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 시인의 시
미망인들이여
삶의 뒤안길에
삼백예순 날 홀로 허덕이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눈물과
모질게 불어대는 흙먼지들을
닦아내며 살아온 당신을
잠시라도 감싸주는
무명이불이 되고 싶소
살아온 날보다
아무 기약없이
살아갈 날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눈조리개마저 풀어져
핏줄이 선 충혈된 당신의 눈에
잠시라도 안식을 주는
종려나무 그늘이 되고 싶소
삶이란 지뢰밭에서
노래도 멈추며
살기 위한 몸부림의 춤을 추지만
구멍 난 당신의 가슴을
잠시라도 막아주는
커다라는 바위가 되고 싶소
사계절 밤과 낮
여름날의 장대비처럼
눈물로 물을 주고
골 깊은 한숨으로 쟁기 삼아
일구고 가꾼 당신의 마음 밭에
떨어져서 열매 맺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소
여인이라 이름하는 그대들이여
오히려 풍족함이란 홍수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며
난파된 나를
구조하여 치유한 주치의가
바로
당신들입니다
고맙습니다
▲ 정현 시인/ 탄자니아 선교사 |
정현 시인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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