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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休假)와 코로나19

기사승인 2020.08.10  11: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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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휴가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휴가가 새로운 이미지로 부상된 것이다. 선택사항이었던 휴가가 어쩌면 이제는 필수가 되어 버린 감이 있을 정도로 휴가를 즐기는 풍토다. 언제나 여름이 되면 자녀들은 방학을 하고 직장에서는 으레 휴가를 준다. 그리고 그 휴가 기간 동안에 학생들은 학교 다니느라 찾아뵙지 못한 친척들을 찾아가는 것이 큰 과제였고, 기쁨이었고, 즐거움이었다. 그 외에 다른 어떤 곳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 간다면 가까운 계곡이나 수영장 등이 전부였다. 이처럼 지금의 방학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방학이었다.

좀 지나치게 말하면 요즘 아이들은 방학을 하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녀와야 하는 것이 방학 중에 해야 하는 필수 과제가 되어 버렸다. 해외여행을 다녀와야만 방학을 잘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의 아이들의 생각이다 보니 개학한 후에는 친구들끼리 방학 중의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래서 외국에 다녀오지 못한 친구들은 다녀온 친구들과 위화감이 생기고 열등감과 함께 주눅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형편이 안 되는 부모들은 빚을 지면서까지 해외여행을 보낸다고 한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이러한 세태를 완벽하게 차단시켜 버렸다. 형편이 안 되어 해외에 못가는 사람이나 그밖에 다른 이유로 못가는 사람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코로나가 모두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렇게 되고 나니 차별화되지 않은 좋은 점도 있지만 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긴 방학을 어떻게 보내게 해야 할지 큰 숙제가 하나 생겼다.

휴가는 꼭 어디를 가야만 하는 것인가? 휴가라는 단어는 한자에서 온 단어로서 ‘쉴 휴(休)’와 ‘겨를 혹은 한가할 가(暇)’가 한데 붙어 생긴 단어이다. 그러니까 글자 풀이를 해 보자면 ‘쉬는 겨를’ 즉 쉬는 기간이라는 말이 된다. 분주하게 어디를 다니는 것이 아닌 쉼이 휴가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가 우리에게 휴가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휴가의 진정한 개념을 알았으니 진짜 휴가를 즐기면 된다. 그러니까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갈 수 없는 것을 애석해하고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휴가는 해외로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휴가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일에서 탈출하여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현대인은 바쁘다. 유치원생도 바빠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이런 일상의 바쁨을 벗어나고 싶어 방학을 기다린다. 방학을 통해 쉬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휴가라는 것이 있는 것이건만 최근의 휴가는 일상의 바쁨보다 더 바쁘고 분주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휴가를 다녀온 후에 그 휴가를 위한 또 다른 휴가를 가져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겠는가.

진정한 쉼을 위해 휴가를 가져야 한다면 사실 내 나라의 고즈넉한 곳이 휴가를 즐기기에 훨씬 더 좋다. 사실 작은 나라라고 하지만 우리들이 가 볼만한 곳은 수도 없이 많다. 내 나라 지리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필요도 있고, 또 역사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울창한 숲이나 넘실거리는 바다도 좋다. 또한 계곡은 어떠한가? 아니면 시원한 실내에서 펼쳐지는 음악회나 전시회 등을 돌아보는 것도 멋진 휴가다. 그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일상의 분주함에 밀려 하지 못했던 것을 하면 된다. 바빠서 하지 못한 가족 간의 대화를 한다든가, 못 읽은 책을 읽는다든가, 마음의 먼지와 묵은 때를 벗겨내는 그 어떤 것을 한다면 그야말로 휴가를 휴가답게 멋지고 알차고 유익하게 보내는 것이 될 것이다.

여름을 유난히 싫어하는 나지만 휴가로 많은 사람이 떠나 조용한 도시의 모습을 보며 애써 여름을 느껴 본다. 숲이 아닌데도 매미소리는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요란하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모를 고추잠자리가 맴돌고 있다. 여름의 하늘은 뭉게구름이 여유 있게 떠다니고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매력적이다. 또한 따사로운 태양의 이글거림은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을 미리 보게 한다. 이따금씩 불어와 얼굴을 감싸는 바람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감미롭다. 더위 속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얼마나 우리에게 시원함을 주는지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름 무더위는 더위와 짜증만 주는 것이 아니라 휴가와 더불어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끝도 없이 펼쳐질 생각의 바다로 달려가 보자. 이것이 휴가다. 진정한 휴가다. 나의 휴가는 이미 시작되었다.

장경애 수필가 webmaster@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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