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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찐한 인생을 사는가

기사승인 2021.12.31  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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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자 권사의 시

우리는 얼마나 찐한 인생을 사는가

 

   
 

올해 하루 남은 시간 티비채널은 오래전 보았던
쉰들러리스트를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봄에 상영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때까지도 영화광이랄 수 있는
나도 실화인 이 영화를 봤다

나치 당원이었던 쉰들러는
돈을 벌 생각으로 쫓기는 유대인에게
헐값으로 식기 공장을
인수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나치 당원의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는 쉰들러
그다지 착하게 살아본 적 없는
그에게 인생을 다시 생각케 하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쉰들러리스트는 시작된다

1943년 2월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인
게토(ghetto) 폐쇄과정에서 지켜본
나치의 만행과

식기 공장을 함께 한 유대인 회계사 이츠하크스턴의 영향으로
생명의 존엄성에 눈을 뜨게 되고

이후 아우슈비츄 강제수용소로
옮겨져 가스실로 보내질
운명에 처한 유대인들을
자신의 목숨 같은 모든 재산을 바쳐서

1100명이나 되는 유대인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
대부분 흑백으로 처리된
화면은 깊은 우물처럼
어두운 곳에서도
밝음이 연출되는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운전 중인데 전화가 울린다
서행이라서 받았다

형님 어디세요
오늘 우리집에 한 번 들러주세요 ~

왜냐고 물으니 동생이 식품 납품을 하는데
많이 가져왔다고 가져가란다

큰일 난 것이 아님을 알고
안도하면서
장 봐 놓은 것 많으니
그냥 먹고 주위에 나눠주라 했는데

나에게 기어이 주어야
제 마음이 기쁠 거라 한다

그래 알았어 교회 예배 끝나고 갈게 했다
지난번에는 마당에 고추가 달렸다고 따가라고 해
판교에서 그 동네까지 가기도 했다

나에게 뭔가 꼭 주고 싶어하는
그 마음 알기에
삼천 원어치면 되는 것을
삼십만 윈쯤 되는 것처럼
휘발유값 들이며 가게 된다

그렇다 사랑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환산할 수 없는 거다
이 친구는 나를 가치 있게 한다

도착했는데 동생이 가져왔다며
두부 요구르트 멸치 등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들을
자꾸 내놓는다

유통기한 나는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
그냥 나를 마음에 두고 항상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기쁜 거다

돌아오려는데
그녀가 눈물에 젖어있다
놀라서 왜 그러느냐 물었다

형님한테 잘해드리고 싶어요
잊지 못할 거에요
어떻게 잊겠어요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생에 형님이 없었더라면 ᆢ

계속 울먹거리는데
나는 따라하면 안될 것 같아
악동처럼 웃으며
내가 네 곗돈 떼어먹었냐
왜 울어 하며 달랬다

사실 나는 그녀가 웃으며 사는 것만이
기쁨인데 말이다

집에 와서 내 짝한테 말하며
참 좋은 사람이라 하니
당신이 잘해서 그런 거지~ 한다

수많은 경험으로 안다
다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오지랖이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보이는 사람의 삶에
집착이었나?
뭔가 역할을 하려고 애를 쓰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돕자고 하는 터에 어려움을
안겨 받을 때 난감할 때도 여러 번 있었으니까

그런데
아직도 내게는 나를 기쁘게 하는
세월의 동반자들이
한 사람만 있어도 성공이라는데

여럿 있다
보석 같은 인연들이다

이제 올해도 하루 남았다
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가

쉰들러처럼
목숨을 살 수는 없어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어도
세모표 해놓고 지내노라면
좋은 인연이 될 때도 있는 거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연을
가위질하며 끊어냈는가

쉰들러리스트
눈물을 부르는 영화였다
"스필버그"가 눈물을 고이게 했다면
음향을 담당한 "존 월리엄스"는
그 눈물을 흐르게 했다는
평을 듣는다

가끔은 눈물을
흘리면서
떠나간 인연을 생각하자
얼마나 인간적이겠는가

 

 
▲ 이원좌 / 동숭교회 권사, 종로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등



 

이원좌 권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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