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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어린이날

기사승인 2022.05.03  10: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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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5월이 되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또 요즘은 부부의 날까지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이때가 되면 자녀로서 부모님께 다하지 못한 효도로 인해 마음이 무겁고, 자녀에게는 좋은 부모가 되어 주지 못해 마음이 무겁고, 남편에게는 좀 더 부드럽고 사랑 넘치는 아내가 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5월은 마음이 무거운 달이다. 지금도 이 무거운 마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 어린 시절의 어린이날은 지금과 같이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날이 아닌 그저 이름만 어린이날이었던 것 같다. 또한 지금처럼 공휴일도 아니었다.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때가 1970년이었으니까 지금과 같은 어린이날다운 어린이날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린이날만은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소위 말하는 훈계나 숙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도 단축하고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남산 어린이 놀이터로 우리를 데리고 가서 놀게도 하셨고, 어떤 해에는 야외 미술대회로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지천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지만, 그 당시엔 지금처럼 아파트가 없던 시절이라 어디에서든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것은 서울도 다를 바가 없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남산에 어린이를 위한 공원이 하나 조성되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지금의 동네 놀이터보다도 못한 시설의 놀이터였지만 어린 우리들에게는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학교가 남산 근처에 있으니 그 혜택을 많이 본 셈이다.

   
 

가정에서도 지금처럼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말이 어린이날이지 다른 날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우리 가정도 마찬가지였으나 나의 부모님은 어린이날을 상기시킬 특별한 음식과 간식을 마련해 주시거나 읽어야 할 명작이나 위인전을 사 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말로만 어린이날이지 정부에서나 그 어디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행사 같은 것은 없었던 시절에 나의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어린이날에 이렇게 해주신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특별히 올해의 어린이날은 여느 해와는 다른 뜻이 있는 어린이날이다. 1923년 방정환 선생과 색동회가 어린이날을 지정하면서 시작된 어린이날이 100살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뜻있는 때에 내가 겪은 잊지 못할 어린이날의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생각해 보려 한다.

그것은 내가 어린 시절을 다 보내고 청년기에 접어든 대학 2학년 때 맞은 어린이날의 일이다. 그때가 1975년이었으니까 어린이날은 물론 공휴일이었다. 그날 나의 부모님은 교회의 한 부서에서 친목 야유회가 있어 출타하셨다. 나의 엄마는 자녀들이 먹을 점심과 간식을 잘 준비하여 놓으시고 맏딸인 나에게 동생들과 잘 지내고 있을 것을 당부하시고 떠나셨다. 부모님이 떠나시고 얼마를 지났을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자녀들이 보도록 정성스레 써 놓으신 편지였다. 어디를 오랫동안 다녀오시는 것도 아니고, 단 하루 다녀오시는데 무슨 편지인가 으아 해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글은 어린이날에 자녀들을 두고 엄마와 아버지만 야외로 나간 것을 몹시 미안해하시는 내용의 글이었다. 엄마의 자녀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우리들은 모두 다 울고 말았다.

당시 우리 집엔 맏딸인 나는 대학생이었고, 막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기에 사실 어린이라고 할만한 어린이는 없었다. 그런데도 엄마 마음엔 모두 다 어린이로 보셨던 것 같다. 설사 어린이가 있었다고 한들 아침도 맛있게 먹여주시고, 늦은 오후엔 돌아오실 것이고 기껏해야 점심 한 끼 우리끼리 먹는 것뿐인데 그것을 그렇게도 미안해하시다니… 그것도 우리들의 점심을 위해 정성껏 삼계탕을 끓여 놓으시고 가셨음에도.

이 일은 엄마의 마음을 너무도 잘 보여준 하나의 작은 사건이었지만 내 마음에는 너무도 크게 남겨진 사랑의 사건이었다. 나의 엄마는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사셨던 분이시다. 엄마가 보시기에 우리 남매들은 언제나 어린이였다. 부모는 환갑이 된 자녀에게도 ‘차 조심해라’라고 한다는 옛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이 실감 되는 일이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가 나이를 먹을 뿐이다.”라는 유대인의 격언도 생각났다.

동서고금의 진리 중의 하나는 훌륭한 자녀 배후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점이다. 성경 역시 그 점을 보여준다. 모세에겐 믿음의 어머니 요게벳이, 사무엘에겐 비전의 어머니 한나가, 디모데에겐 모범적 어머니 유니게가, 유니게에겐 희생하는 어머니 로이스가 있었다고 성경은 말한다. 또한 어거스틴에겐 기도의 어머니 모니카가, 웨슬리에게는 현명한 어머니 수산나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남매에겐 믿음과 비전과 희생과 기도의 어머니요 현명하고 사랑이 많으신 어머니가 계셨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나도 나의 엄마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신 것처럼 금년 어린이날엔 비록 결혼하여 자녀를 둔 딸이지만 그 딸에게 어린이날의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주고 싶다.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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