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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으로 남북한 문화 이질감 극복한다”

기사승인 2021.06.09  14: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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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돌 <남북한병행성경> 발간, 평화통일 디딤돌 기대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일제 강점기를 지나 남한과 북한의 분단 70년이 되면서 남북한의 언어의 이질감이 심화되는 가운데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한의 언어로 성경을 한 장에서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남북한병행성경> (문광서원)이 발간될 예정이어서 화제다.
 

◎ 같은 한글 써도 의미 쓰임새 다른 남북한 언어

   
▲ <남북한병행성경>

모퉁이돌선교회(이사장 이삭 목사)가 주관해서 각종 자료와 연구를 진행하여 문광서원에서 인쇄한 <남북한병행성경>은 언어 이질감으로 인해 분명히 같은 한글을 쓰면서도 의미나 쓰임새나 달라 이해가 어려운 남북한 언어 차이에서 이를 극복해 줄 수 있는 <남북한병행성경>이 출간된다는 것은 한반도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것이다.

또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북한에 있는 성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퉁이돌선교회 이삭 목사는 간행사에서 “1985년 북한선교를 시작한 이래 분단으로 인해 남북한의 언어와 문화가 크게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며 “무엇보다 한글 성경을 받은 북한 성도들이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 1999년 헬라어 원문 번역을 시작해 2007년 북한어 신약성경을 완성하고, 2015년 10월 구약의 히브리어 원문을 번역해 북한어 신구약 합본 3천 권을 인쇄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선교회가 성경 배달 사역에 그치지 않고 통일을 준비하도록 인도하셨다”며 “그 사역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사명은 서로 가른 남한과 북한의 언어를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성경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북한 성도에게도 필요한 성경이지만 남한의 성도들이 <남북한병행성경>을 읽고 북한을 이해하여 북한선교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의 언어의 이질감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에 있는 성도와 주님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성경 낭독을 담당하는 한 탈북 출신의 자매는 “북한은 가라사대라는 말이 없다. 그래서 ‘하나님이 가라사대’라고 하면 버릇없는 느낌이 드는데 ‘하나님이 말씀하시니..’라고 표현하니까 친근하고 이해가 잘 된다”라고 말했다.

   
▲ <남북한병행성경>

북한의 표준어는 평양말이다. 남한의 표준어는 서울말이다. 남한의 표준어는 낱말의 첫소리에 ㄴ, ㄹ이 나올 경우 두음법칙을 인정한다. 하지만 북한은 두음법칙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남한에서는 사이 시웃이 들어가는 반면 북한의 단어에는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남한에서 식량을 양식으로 표현하지만 북한에서는 서류나 모양을 나타내는 양식으로 이해한다. 식량으로 사용할 경우 ‘량식’이라고 해야 한다. 또한 남한에서 상대방을 적으로 보는 의미의 ‘원수’를 북한에서는 ‘원쑤’로 표기한다. 만일 ‘원수’로 표기하면 그것은 김일성 주석을 의미한다.

남한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가 한자어 병행은 물론 영어나 기타 외국어를 곁들여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남북한병행성경>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북한의 언어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북한에서 동료가 건넨 남한어 성경책을 읽고 회심한 한 탈북 출신의 A 성도는 “맨 처음 북한에서 성경책을 받았을 때, 우리말로 쓰여 있으니까 충분히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달라도 너무 달라서 ‘남조선 것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모르네’라고 중얼거렸다. 언어 차이가 작은 것 같아도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며 “<남북한병행성경>을 북한 사람들이 읽으면 제가 겪은 시행착오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총신대학교 선교대학원장 강승삼 교수는 추천사에서 “<남북한병행성경> 발간을 통해 남과 북의 성도들이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남북 언어의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최종진 박사는 “<남북한병행성경> 출간으로 남북통일과 민족복음화에 결정적 밑거름이 될 것을 분명히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 <남북한병행성경>은 번역과 편집 지침은?

   
▲ <남북한병행성경> 창세기

남한 성도들에게도 북한 성도들에게도 이해될 수 있게 편집된 <남북한병행성경>에는 번역과 몇가지 편집 원칙이 있다. 북한 사람이면 이해가 될 수 있는 북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언어와 문화를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성경 출판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김경신 교수(북한어 성경 편집인 대표)가 밝힌 <남북한 병행성경> 번역 지침을 보면 북한어 성경은 문장 부호를 쉼표(,)로 한정하였으며, 북한어 성경의 구약은 히브리어 텍스트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에서, 신약은 그리스어 텍스트 NOVUM TESTAMENTUM GRAECE (Nestle-Aland 28판)에서 번역했다.

김 교수는 “북한어 성경은 원문의 문장이 지니는 구조적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살리고자 힘쓰되 유진 나이다(Eugene Nida) 교수가 제시한 역동적 동등성(Dynamic Equivalence)이론을 참작하였다”며 “북한어 성경은 기존 번역 및 해석의 전통을 존중하되 그들이 범한 오류를 피하고자 원문의 맥락을 그대로 읽고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례를 보면 만유를 창조하신 이의 칭호는 '하나님'으로, 이스라엘의 구속자의 칭호는 ‘여호와'로 옮기되 이스라엘의 하나님 YHWH를 처음 영어로 번역이 될 때부터 사용된 ’여호와'로 음역하였다.

유대교회의 전통은 이를 Ha Shem 또는 Adonai(The Lord)로 표기하나, 이는 후대에 만들어진 제한 규정이다. 구약이나 신약 본문의 맥락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그분이 이스라엘에게 계시하신 Personal Name을 그대로 부르면서 인격 대인격으로 대면하여 하나님과 대화하였다.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금하셨으나 그의 백성이 담대히 그의 이름을 부르며 나아가는 것은 결코 금하지 아니하셨으므로 이를 음역하였다.

또한 기존의 번역은 사람이 하나님을 대면할 때에 2인칭 단수 대명사 '당신께서'를 '주께서' 등의 간접 호칭했지만 이것은 동양문화의 전통을 살리려 하여 원문의 맥락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을 원어대로 표현하기로 하고 하나님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2인칭 단수 대명사를 '당신'으로 번역하되 필요시 토씨로써 존대(예: 당신께서)를 살리고 있다.

북한어 성경은 본문의 장과 절의 구분으로 개역 한글 성경의 구분을 존중하되 문맥상 달리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변경하고 있다. 또한 성경의 지명, 인명, 각 책의 명칭 등 고유명사들의 경우, 성경 번역의 전통에 따라 기존 역본들의 것을 가급적 그대로 받아들여 개역 성경의 용어들 중 이미 굳어진 것들을 무리하게 바꾸지 않았으나 도량형이나 달력의 명칭은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문의 그것을 살렸다.

예로 영역본의 ‘규빗'은 히브리어 '암마'로 옮겼고, 달란트의 경우 신약에서는 그리스어 원문대로 ’달란트’로 그대로 두고, 구약에서는 ‘키칼'로 번역했다.

   
▲ <남북한병행성경> 마태복음

북한어 성경은 원문의 의미를 정확히 살리되 현대 북한 사람들의 언어 감각에 맞추어 과감히 뜻을 풀은 것이 남한 성경과 차별된다. 기존 역본들에서 번제'로 번역된 것은 불에 태우며 드리는 제사와 제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구약에서는 제사를 드리는 행위와 바쳐지는 제물이 분명히 구별되어 있다. 따라서 제물을 태우며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는 '태움제사'로, 불에 태워 바쳐지는 제물은 '태움제물’로 번역했다. 또한 ‘소제'는 곡식의 낟알을 고운 가루로 만들어 드리는 제사와 제물이므로 '곡식제사' 또는 '곡식제물’로, ‘전제’는 포도주를 부어드리는 것이므로 ‘부음제물’로 번역했다.

‘무교병'은 ’누룩 없는 떡'으로, ‘유교병'은 '누룩떡'으로, 기름에 섞어 번철에 구웠을 때, 그 구워진 정도에 따라 더 부드러운 것은 ’부침'으로, 더 단단한 것은 '과자'로 번역했다.

'장자'는 ‘맏배 아들'로 번역했다. 그 이유는 맏배 아들은 어머니의 태를 맨 처음으로 열고 나온 자식이 아들일 경우만을 가리키며 만일 첫 아이가 딸이고 그 다음에 아들이 태어나면 그 아들은 성경에서 뜻하는 맏배 아들이 아니다. 가축과 관련하여 '맏배 수컷’과 '맏배 암컷’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설명된다.

'기업'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나 그 밖의 자산이므로 '물림가산'으로, ‘인자함'이나 ’자비로움'등을 포함하여 히브리어로 '헤세드'를 뜻하는 낱말은 '인의'로 번역했다.

김경신 교수는 “구약 전체에서 히브리어의 '헤세드’(본 성경에서 인의로 옮겨짐)와 '에메트'(성실로 옮겨짐)는 한 쌍을 이루며 자주 함께 등장한다”며 “인의는 피의 맹약에 기초한 사랑의 관계를 뜻하고 성실'은 계약의 양 당사자가 계약, 곧 말씀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필요한 신실성을 가리키는데, 인의가 중심 명사이고 성실은 인의를 꾸미는 형용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남한 성경에서 사용하는 '예언'을 ‘대언’으로 번역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예언’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말하는 것으로써 성경의 선지자들뿐 아니라 믿지 않는 일반사람이나 점쟁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구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언'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것이므로 오직 신실한 하나님의 종들만이 대언자(히브리어로 '나비')가 될 수 있다”며 “물론 이 대언에는 미리 말한다는 뜻도 들어 있으나 성경에서의 대언은 미리 말한다는 의미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한다는 의미에 강조점이 있으므로 '예언'을 ‘대언'으로 번역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번역 사례를 보면 '왕'을 나라의 우두머리 칭호로 사용하나 그것을 '임금'으로 번역했다. 그 이유는 선교사들이 주도한 초창기 한국어 성경의 번역 원본은 영어나 중국어 또는 일본어 번역에 기초한 것으로써 이미 그들 문화의 옷을 입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어 성경에서는 한글 우선 원칙에 따라 그러한 문화의 옷을 걷어내려고 노력했다.

'면류관'은 임금이 쓰는 관을 의미하고, '영관'은 임금이 공을 세운 백성에게 씌워 주는 관을 의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면류관'은 '영관'으로 번역하고 있다.

'진실로'는 '아멘'으로 번역했다. 그리스어 성경과 이후의 번역본들은 히브리어 '아멘'을 의역하지 않고 음 그대로 옮겼기에 그 전통을 따른 번역을 취했다.

또 다른 사례로 대표적으로 남한어와 북한어의 다른 것을 예로 들면 '아내'는 ’안해‘, 먹을 ’양식'은 ‘량식', '시냇물’은 ‘시내물', '바닷가'는 '바다가'로 '외치다'는 '웨치다'로 '황폐’는 '황페‘로 ’폐하다'는 '페하다'로 '일꾼'이 '일군'과 같이 '꾼'은 '~군'으로 차이가 있다.

남한과 북한은 사전의 배열도 달리한다. 남한의 자음은 ㄱ ㄲㄴㄷㄸㄹ ㅁ ㅂㅃ ㅆㅇㅈ ㅊ ㅋ ㅌ ㅍ ㅎ의 순서인 반면에 북한의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ㅆ ㅉ ㅇ의 순서로 되어있는데 ㅇ의 경우 초성이 아니고 종성일 경우에는 스 다음에 이 나온다. 모음도 남한은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인 반면에 북한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ㅘ ㅝ ㅙ ㅞ로 되어 있습니다.

김 교수는 “그 밖에도 많은 낱말을 원문에 더 부합하고 현대의 북한어에 맞게 옮겨 북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남한 사람들이 다가올 통일을 대비해 북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여 통일이 되었을 때에 언어상의 혼란을 줄이려고 하였다”며 “향후 본문에 대한 사전, 어구 색인, 지도 등을 삽입하여 북한 성도들의 편의를 도모하며 필요에 따라 각주를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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