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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백성의 공의로운 공동체

기사승인 2020.08.10  14: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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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하 박사의 구약이야기(7)

김병하 박사 / 연세대, 총신대학원, 영국 쉐필드대학교 구약학 Ph.D, 영국 Manchester International Christian College(University of London) 교수 역임, Leeds Korean Church 담임, 저서 ‘희년 사상의 영성화

   
▲ 김병하 박사

 신명기

광야의 긴 여정을 지나면서 야웨 하나님을 체험하며 알아간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있는 모압 평지에 이르게 된다. 꿈에도 그리던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서 모세는 출애굽 2세대 백성들에게 유언과 같은 말씀을 남기게 되는데 그 말씀이 바로 신명기이다. 히브리어 책명은 이것들은 그 말씀들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엘레 하떼바림’(הַדְּבָרִ֗ים אֵ֣לֶּה)이며 헬라어 칠십인경의 책명은 두 번째 법이라고 하는 의미의 듀테로노미온’(Δευτερονμιον)이다. 한글 책명은 거듭 신()’ 혹은 되풀이 신()’자를 쓴 신명기’(申命記)계명을 되풀이해서 기록한 글이라고 하는 뜻이다. 출애굽기 19장에서 민수기 10장에 있는 율법의 말씀들을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있는 백성들에게 모세가 재해석하고 확대 적용해서 다시금 설명해주는 세 번의 고별 설교 형식으로 전해준 것(1:1-4:43; 4:44-28:68; 29:1-30:20; 그리고 부록 31:1-34:12)이 신명기 말씀이다.

주어진 율법을 상황에 맞게 해석 적용하여 전해준 예들 중에 하나는 안식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4계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출애굽기 20장에 있는 4계명은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제 7일에 쉬신 것에 토대를 두고 있는 데 반해서(8-11절), 신명기 5장에 나타나 있는 안식일 계명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출애굽한 사건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12-15절). 전자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기반으로 주어진 안식일 계명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이스라엘 민족을 만들게 되는 출애굽의 구원사건을 토대로 해서 주어진 안식일 계명인 것이다.

또한 신명기는 앞에 있는 4(, , , )의 결론이며, 뒤에 이어나오는 역사서들(신명기계 역사인 여호수아에서 열왕기하에 이르는 책들)의 서론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선택 받은 백성들이 선물로 주어지게 될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따라야 할 삶의 지침과 방향성을 담고 있는 말씀인 것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선물로서 주어지게 될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곧 그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신명기의 구조와 내용
신명기의 형식은 고대 중동(특별히 힛타이트)종주권 조약과 비슷한 배열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당사자를 소개하는 전문(1:1-5), 당사자들의 관계를 말해주는 역사적 서언(1:6-3:29), 충성해야 할 언약의 규정들(4:1-27:10), 제제 조항들(27:11-28:68), 그리고 비준절차(30:1-34:12) 등과 같은 내용의 배열을 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과거를 회상하고 앞으로의 삶의 지침을 말해주고 있는 설교체의 신명기에는 한 분 하나님, 하나의 역사적인 경험, 하나의 백성, 하나의 땅, 하나의 성소, 하나의 율법 등과 같은 주제들을 담고 있다.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율법인데 이 율법의 핵심은 ‘셰마’(신 6:4-9)에 잘 나타나 있다. 셰마는 유일하신 야웨 하나님을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렇게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노예 생활을 하며 압제 당할 때 그분이 먼저 그들을 사랑해주셨기 때문이다(신 7:7-8). 율법에 대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태도는 순종과 신실함이어야만 했다.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말하고 있는 신명기 율법
신명기가 말하고 있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 중의 또 다른 하나는 공동체 내에 있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다. 신명기에는 사회 정의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가난한 자들과 궁핍한 자들에 대한 관심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신명기 15장에 나타나는 ‘안식년 규례’는 하나님 백성들의 공동체가 어떻게 공의로운 사회를 이루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15장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부분(1-11절)은 빚을 7년마다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해주고 있다. 가나안 땅을 정복한 뒤에 동일하게 땅을 분배받고 동일한 위치에서 삶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 안에 생겨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빈부의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빚의 문제에 대해서 ‘안식년 규례’는 동일한 이스라엘 형제들에게 빌려준 돈으로 인해서 발생하게 되는 빚은 7년마다 면제해주라고 규정하고 있다(3절).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난한 형제에 대해서 사랑을 베풀라고 거듭거듭 명령하고 있다(11절).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고 그 가난한 형제가 필요한 대로 넉넉히 꾸어주라고 명하고 있다(7-8절). 그러면서 면제 년이 가까이 왔을 때 이기적인 생각으로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그 가난한 자가 여호와께 호소하게 될 것이고 빚을 탕감해주지 않은 자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9절). 면제 년이 되어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형제의 빚을 탕감해주는 자들에게, “네가 여러 나라에 꾸어줄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하겠고 네가 여러 나라를 통치할지라도 너는 통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라”(6절)는 약속의 말씀을 주어지고 있다.

두 번째 부분(12-18)은 동족인 히브리 남녀 종들을 6년 동안 노역을 감당하게 한 뒤 7년째에는 자유롭게 해방해주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는 종이 되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시금 회복의 기회를 주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렇게 해야 될 이유는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량하셨음을 기억하라 그것으로 말미암아 내가 오늘 이같이 네게 명하노라”(15절)는 말씀에 있다. 본래 네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네가 어떻게 구속받았는지를 생각하고 형제에게 선행을 베풀라고 하는 말씀이다.

정의와 공의가 시행되는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이 하나님 나라이다. 삼위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 창조된 세계 모든 곳은 지금도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이다. 아담 이후로 어그러진 창조 질서를 회복해나가는 것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해나가는 구원사인 것이다. 그 회복을 하나님과 함께 감당해나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다. 단순히 이 땅의 삶을 마감한 뒤에 가는 곳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좁은 안목이며 말씀을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구원사의 과정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 말씀에 따라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해나가는 우리들의 순종의 시간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 참된 의미를 부여해주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들의 공동체에 바라고 계시는 뜻은 공평정의가 흐르는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불러내신 하나님의 뜻에 대해서 창세기 기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천하 만민은 그로 말미암아 복을 받게 될 것이 아니냐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창 18:18-19).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여호와의 도를 지켜서 그로 하여금 ‘의(공의)’와 ‘공도(정의)’를 행하게 하려하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 이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인 옛이스라엘과 새이스라엘 백성들 모두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다. 은혜 받은 자의 삶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이루어드리기 위한 삶이어야 할 것이다.

말씀의 계명을 따르는 좁은 길
고대 중동의 나라들에도 사회적인 약자들을 도우라고 하는 법령들이 있었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성경의 규례들은 이들 중동의 법전들과는 다른 면들을 가지고 있다. 고대 중동의 법전들은 왕이 새로이 등극했거나 백성들로부터 정치적인 환심을 얻을 필요가 있을 때에 간헐적으로이루어진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베풀어지는 자선 차원의 법령들이었다. 그러나 함께 살펴본 신명기 15장의 안식일 규례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한 빚탕감과 노예해방을 매 7년마다 주기적으로시행하라고 하는 명령임을 볼 수 있다: “매 칠년 끝에는 면제하라”(1).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어려운 형제들을 위해서 움켜진 손을 펼 줄 모르는 것을 아시고 주기적으로 매 7년마다 탕감하고 해방해서 공의롭고 정의로운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를 이루라고 하는 하나님의 뜻이 들어 있는 법령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탕감과 해방을 이루어내게 하는 원동력은 반드시 복을 받으리니”(5)라고 하는 말씀에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를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한 이런 하나님의 뜻은 이스라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를 해방해주는 ‘안식년 규례’를 실행하는 것은 표면상으로 당장 느껴지게 되는 물질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받아들인 바알의 법에 따라 살면서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가지고 있는 말씀을 거역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그들의 역사 속에서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안식년의 규례를 따라 순종하는 것은 좁은 길을 걷는 것이며 죽고자 하는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이었다. 창조 이후에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친히 하나님이 되어주셔서 하나님 역할을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언약의 하나님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백성들은 말씀 순종의 좁은 길로 접어들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순종의 좁은 길을 믿음으로 걷지 못했고 급기야는 약속의 땅에서 쫓겨나는 민족적인 슬픔을 겪게 된다.

새언약의 백성들인 우리들도 이 땅에 살면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공의롭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지극히 작은 자들의 삶’을 살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좁은 길’에 들어서는 순종의 모습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에벤에셀의 하나님으로, 임마누엘의 하나님으로 그리고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으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역사하실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우리의 삶은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를 증거하는 소금의 복된 삶이 될 것이다. 지켜주시고 인도하시고 모든 필요들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체험하여 알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말씀에 순종하는 좁은 길을 기쁨으로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김병하 박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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