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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는 아직도 비린내가 납니다”

기사승인 2021.03.17  16: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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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좌 권사, 첫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출간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그냥 일상을 잘 관찰하는 편입니다. 10여 년 전에 쓴 시도 있고 최근에 쓴 시도 있습니다.”

   
▲ 이원좌 권사

첫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동행) 낸 이원좌 권사(동숭교회)는 자신의 시의 영감은 일상의 삶에서 온다고 했다. 이 권사는 종로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시단 활동을 시작했지만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부터 글 쓰는 솜씨가 남달랐다고 한다.

저는 일상을 잘 관찰하기를 좋아합니다. 이것은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짝(남편)이 머리 아프게 왜 그렇게 글을 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삼겹살에 소주 먹으면 머리 아파?라고 물었습니다. 일상을 관조하듯이 바라보면서 오는 영감은 시가 되기도 하고 수필이 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글쓰기는 했던 이 권사는 초등학교 5학년 즈음에 글쓰기를 중단한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친구도 쓰고 저도 쓴 글인데 담임 선생님이 내 글이 너무 좋다며 친구들 앞에서 읽어주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교내 방송에 나갈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친구 엄마가 학교에 다녀가고 나서 내 글은 방송에 나오지 않고 친구의 글이 대신 방송에 나왔습니다.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아서 더 이상 글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권사에게 그 사건으로 인해 약간의 벽이 생겼었다고 했다. ‘한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글쓰기를 멈추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17년 전에 교회 계간지에 글 부탁이 들어온 것이 다시금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글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 몇 번 더 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글을 보고 찾아온 성도도 있었구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도 쓰고 시화전에도 참여하면서 글쟁이가 된 것 같아요.”

이원좌 권사가 종로에 문학가들과 사귐을 가지면서 시낭송회와 시낭송회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탁월한 글솜씨에 감탄했다. 시인으로 정식 등단하지 않았는데도 언제 등단했는지 물어왔다. 그래서 결국 종로문학에서 시인으로 정식 등단을 했다.

이 권사의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는 트로트 노래 ‘니가 거기서 왜 나와’의 노래 제목을 떠올린다. 그의 글쓰기 작업은 뜬금없이 떠오르는 일상의 감동, 그런데 그게 시가 되고 수필이 되기 때문에 ‘시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제목과 어울려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 그런데 그게 시가 되어 나오면 ‘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의 큰 아들과 사귀는 며느리 될 아이가 꽃다발을 가지고 온 적이 있다. 그것을 가지고 친정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가서 꽃을 드리고 나서 그 때의 감흥을 시로 옮긴 것이 ‘인연’이라는 시다.
 

베이지색 포장지
빨간 장미 송이 들고
어느 날 내게 다가온 사람
또 하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조수석의 꽃다발
그녀 인양 옆에 싣고
FM에서 흐르는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감미로운 음악 들으며
장미꽃 향 가득 퍼지는 차 안
달리는 고속도로

핸들 위에 오른손
차창에 기댄 행복한 왼손
그녀와 이야기하듯
조수석의 꽃을 바라보며
그녀의 웃음소리 듣는 것처럼

아! 이것은
그녀가
장미에 실어 보낸
그리움의 향기였군.

-‘인연’ 全文
 

   
▲ 이원좌 권사의 첫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이 권사의 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를 읽자 그 상황이 그대로 동영상 보듯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품었던 마음도 쏙 들어왔다. 이 권사의 말대로 그의 시는 보면서 느껴지는 것을 잠깐 스케치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시인은 사물을 보고 이미지화를 잘 시키는 탁월함이 있다. 사건을 시각화하거나 공감각적인 표현들을 통해 그림이나 영상을 보듯이 언어로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가 시인이다.

이 권사의 시 중에 <목련꽃>이라는 시가 있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만 보면 봄에 피는 하얀 목련화가 생각나지만 그 이미지와 또 다른 다른 배경과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가지마다 뽀족뽀족
꽃잎이 피어난다
새촙게 새촙게 목련꽃 핀다

햇살에 젖어
떨리듯 아름답구나

꽃샘바람이 소리치듯이 불어온다
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

그대로 꽃이다
그대로 예쁘다

만개(滿開)한 목련은
어느 정신 줄 놓은 여인의
헐클어진 머리칼처럼 슬프다

목젖까지 피어오른 목련은
꽃이 아니다
슬픔이다

날선 바람맞으며 피지 못한 목련
그대로 꽃이다
그대로 예쁘다

-목련꽃 全文
 

이 시는 10여 년 전에 쓴 것이라고 한다.

오래 전에 장날 장터에 갔을 때 젊은 여자가 긴 머리를 풀고 있었습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여자였습니다. 비가 오는데, 거기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에 안쓰럽고 무슨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봄에 꽃이 피는데, 목련이 활짝 피면 꽃이 피기 전에도 다 피지 못한 목련 그대로가 예쁩니다. 비 오는 날 장터에서 만난 그 젊은 여자가 목련의 꽃이었습니다.”

시와 신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원좌 권사에게 물었다. 그는 “하나님이 항상 계신다, 항상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권사가 시를 일상에서 건져내는 것처럼 신앙 역시 일상을 하나님과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도>라는 시도 있다

기독교인들 불쌍한 사람 보며 저 사람 기도해줘야겠다
너무 배고픈 사람 눈앞에 있으면 만원
하나님 원하시는, 기뻐하겠구나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

나하고 나눠
품앗이 나눔
두 번 사주면 베풀었다고 생각
또 심는다고 생각
비용을 지불하는데
상대가 만날 수 없어 전혀 고맙다는 말을 듣지 않는 그런 삶

 

   
▲ 이원좌 권사는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시와 수필을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이 권사는 아주 특별한 신비적 경험을 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고등학교 2학년 즈음에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진짜 같은 사건으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내가 죽었습니다. 예전에 집에는 창호지 문이었잖아요, 그 틈으로 내가 내 몸을 쳐다보고 있고 많은 사람이 와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서 있는 상태에서 모든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데 사람들은 죽은 내 몸에만 열중했습니다. 미닫이 문이 30cm 열려 있었는데, 그 사이로 경찰 같은 사람이 나를 잡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세상이 아득하게 보였습니다. 그제야 내가 죽었구나 하는 인식이 들어 갑자기 억울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뿐이 안 살았는데 이대로 죽는 것이 좀 억울했습니다.”

이 권사는 올라가는 중에 억울해서 통곡을 했다고 한다. 그를 데리고 가던 경찰 같은 존재가 “네가 뭘 그렇게 잘한 게 있다고 우냐?”라고 물었다.

이 권사는 울음을 그치고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짧게 살 줄 알았으면 다른 방법으로 살았을 건데”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저쪽에 뭔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동영상 같기도 사진 같기도 한 영상이었습니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거기에 내 모든 삶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누군가 보고 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을 깼습니다.”

이 권사는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한 대로 심판을 받으니”(계 20:12下)을 말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보시고 누군가가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항상 하나님 앞에 사는 신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지만 그 꿈이 이 권사의 삶을 바꾸었다고 했다. 이 권사에게 <시가 왜 거기서 나와>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시가 있느냐고 했더니 ‘목련’, ‘인연’, ‘선물’, ‘자식’, ‘가시’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시가 계속 성숙되어야 한다고 했다.

시집을 출간하기 위해 마지막 교정을 보면서 내 글이 표지처럼 괜찮을까? 해설처럼 괜찮은 건가? 아직 그런데,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가시’라는 시를 섰습니다. 문뜩 여러 차례 걸쳐 비늘을 걷어 냈었던, 칼끝으로 거슬러 제거했는데도 내 시는 아직도 비린내가 난다라는 생각으로 쓴 시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차례 걸쳐
비늘을 걷어냈다.
칼끝으로 거슬러
비늘을 긁어댔다.

그런데도 내 시는
아직도
비린내가 난다.

- ‘가시’ 全文
 

첫 시집을 내고 여전히 비린내 난다고 말하는 이원자 권사는 일상에서 늘 만나는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또 하나의 묵상과 시와 수필을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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