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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제한 어디까지 가능한가?

기사승인 2021.09.27  11: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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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총균 목사의 논단

오총균 목사/ 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
 

   
오총균 목사

 1. 서론

예장 통합교단 헌법 제6조(권징)에서는교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권징을 행사한다. 권징은 신앙과 도덕에 관한 것이요, 국법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정치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헌법 조문은 예장 통합교단이 지니는 종교단체로서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보여준다. 교단 안에서 행하여지는 권징은 국법(國法)에 관한 판단이나 심판 행위가 아니라, 교단이 제정한 자체 규정을 가지고 신앙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나름의 법률행위를 행하는 것이다. 교단 안에서 행하는 법률행위는 국가 기관이나 국가 법원에서 행하는 법률행위와 그 성격이 다르다. 교단 헌법에 명시한 대로 ‘신앙과 도덕에 관한 것’으로 국한하고 있어 그 외의 국법(國法)에 관한 것은 국가 기관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 비록 어느 종교집단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국법(國法)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은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실제로 통합교단 권징법에서는 국가 민사 및 형사소송법, 행정소송법 절차를 상당 부분 도입하고 있다. 종교단체가 지닌 특수성을 유지하면서도 국가법과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예장 통합교단 헌법위원회는 오는 제106회 총회 본회에 일명국가기관 소송의뢰 금지법을 상정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 기독교인의 정체성

   
 

기독교인은 천국시민으로 존재하지만 자신이 속한 국가 안에 존재한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기독교인의 경우, 국가 안에 존재하는 국민으로서 여타 다른 국민들과 동일한 기본권(基本權)을 지닌다. 기독교인이 국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침해를 입을 경우, 종교단체 내에서도 그 기본권의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를 지닌다. 그러나 종교집단 내에서 이 같은 법률행위가 정의롭게 진행되지 않아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기본권의 침해를 입은 당사자는 부득불 국법(國法)에 호소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국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국법에 의한 판단과 심판을 국가와 해당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법이 보장하는 그 기본권을 행사하고 방어하며 수호할 수 있다. 교회(교단)가 자체적으로 모든 현안을 깔끔하게 정리할 자정능력을 구비하고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여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국가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재판 청구권)을 사용하여 사회기관으로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기독교인은 국민의 자격으로 국가 안에서 국가의 보호 받을 권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과 교회도 국가의 ‘치외법권(治外法權)’에 존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국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대한민국 헌법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국민의 권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본권(基本權)이다. 국가 헌법 제10조에서 제36조까지가 이에 해당된다. 기독교인과 교회가 별도의 가치를 지니는 특수한 개인과 신앙공동체로 존재하지만 기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도 국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제10조에서 제36조까지의 기본권을 누리는 주체이다. 그런데 인권이든 기본권이든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권리는 애초부터 고정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답게 살려는 의지와 천부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가려는 투쟁이 낳은 결과로서 획득한 것이다. 미국 독립에 결정적 영향을 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페트릭 헨리(Patrick Henry)의 외침에서 보듯이 기본권은 인간으로써 누릴 천부적 인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투쟁하여 얻은 인고(忍苦)의 산물이다. 어찌 보면 수많은 인고(忍苦)의 노력으로 피 흘리며 쟁취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애국자와 압제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말은 옳은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法諺) 역시 아무리 되 새겨도 지나치지 않는 명언이다.
 

4. 새로운 기본권 보장 원리

그런데 국가 헌법 제37조에는 마치 인권의 역동적 개념에 맞는 자유와 권리보장을 탄력적으로 규정한 기본권 조항이 결론처럼 등장한다. 이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포괄성과 제한에 대하여 제시한다. 국가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하는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헌법에 기재된 기본권 조항이 없더라도 기본권 또는 인권은 보장된다는 의미이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 원리, 헌법의 이념에 기본권 보장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자로 쓰여진 성문헌법은 없더라도 민주주의 국가 형성과 운영의 근거가 되는 원리로서의 헌법은 당연히 존재하고, 주권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의 보호와 보장의 대상이 된다. 헌법에 국민의 권리와 기본권 보장 내용을 충분히 명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 조항에 들지 아니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새롭게 파생될 경우, 이 기본권이 헌법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경시될 수는 없다. 새롭게 발견되는 자유와 권리가 헌법적으로 보장해야 할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라면 헌법 규정과 동일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단 헌법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이다.
 

5. 개인이냐? 공동체냐?

인간은 태어나면서 자유인이지만 개인이면서도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자유로운 개인과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이중적(二重的) 지위를 지닌다. 그렇다면 인간은 공동체의 질서 속에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누려야 하는 존재이다. 이때 공동체는 인간의 속박물인가? 아니면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무대 혹은 환경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이에 대하여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면이 있다. 개인이 자신만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누리려하면 공동체와의 조화가 깨질 수 있고, 반면 공동체의 질서를 최대화하려면 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권리는 감소한다. 이때 어디서 그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가 핵심으로 등장한다. 기이하게도 개인이 자유와 권리를 안정적으로 누리려면 공동체의 질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개인이 원하는 대로 무제한의 자유와 권리가 허용되다 보면 무질서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평온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개인의 자유 대(對) 개인의 권리가 충돌하는 경우와 개인의 자유 대(對) 공동체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제 앞에서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게 된다. 단지 어느 정도의 제한이 적정하냐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6. 국가 헌법에 의한 기본권 유보

대한민국 헌법에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헌법에 의한 제한이고 다른 하나는 법률에 의한 제한이다. 헌법에 의한 제한을 ‘헌법유보’라 하는데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국가 헌법 제8조에서 정당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보장된다. 그러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때에는 정당의 존립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헌법 제21조에서는 언론, 출판 등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소중하고 보호를 받을 가치를 지닌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에 손상을 입히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는 없다. 이 경우 국가 헌법은 개인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피해 입은 당사자에게 배상 청구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또한 국가 헌법 제23조에서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장된 재산권 행사라 할지라도 공공의 필요에 따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 헌법은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문구를 헌법에 직접 표기하여 개인과 공공의 이익에 크게 해가 되는 경우에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7. 법률에 의한 기본권 유보

그러나 헌법에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유보 규정이 없더라도 모든 기본권은 제한할 수 있다. 국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기본권유보조항’, 혹은 ‘법률유보조항’이라 한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반드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모두 국가나 사회공동체를 위한 목적이다. 기본권 제한이 위 3가지 목적에 부합하더라도 다음 두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하나는 ‘법률’로 만들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필요한 경우’이다. 여기서 ‘필요한 경우’란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이 아주 중대한 때를 의미한다. 아무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여 얻는 공적 이익이 크고 중대한 것이 아니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 이 원칙을 일명 과잉금지원칙, 비례원칙이라 부른다. 곧 적용하는 힘이 본질에 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본권은 존중되어야 하는 핵심가치이다.
 

8.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모든 기본권의 본질은 침해할 수 없다. 기본권의 핵심은 절대로 제한 불가하다. 그런데 이 본질적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이 본질적 내용인지 자신 있게 그리고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마다 견해가 달라 결국 기본권(基本權)을 제한하는 법률을 구체적으로 따져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 법률이 정당하다고 생각되면 본질적 내용은 온전한 것이 되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본질적 내용은 손상됐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집회와 모임을 제한하는 예배의 경우,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거리두기를 실시하며 예배를 진행하되 예배의 본질마저 침해할 수는 없다. 즉 예배 자체는 금할 수 없는 본질인 것이다. 전쟁터에서도 예배는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장 통합교단 제104회 총회 시 결의한 명성교회 수습안 제7항의 내용처럼 이의 제기 및 소송을 제기할 권리마저 금지한 것은 교단 소속인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온전히 침해한 것이다. 또한 오는 예장 통합교단 제106회 총회에 발의되는 「국가기관 소송의뢰 금지법」, 즉 국가 기관의 판단을 구하는 기본권 행사를 죄과에 포함시켜 면직 출교하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지니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완벽하게 침해하는 치리권 남용인 것이다.
 

9. 결론

통합교단 제106회 총회는 헌법 권징 제3조(권징의 사유가 되는 죄과) 제16항과 헌법 권징 제13조의 1 조항의 신설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다.총회재판 없이 혹은 총회재판 중 또는 총회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국가기관(경찰, 검찰, 법원)에 고소, 소제기, 가처분신청 등을 하는 행위총회재판 없이 혹은 총회재판 중 또는 총회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국가기관(경찰, 검찰, 법원)에 고소, 소제기, 가처분신청 등을 제소한 자의 소속 치리회는 반드시 기소하여야 하고 기소 후 재판에 의해 면직 출교처분을 한다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기본권 행사를 면직, 출교로 대체하려는 법안은 일제 식민지 하에서나 가능한 인권 말살 개악안(改惡案)이다. 깨끗한 승복을 이끌어 내는 판결집행 없이 일방적으로 기본권만 제한하는 것은 선조들이 쌓아올린 헌법의 존립정신을 중대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며, 국가 기관의 판결이나 처분을 인정한 기존 교단 헌법내용(헌법 권징 제3조 제7항, 동법 제123조 제8항)과도 정면 배치된다. 본 교단을 국가의 ‘치외법권’으로 내몰며 대(對) 사회적 고립을 스스로 자초하는 불행안(不幸案)인 것이다. 따라서 해당 헌법 개정안 상정은 철회돼야 한다. 명문교단을 야만집단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총균 목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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