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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 대대로 복을 받는 기도(5)

기사승인 2021.04.05  13: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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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교수의 기도 본문 해설(24)

김정훈 교수 / 영국 글라스고(Glasgow) 대학교 신약학 박사, 백석대학교 신약학 은퇴 교수, B and C Mission Center 현대표
 

   
김정훈 교수

다윗의 기도

다윗은 볼일을 마치고 엔게디 굴을 나간 사울을 뒤따라 나가며 큰 소리로 그를 불러 세우고, 그에게 땅에 엎드려 절한 후에 그에게 방금 전 베어낸 옷자락을 보여주며, 자기가 죽일 수 있었지만 그가 기름 부음 받은 왕임을 기억하여 그를 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럴 의사도 전혀 없고, 또한 자기 손에 어떤 악이나 죄과가 없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소청하였다(삼상 24:8-11상). 또한 다윗은 왕이 자신의 생명을 찾아 해하려 하나 자신은 왕에게 범죄한 사실이 없다고 변호하였다(삼상 24:11하).

이와 같이 말한 후에 다윗은 “여호와께서는 나와 왕 사이를 판단하사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왕에게 보복하시려니와 내 손으로는 왕을 해하지 않겠나이다”(삼상 24:12)라고 다짐하였다. 이 말 속에서 우리는 다윗이 모든 판단과 심판을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는 것과 자신이 절대 왕을 해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윗은 사울의 위협을 피해 쫓겨 다니는 것 못지않게 하나님 앞에서 정도를 걷는 훈련을 쌓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다윗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그런즉 여호와께서 재판장이 되어 나와 왕 사이에 심판하사 나의 사정을 살펴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나를 왕의 손에서 건지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니라”(삼상 24:15).

다윗의 책망 섞인 말을 들은 사울은 크게 소리 내어 울며 다윗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나보다 의롭도다. 그대가 나를 죽이지 않고 선대하였으니 여호와께서 그대에게 선으로 갚으시기를 원하노라”(삼상 24:16-19. 발췌 번안)라고 하였다. 이렇게 말한 후에 사울은 다윗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보라 나는 네가 반드시 왕이 될 것을 알고 이스라엘 나라가 네 손에 견고히 설 것을 아노니”(삼상 24:20). 다윗은 이 말을 들으며 사울이 두 마음을 품고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행동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날 이후 다윗과 사울의 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였다. 사울이 엔게디 광야에서 다윗을 만났을 때 사울은 완전히 뉘우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울은 십 광야에서 다윗을 찾으려고 또다시 추적하였다(삼상 26:2). 사울은 십 광야 하길라 산 길가에 진을 쳤고, 다윗은 사울이 자기를 따라 광야로 들어온 것을 알았다. 다윗은 사울이 진 친 곳으로 가서 그가 진영 가운데 누워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윗은 아비새와 함께 밤에 사울 진영으로 내려가서 사울이 진영 가운데서 누워 자고 창은 머리 곁 땅에 꽂혀 있고 군사령관 아브넬과 백성들은 사울 주변을 둘러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삼상 26:5-7).

아비새는 다윗에게 이참에 자기가 창으로 사울을 찔러 단숨에 땅에 꽂게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다윗은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치면 죄를 짓는 일이니 죽이지 말라고 만류하였다(삼상 26:8). 다윗은 엔게디에서와 똑같이 일관된 원칙과 입장을 견지하였다. 하지만 다윗은 엔게디에서 자신의 선의로 사울을 살려 준 일을 망각하고 그가 자신을 찾아 또 추격해 온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던 때문인지 다소 강한 어조로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여호와께서 그를 치시리니 혹은 죽을 날이 이르거나 또는 전장에 나가서 망하리라”(삼상 26:10)라고 말하였다. 그는 사울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을 예견하는 듯하다. 이와 같이 다윗은 모든 판단을 하나님께 맡기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치는 것을 여호와께서 금하시나니 너는 그의 머리 곁에 있는 창과 물병만 가지고 가자”(삼상 26:11)라고 제안하였다.

다윗은 건너편 산 꼭대기로 가서 사울 진영을 향해 서서 군사령관 아브넬을 큰 소리로 부르며 어찌 왕을 그렇게 모시느냐고 핀잔을 주며 왕의 창과 물병을 찾아보라고 호통을 쳤다(삼상 26:13, 16). 다윗이 사울을 향해서는, 사람들이 왕을 충동질하여 자기를 해치려는 것이면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엄히 말하면서 자기의 피가 땅에 흐르지 말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삼상 26:17-20). 사울이 다윗의 말을 듣고 자기가 범죄하였다고 인정하면서 자기의 생명을 귀히 여겨 주었으니 자기도 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고, 다시 한번 자기의 어리석은 행위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고백하였다(삼상 26:21-22). 다윗은 인간의 공의와 신실을 따라 갚으시는 하나님께서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왕을 해치지 않은 것에 대해 보상해 주시리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또한 다윗은 자기가 왕의 생명을 중히 여긴 것처럼 하나님께서 자기의 생명을 중히 여기셔서 자기가 모든 환난에서 건짐을 받기 원한다고 말하였다. 다윗의 말을 들은 사울은 “내 아들 다윗아 네게 복이 있을지로다 네가 큰 일을 행하겠고 반드시 승리를 얻으리라”(삼상 26:25)라는 말로 축복하였다.

사울과 다윗의 이상과 같은 극적인 만남 후에도 다윗은 여전히 사울이 자신을 붙잡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울이 단발적으로 자기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며 뉘우치는 듯한 인상을 주긴 하여도 그에게서 진정성과 인격의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윗은 블레셋 영토에 속한 가드로 망명하여 아기스 왕의 부하처럼 처신해야 했다. 이것은 지난날 사울의 칼날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광야 저 광야로 쫓겨 다니던 것과 또 다른 차원의 맹훈련이었다. 적국에 들어가 망명생활을 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삶이 아니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차기 왕으로 내정된 자로서 이방 나라에 살면서 하나님과 그들의 토속신들 간의 충돌의 이유와 의미가 무엇인지, 그들이 이스라엘 민족에 대해 적대적인 것인지,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문명의 차이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와 정착하게 된 의미가 무엇인지, 이스라엘 12지파가 향후 어떻게 통합해 가야 할 것인지, 아직도 미완성인 가나안 정복을 어떻게 완결할 것인지, 본래부터 이곳에 살던 토착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 것인지... 수많은 생각들을 머리에 떠올렸을 것이다.

사울은 이렇다 할 업적도 없이(참조. 삼상 14:47-48) 다윗에 대한 시기심으로 인해 적대감을 품고 그를 죽이기 위해 추격 작전에 몰두하다가 20년 세월을 훌쩍 날려버렸다. 그의 여러 행동들은 광기(狂氣)에 가까웠고, 많은 경우 악령에 의해 조종을 받았으며, 수시로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고 하나님께 대한 제사를 중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을지라도 그의 여호와 신앙은 관습과 형식에 치우친 것이었고, 왕으로서의 통치 방향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청종하지 않음으로써 거의 하나님의 뜻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의 부정적 삶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서 어떻게 하여야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의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던져 주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계획하신 이스라엘 왕의 출현을 고대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다윗은 시글락에 머무는 동안 사울의 진영으로부터 온 어떤 사람에게서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이 전사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다윗은 이 비보를 듣고 저녁 때까지 슬퍼하여 울며 금식하였다(삼하 1:4-12). 그 후에 다윗은 자기가 유다 한 성읍으로 올라가야 할 것인지 여호와께 물었다. 이에 하나님은 헤브론으로 가라고 지시하셨다(삼하 2:1). 다윗이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할지 지리적 장소까지 하나님께 묻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유다 사람들이 헤브론으로 와서 다윗에게 유다 족속의 왕으로 삼았다(삼하 2:4). 이는 이스라엘이 아직 통합 왕국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사울의 군사령관 아브넬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데리고 마하나님으로 건너가 길르앗과 아술과 이스르엘과 에브라임과 베냐민과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삼하 2:8-9). 이스보셋이 이스라엘 왕이 될 때에 나이가 사십 세이고 두 해 동안 왕위에 있었으며, 다윗이 헤브론에서 유다 족속의 왕이 된 날 수는 칠 년 육 개월이었다(삼하 2:10-11). 아브넬과 이스보셋이 다스리는 마하나임 중심의 이스라엘과 요압과 다윗이 다스리는 헤브론 중심의 유다 간에는 팽팽한 전운(戰運)이 맴돌았다.

사울의 집과 다윗의 집 사이에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다윗의 집은 점점 강성해져 갔고, 사울의 집은 점점 쇠퇴해져 갔다. 특히 사울의 집이 점점 쇠퇴해져 간 이유는 군사령관 아브넬이 이스보셋을 배반했기 때문이다. 양대 진영 간에 전쟁이 있는 동안 군사령관으로서 아브넬의 권력은 강화되어 갔다. 이에 위협을 느꼈는지 이스보셋이 아브넬에게 어찌하여 자기 부친 사울의 첩과 통간하였느냐고 추궁하였다(삼하 3:7). 이는 아브넬이 왕위를 찬탈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부왕의 첩을 차지하는 것은 왕의 특권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참조. 12:8; 16:21-22; 왕상 2:22).

아브넬의 통간이 사실이라 하여도 이스보셋이 그런 의심을 품고 있었다면 그것은 지나친 과민반응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아브넬이 이스라엘의 왕권까지 넘나 본 흔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보셋의 기습질문에 아브넬은 화를 내면서 “내가 유다의 개 머리냐 내가 오늘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과 그의 형제와 그의 친구에게 은혜를 베풀어 당신을 다윗의 손에 내주지 아니하였거늘 당신이 오늘 이 여인에게 관한 허물을 내게 돌리는도다”(삼하 3:8)라고 반격하였다. 여기서 “내가 유다의 개 머리냐”(비속어로 표현하면, 내가 유다의 하찮은 개 대가리 정도냐)라는 말은 “내가 유다의 하찮은 존재의 목 잘린 흉두냐”라는 뜻이다(참조. 삼하 9:8; 삼상 17:43; 24:14). 아브넬이 이스보셋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기는 결코 유다 편이 아니라 이스라엘 편 사람이고 끝까지 의리를 지켜 사울의 집을 지킨 공로자이니 자신을 그렇게 경멸적 태도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브넬은 이스보셋에게 사울 집의 왕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니 이스라엘 전체를 바라보라는 투의 말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놓는다: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맹세하신 대로 내가 이루게 하지 아니하면 하나님이 아브넬에게 벌 위에 벌을 내리심이 마땅하니라 그 맹세는 곧 이 나라를 사울의 집에서 다윗에게 옮겨서 그의 왕위를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이스라엘과 유다에 세우리라 하신 것이니라”(삼하 3:9-10). 이것은 이스라엘과 유다가 하나가 된 통일 이스라엘의 왕권이 사울에게서 다윗에게 넘어가는 것이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라는 확신의 표명이다. 이스보셋은 아브넬의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한 마디도 응답하지 못하였다.

이후에 다윗과 아브넬은 통일 이스라엘 나라 확립을 위해 협상을 벌였는데,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다윗과 협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요압에 의해 피살되었다(삼하 3:17-27). 요압은 과거에 기브온 전쟁 때 그가 자기 동생 아사헬을 죽인 데 대한 보복이었다(삼하 3:30).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은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손의 맥이 풀렸으며 온 이스라엘이 심히 놀랐다(삼하 4:1). 이스보셋에게 군대지휘관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바아나요, 또 한 사람은 레갑이었다. 이들은 형제였다. 어느 날 이 두 사람이 밀을 가지러 온 체하고 이스보셋의 집에 가보니 그가 침상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 형제는 이스보셋의 배를 찔러 살해하였다(삼하 4:2, 6). 잔혹한 사건들이었지만 아브넬과 이스보셋의 사망은 이스라엘과 유다가 통일 이스라엘 나라로 직입할 수 있도록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또는 신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정훈 교수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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