회 동안 성 소피아 내 기독교 관련 그림과 모자이크는 모두 천으로 가려졌다.
▲ 성 소피아 성당 |
기도회 참석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동로마 제국의 영토였던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을 정복하고 성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시킨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의 묘소를 참배했다.
많은 이슬람 신자들이 86년 만에 열린 이슬람 기도회를 기념하며 기쁨의 탄성을 질렀지만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큰 슬픔에 잠겼다.
이에로니모스 2세(Ieronymos II) 그리스정교회 총대주교는 성 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전환한 결정을 가리켜 “불경건하며 모독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며 “오늘(7월 24일)은 전 세계 기독교인에게 비탄을 불러일으키는 날이다”라고 밝혔다.
성 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예술 최고의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연간 400만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었으나 1934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가 박물관으로 변경한 후 박물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성 소피아 성당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아타튀르크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터키 최종법원에 요청했고 이에 법원이 해당 결정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터키 정부는 성 소피아를 관광객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다섯 차례 이슬람 신자의 기도 시간에는 이슬람 신자만 성 소피아 내부에 입장할 수 있다는 방침에 따라 관광객의 성 소피아 방문 가능 시간은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우정 기자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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