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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킨기념사업회 이사장, 전병호 목사와의 대담

기사승인 2021.05.20  1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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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지도자들에게 한국교회의 길을 묻는다(19)

사회: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대담: 전병호 목사/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역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역임, 전북교회문화연구원 원장, 현 전킨기념사업회 이사장
 

   
▲ 전병호 목사

최은수 교수: 가족과 본인의 신앙배경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전병호 목사: 저의 부모님은 구세군 사관이셨습니다. 제 아버님은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 한국구세군 사령관으로 고 전용섭 부장이셨습니다. 세계 구세군 최고위원이시기도 하였습니다. 제 형제는 2남2녀인데 위로 형님이 합동계통장로교회 목사님으로 은퇴하시었고, 위 여동생과 남편은 구세군 사관으로 은퇴하였으며, 아래 여동생 남편은 장로로 은퇴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자녀는 3남 1녀로 각기 나름대로 생활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부모님은 구세군에 계셨지만 대학시절 서울 남산감리교회를 섬기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서울 삼각산 밑에 있는 임마누엘 수도원에서 기거하며 당시 학교를 가려면 산을 두 개를 넘어가거나, 버스를 3번 갈아타야만 했습니다. 임마누엘 수도원은 해방 전후 한국교회의 영성의 위대한 지도자이시고 6.25전쟁 시 순교하신 화단(火壇) 유재헌 목사님이 세우신 수도원입니다. 지금은 그곳이 번화한 동리이지만 60년 전 그곳은 깊은 골짜기로 버스에서 내려 1시간 이상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수도원에서의 생활은 저에게 영성의 성장을 가져오는 시절이었습니다.

   
▲ 전킨과 드루 선교사 군산 최초 선교 기념비

최은수 교수: 지도자로서 인생을 사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시고 하신 작업은 무엇인가요?

전병호 목사: 저는 목회자로 세 가지 인생의 기본 원칙을 가지고 오늘까지 50년 목회를 하여 왔습니다.

첫 번째는 로마서 86절의 말씀처럼 오직 영의 생각을 우선으로 여기었습니다. 영의 생각이란 흔히 성령충만이나 성령의 은사 또는 관상적 영성수행이 아니라 육은 죽고 오직 영으로 사는 원리로 살고자 하는 일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육의 생각을 멀리하고 영의 생각대로 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은 온통 기도하는 시간이고 하나님께 묻는 시간이고 하나님의 응답을 듣는 시간입니다. 기도는 정한 시간에만 하는 일이 아니요, 어디서나 저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만나고 있으니, 길을 갈 때나, 운전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나 육의 생각을 죽이고 영의 생각을 합니다.

   
▲ 군산 첫 선교 표지석

두 번째는 저의 목회의 울타리는 내가 섬기는 교회 울타리가 아니라 지도상의 우리나라 국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세상 끝까지라는 말씀을, 다만 지리적 끝이 아니라 인간의 사상 문화 정치 경제 자연 삶의 모든 형태를 관통하여 다다른 끝 간 곳으로 이해합니다. 교단의 총회장으로 총회신학교 총장으로 교단의 정체성 확립과 부흥발전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역불급이었습니다. 한편 대 사회적으로 그동안 인권운동, 민주화 반독재운동 환경운동 평화통일운동 노동운동 일치와연합운동 등에 나름대로 참여하여왔었습니다. 6.10민주항쟁 때 부산 인권위원장으로 당시 노무현 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거리 시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NCCK 대표회장을 2회(2002년 2010년)와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을 4년간 하면서 2010 평화통일선언문을 내외에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목회 일선에서 떠난 지금 호남지역에 활동하였던 미남장로교회 선교사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의 신앙정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공자선생님의 거일우 불이삼우반 즉불부야라는 말씀을 하였는데, 저는 그 문장의 뜻을 취하지 않고 첫마디 擧一隅라는 말만 택하여 책상의 한 다리라는 말에서,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다만 한쪽 다리 역할만 하고자 합니다. 어느 단체나 무슨 사역에 있어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사명은 전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지극히 작고 보잘 것 없어도 한 다리를 바로 세우는 역할에 충실히 하자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서로, 더불어, 함께하는 일치 연합에서 비록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그곳에서 주어진 책임을 열심히 하자라는 그런 삶을 살아왔지만 실은 그런 일도 제대로 못하여 왔음을 지금 매우 후회스럽습니다.

최은수 교수: 사역하신 분야의 추세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면 이런 흐름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전병호 목사: 저는 그동안 전라북도 교회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 전라북도의 100년 이상된 교회들을 찾아 소개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극동방송국과 기독교사상을 통하여 일년 이상 소개하던 중에 제가 거주하고 있는 군산에 복음을 전한 전킨(전위렴) 선교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습니다. 한국교회사에서 남장로교의 선교활동에 대한 소개는 레이놀즈 선교사, 린턴 선교사, 쉐핑 간호선교사 정도이고 그것도 극히 적은 분량에 불과하고, 전킨 선교사에 대해서는 겨우 이름 또는 한두 줄에 불과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매우 불친절한 일이요 목숨을 내어 군산과 조선 백성들에게 복음을 전한 전킨 선교사에게 이렇게 교회사가들이 무례해도 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군산의 목사님들이나 교인들까지도 그 뿌리를 알지 못하거나 무관심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전킨 선교사를 기념하는 사업을 일으키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전병호 목사(복음), 서종표 목사(성결교), 김대우 장로(기장), 배형원 시의원(복음) 박정흠 교수(기장) 백일성 시공무원(감리) 이렇게 6명이 전킨 기념사업회를 조직하였습니다. 매우 조촐한 작은 그룹입니다.

   
▲ 2019년에 열렸던 전킨 선교사 사진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전병호 목사

시작은 참 미약하였습니다. 목사 두 사람, 장로 한 사람, 집사 세 사람입니다. 이런 이들이 이 엄청난 일을 어찌할 것인가 군산 교계에 별 무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하나님의 역사이었던 것입니다. 성령께서 함께하시며 이분들의 열정이 더해지니 차츰 일의 진행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전킨 선교사가 군산에 처음으로 교회를 세웠던 수덕산 중턱에 전킨 선교사 드루 의료선교사의 선교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이분들이 처음으로 군산에 도착한 부두지점에 도착 표지석도 세웠습니다. 전킨 선교사를 소개하는 책자들도 발간하였습니다. 사단법인을 공식으로 인정받아 13명의 이사도 선임되었습니다. 조금씩 관심을 가진 교회와 교인들이 후원금도 답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군산기독교연합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되었습니다. 군산시장과 시의회 그리고 국회의원의 적극적 협력으로 전킨 기념관(정식명칭은 군산선교기념관)을 건축하는 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산이 60억으로 옛 멜본딘 여학교 건물을 복원하려고 합니다. 옛 영명학교는 이미 삼일운동기념관으로 복원을 하였습니다. 또 전킨선교기념탑을 금강하구에 세우는 계획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나 계획은 현재 100%로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 건축부담금은 0입니다. 정부와 시 도에서 지원이 가능하지만 현지 교회부담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끌어주신 주님께서 건축비 문제도 해결하여 주실 줄 믿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최은수 교수: 한국교회에 던지고 싶은 화두는 무엇인가요?

전병호 목사: 글세요, 레베카 솔닛이란 분이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소한 재난 사회학을 제창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구적인 대 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코비드 이전과 이후는 여러 가지로 다른 현상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재난에 소극적인 반응 또는 무시함으로 사회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교회들은 자기 교회의 부흥을 꾀하고 대 전도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위로할 때입니다. “내 백성을 위로하라(40:1)”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재난 신학이 없습니다. 재난 목회가 없습니다. 재난찬양이 없습니다. 저는 이 재난 시대 하나님의 위로를 선포하는 교회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전킨 선교사 추모예배 후 전체 사진

최은수 교수: 한국교회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한국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전병호 목사: 감히 제가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것은 죄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문제점이 있다면 지난 반백년 한국교회의 비록 변두리지만 한켠에 서 있었던 저로서 말할 자격이 있는가? 지적받기 때문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교회에 문제점이 없습니다. 주님의 피 값으로 세워진 한국교회는 자랑스럽습니다. 어느 교회이던 그 구성원들이 새벽마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나라를 위해 간구한 기도소리가 가득합니다. 한국교회는 십자가를 지고 간 수많은 선한 성도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에 문제점이 없습니다. 보수주의 신학도 진보주의 신학도 모두 훌륭하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의 신학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사람이 문제입니다. 일부 목사님들이 문제이고, 일부 평신도들이 문제입니다. 모든 문제는 높아지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이고, 많이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이 조금 낮아지고자 하고, 조금이라도 작게 가지고자 한다면 한국교회의 문제는 그만큼 없어질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회개해야 할 사람이 회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최은수 교수: 은퇴 지도자로서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하시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전병호 목사: 은퇴 지도자라고 하셨는데 저는 은퇴를 한 적 없습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니 오늘도 저는 주의 일을 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게 부여하신 일은 하고 있습니다. 저는 쉰다는 말을 싫어합니다. 쉬는 일은 천국 가면 얼마든지 쉬게 해 주실 것입니다. 반백년 목회에서 휴가도 없었고 물론 안식년은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산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니 주의 일을 위해 나름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생의 과업은 없습니다. 제가 제주도에 있을 때는 제주복음화와 도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래서 방언성경을 만들고 제주민속보존운동을 벌였습니다. 부산에 있을 때는 당시 시대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일이 무엇일까? 그래서 시위현장에 있었습니다. 지금 군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주께서 맡기신 일은 전키 기념사업임을 알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저의 과업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맡기실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미래가 궁금해 지금을 삽니다. 주께서 저에게 맡기실 그 일이 궁금해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는 골프도 치고 등산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여생을 유유자적하고 있지만, 저는 그럴 새가 없습니다. 오늘 나에게 주신 과업을 다 한 다음에 그럴 시간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80가까이 살면서 무슨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지금 내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주께서 내일 저에게 과업을 안 주실 것이라 생각하니 불가불 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은수 교수: 신앙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또는 다음 세대에 주시고 싶은 명언 한마디는 무엇인가?

전병호 목사: 후배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그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어 슬퍼지고 하나님께 울며 기도합니다. 앞으로 50년 후 시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일 것입니다. 신인류시대. 그러나 엄청난 죄악이 평풍처럼 지구를 둘러쌀 그 시대 사람들, 그들을 위한 목회사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나의 후손들이여, 여러분들 가운데 하나님이 계심을 잊지 마시오!

그러므로 지금, 바로 여러분의 미래를 준비하십시오

이사야 62:10 “백성이 올 길을 닦으라. 큰 길을 수축하고 수축하라 돌을 제하라 만민을 위하여 기치를 들라

최은수 교수: 목사님의 신앙과 삶을 대하니 참으로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특히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신 말씀대로, 목사님도 호남지방에 복음을 전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을 기억하고 현재와 후대의 교훈으로 삼고자 하시는 노력에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미국 남장로교 파송 여성 선교사님들의 유지를 받들어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자 교회사 서술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전킨 기념사업회의 사역에 크게 고무되고 있습니다. 목사님 철학대로, 저도 한 다리로서의 역할을 통해, 전킨 기념사업회와 협력하여 숨겨지고 무시되고 왜곡되고 간과되었던 역사를 드러냄으로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런 귀한 사역을 위해 부단히 고군분투하시는 목사님과 관계자 제위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전킨 기념사업회를 통해 이 땅에 세워진 기독교가, 민폐만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섬기고 봉사하며 희생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모습이, 새롭게 각인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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