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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설교와 나쁜 설교(3)

기사승인 2021.02.05  11: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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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진 교수의 성경적 설교 논단

김경진 교수/ Ph.D, 호주 알파크루시스 대학교 박사원장
 

   
▲ 김경진 교수

3. 본문이 놓인 문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은 장과 절이 잘 구분되어 정리되었으나, 이러한 장과 절의 구분은 스테파누스가 1551년 헬라어 성경을 만들면서 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지극히 인위적인 구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이 장과 절이 절대적인 것처럼, 관습적으로 그것에 따라서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성경 말씀은, 특히 신약성경은 장과 절의 구분 없이, 구두점도 없이, 그리고 대문자로 전부 붙여서 기록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후대에 인위적으로 나누어진 장과 절에 매인 나머지, 문맥의 흐름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저자의 의도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본문들이다.
 

3.1. 산상설교 중 지복설교와 빛과 소금(마 5.1-16)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복설교(the Beatitudes)>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빛과 소금 기사>를 분리해서 읽는다. 그리하여 지복설교에서 성경적 복을 설교한 후, 그 다음에 나오는 <빛과 소금 기사>는 그와 상관없이 별개의 본문으로 간주하여 빛과 소금의 자연적, 물질적 속성을 들먹이며 그리스도인들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그리스도인들은 소금의 속성이 조미료로서 음식에 간을 맞추듯 그렇게 행동해야 하고, 또한 방부제로서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그럴듯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물론 빛과 소금의 속성을 들어 그것을 그리스도인들의 품성과 연결하여 설교하는 것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과연 애초에 마태가 그 본문을 기록했을 당시의 의도였는지는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주석가들은 지복설교와 빛과 소금 기사는 서로 연결된 한 문맥으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빛과 소금은 그 자연적 물질적 속성을 따라 설교할 것이 아니라, 지복설교에서 말하고 있는 복의 내용들, 즉 화평하게 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르고, 심령이 가난하고 하는 행동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나타나는 방식이며, 그것이 바로 그 문맥의 결론(마 5.16)에서 말하는바 사람들 앞에 비취임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근거가 되는 착한 행실이라는 것이다.1

3.2.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마르다/마리아 기사(눅 10.25-42)

사실 누가는 두 개의 이야기를 한데 묶어 한 쌍으로 만들어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요점을 강조하는 습성이 있는 저자이다.2 그러할 때 한 쌍으로 묶여지는 두 이야기는 분명히 둘이 합하여 하나의 요점을 제대로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누가의 문학적 특징이 잘 표현된 곳이 누가복음에만 기록된 두 개의 사건, 즉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마르다/마리아 기사>이다. 보통 설교자들은 이 두 이야기를 따로 분리하여 각각 그 의미를 설교한다. 그러나 많은 성경학자들은 이 두 이야기를 한 쌍의 이야기(a pair story)로 간주하여 하나로 묶어 연결시켜 해석한다.3 그렇게 할 때 이제 마르다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게 된다. 과연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사실 두 개의 이야기를 분리하여 해석할 때, 마르다는 자체 이야기 속에서 주님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마리아와는 달리 책망 받은 인물로 소개된다. 그런데 두 이야기를 한데 묶어 한 쌍의 이야기로 볼 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의 결론에서 주님은 자신에게 누가 이웃인지를 물었던 그 율법교사에게 누가 이웃인지 묻지 말고,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10.37)고 말씀하심으로써 오히려 어려움 당한 자의 이웃이 되어주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 다음에 누가가 소개하는 이야기가 바로 <마르다/마리아 기사>이다. 주지(周知)하는 대로, 복음서는 연대기적 방식으로 기술되지 않았다. 이 말은 복음서 기자들은 자신의 신학적 의도에 따라 사건과 이야기를 배열하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마르다/마리아 이야기를 한데 묶어 한 문맥 안에 위치시킨 것은 전적으로 성령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행한 누가의 작업이다. 다시 말하면 누가는 두 이야기를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이처럼 두 이야기를 한데 묶어 연결시킬 때, 이제 마르다에 대한 해석은 달라지게 된다.4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는 전도 여행 중에 있었던 예수님의 일행을 자기 집으로 영접하여 대접하고자 하였다. 여행을 위하여 전대도, 배낭도, 돈도 없이 떠났던 그들은 이들 자매와 같은 지역 동조자들(local sympathizers)의 협조를 통하여 그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눅 8.1-3). 그렇다면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가 주님 일행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전도 여행에 지친 그들을 접대(接待; hospitality)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자매 중 본래의 초대 목적에 걸맞게 대접을 위해 애를 쓴 사람은 마리아가 아니라, 마르다였다. 즉 마르다는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전도 여행에 지친 전도자들에게 몸소 사랑을 베푼, 또 다른 선한 사마리아인이었던 것이다.5

그런데 이렇게 해석할 때 직면하는 난점은 누가복음 10.41-42에서 주님이 마리아를 두둔하면서 우회적으로 마르다를 책망한 부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다. 이 문제를 고려하여, 앞의 내용과 연결시켜 해석한다면, 답은 우선순위의 문제로 보인다.6 즉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배운 마리아처럼 우선적으로 말씀을 배우고, 그 다음에 마르다처럼 그 배움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을 실천하라는 의미로서 풀이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 이야기를 한 쌍의 이야기로 묶어 이해할 때,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다음에 등장하는 마르다는 꾸중을 드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누가의 문맥에 의해서 사랑 실천의 모델로 부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맥을 통해서 성경을 해석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매우 적절한 실례인 것이다.


주(註)

1. 알렌 버히, 『신약성경 윤리』 (김경진 역; 서울: 솔로몬, 1997), 186-187.
2. May Rose D’Angelo, “Women in Luke-Acts: A Redactional View,” JBL 109/3 (1990),” 444-4446. F. Parvey, “The Theology and Leadership of Women in the New Testament” in Religion and Sexism, ed., Rosemary Radford Ruether (New York: Simon & Schuster, 1974), 139-146.
3. W. Grundmann, Das Evangelium nach Lukas (Berlin: Evangelische Verlagsanstalt, 1974), 225; F. W. Danker, Jesus and the New Age (St. Louis: Clayton, 1974), 133-134; J. R. Donahue, The Gospel in Parable (Philadelphia: Fortress, 1988), 138-139; 참고, 김득중, 『복음서의 비유들』 (서울: 컨콜디아사, 1993), 232.
4. 김경진, 『누가복음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울: 대서, 2013), 201-203.
5. 마르다/마리아 기사가 제시하는 제자도와 관련된 교훈에 대하여는, 김경진, 『제자와 제자의 길』 (서울: 솔로몬, 2002), 208-211를 참고할 것.
6. Ben Witherington, Women in the Ministry of Jesu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4), 103.

 

김경진 교수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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