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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같던 한 주간

기사승인 2020.10.12  13: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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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 /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이제 아버지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한다. 열흘 이상 머물 것으로 기대했던 스케줄은 무너졌다. 그 놈의 보청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기억장애를 가지신 아버지는 보청기를 낀 채 샤워를 했다. 보청기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단다.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으니 짜증스럽고 무기력해지는 게 이해가 갔다.

전립선 비대로 시작된 병은 암으로 발전했다. 그도 모자랐던지 혈전 암이 찾아왔다. 3년 전 일이다. 이어 폐암이 찾아왔다. 내 아버지의 병력(病歷)이다. 암이란 삼각파도에 휩쓸려서도 끄떡없던 아버지는 요즘 다리에 힘이 빠져 자주 넘어지신다. 그런 몸으로 이틀 동안 정원 가꾸기로 시간을 보내셨다. 허리가 온전치 못해 보조기구를 차 곱사등이가 된 어머니는 감독을 하셨다. 입으로만 큐 사인을 보내는 어머니, 잘 들리지 않아 제멋대로 하는 배우가 된 아버지. 두 분이 손발이 안 맞아 아웅다웅하는 모습조차 보기 좋았다. 저 모습 저대로 곁에 오래오래 살아주셨으면 좋겠다.

어제 밤은 아버지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하실 때는 영락없는 개구쟁이였다. 급장을 하셨단다. 지금도 친구 다섯 명이 한 달에 한 번 모인단다. 친구와 장난치던 이야기를 하며 고소한 듯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 그 자체다.

   
 

기회를 얻어 꼭 한 번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아버지, ‘잠은 깨어날 죽음’이고 ‘죽음은 깨어나지 못할 잠’이라고 해요. 그래서 잠은 숙면(熟眠)이고 죽음은 영면(永眠)이라 해요. 둘 다 잠인 거죠. 아버지는 하늘나라 아버지 품에 안기실 것 믿지요?”

잘 들리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 또박또박 말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하믄, 확실하제.”

어머니에게는 물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아버지의 확신에 찬 소리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처럼 장로고시 없냐고 궁금해하시던 내 아버지는 장로고시만 있다면 단박에 장로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셨다. 젊어서는 돈이 아까워 헌금도 제대로 못 하고 지금은 돈이 없어 헌금도 제대로 못 하시는 아버지, 우리 주님보다 주(酒)를 더 가까이하셨던 아버지, 남진의 노래부터 이미자, 나훈아 노래를 다 꿰고 열창하시면서도 찬송가는 한 번도 안 부르시고 따라만 부르시던 아버지, 가족들 식사기도 때도 어머니에게만 미루시던 아버지…

아버지, 초대교회는 성도(聖徒)란 말 대신 ‘나그네’란 말을 많이 썼어요. 나그네는 갈 집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세상에 미련을 안 두고 살았던 거죠. 이제 아버지가 지구별 소풍 끝내시고 천국에 먼저 가 계시면 우리가 뒤따라가고. 그때 아버지 품에 안겨 얼싸안고 춤추고 싶어요.”

내 말에 아버지가 빙그레 웃고 계셨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나눈 성경강좌였다.

새벽에 일어나 방학이 끝나 다시 외가로 떠나야 할 때면 몇날며칠 전부터 짐을 싸고 풀고 눈물짓던 어머니가 생각나 주책없이 울었다. 두 분이 식사나 제대로 챙겨 드실지 걱정이고 더 아프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 운다.

이제야 어머니 마음을 아는 나는 바보 중 바보다.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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