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책”

기사승인 2022.06.29  15:49:19

공유
default_news_ad1

- 신간/ 앤 윔즈의 <슬픔의 노래>

<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1982년 월 14일, 나의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졌습니다. 그의 스물 한 번째 생일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나의 사랑하는 아들 토드는 죽었습니다. 1982년 8월 14일 …. 그리고 나는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 앤 윔즈의 <슬픔dml 노래>

<슬픔의 노래>(바람이불어오는곳, 2022)의 저자 앤 윔즈(Ann Weems/옮긴이 장준식)는 서문에서 아들 토드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책의 부제에서 ‘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한 시편’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긴 저자가 하나님 앞에 슬픔의 탄원의 시를 기록한 책이다.

라헬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대한 애가에 등장하는 야곱의 아내이다. 이에 대한 이름은 예례이야 31장 15절과 마태복음 2장 18절에 등장한다. <슬픔을 위한 노래>도 자식을 잃은 어미의 탄식을 시편의 형식을 담아 기록하고 있다.

저자 앤 윔즈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월터 브루그만 교수가 전화를 통해 “라헬이 위로받게 될까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아니요, 라헬은 위로받지 못할 겁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위로받지 못할 거예요, 물론 내 주변에 긍휼의 마음으로 나를 대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천사들이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오직 하나님이 그녀의 눈에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실 때에만 라헬은 위로받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특별히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에 인간의 위로가 讀 않다. 저자는 브루그만 교수가 탄식 시편을 쓸 것을 제안한 것을 받아들어 몇 달 위에 다섯 편의 탄식 시를 썼다. 그리고 더 이상 쓰지 않고 서랍에 넣어두었다가 브루그만 교수가 세미나의 학생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리고 탄식의 시편은 세미나에 참석했던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실, 그것도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사람으로서는 어렵다고 말한다. 상실에 대한 책은 국내에도 많이 번역되어 있다. <하나님 앞에서 울다>, <잔인한 자비>, <오두막> 같은 책의 주제들은 모두 상실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시편 형식으로 담아낸 책은 없다.

   
▲ 앤 윔즈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한 편의 탄원시도 쓰지 않으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뺨을 타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또 다른 시편을 써서 책상 서랍 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작년 여름 그것들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나는 원고들을 서랍 속에 집어넣으며 서랍을 꽝 닫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고 밝히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탄원 시, 그것은 또 다른 상실의 슬픔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의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부모를 위한 탄식의 시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왜냐면, 여전히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울부짖음 때문이다.

번역을 했던 장준식 목사(미국 세화교회)는 “2014년 조지아에서 목회를 할 때,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이분들을 위로해 줄까 기도하면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에 내게로 왔다. 그래서 읽어보니 딱 세월호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출판되는 데는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사람들은 8년의 시간이 지난 세월호 사건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슬퍼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평생 가슴앓이를 한다.

장준식 목사는 “언제까지 슬퍼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답은 상실이 슬픔을 당한 사람이 몫입니다.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는 상실에서 충분한 슬픔을 하지 않고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입니다”라고 말했다.

장 목사의 말처럼, 저자는 사람의 위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시에 옮겨놓고 있다. 그 위로는 진실할 수 있지만, 자칫 욥의 세 친구의 모습과 같을 수 있다. ‘탄식 시편 13’이 그 모습을 잘 보여 준다.
 

탄식 시편 13

주여, 친구들조차도
마치 치유가 종이 책 속에 있는 것처럼,
하나, 둘, 셋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나의 영혼에 평화가 오고
나의 몸에 힘이 생길 것처럼
생각들 하여,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열 단계가 실려 있는
책을 내게로 가져오나이다.

그들은 왜 이해하려 들지 아니하는 것이니이까?
가장 나쁜 사람들은
마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나로 하여금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니이다.
그럴 수 없나이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나이다!
나는 위로 받지 못할 것이니이다!

고통 가운데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올바르게 슬퍼해야만 한다고 말하나이다.
자비로우신 주여!
<하략>

저자는 사람들의 위로하는 말이 결코 위로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다. 그러면 탄식을 주께로만 향하겠다며 시를 마친다.

“주여, 주께서 나타나실 때
지늘들이 내 심장에서 떨어져 나올 것이며
나는 다시 보게 될 것이니이다.
내가 보오니
나는 감사하오며
은혜로우신 주께,
오직 주께만 무릎 꿇으리이다.”

탄식 시 50편 전체가 하나님께 자기 자식을 데려가셨는지에 대한 슬픔 마음을 아뢴다. 그것은 저자의 하나님을 향한 매우 솔직한 감정의 토로이며, 무한한 하나님의 신뢰를 가지고 마무리 짓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탄식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아픈 마음을 달래는 것은 물론 정확하게 시편의 형식을 가지면서 신앙고백에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해도 끝까지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 고백을 볼 수 있다.

   
▲'세월호'에 슬픔을 당한 이들을 위해 <슬픔의 노래>를 번역했다는  장준식 목사 

장준식 목사는 조심스럽게 세월호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은 마치 인을 쳐서 봉합된 것을 뜯어내는 일과 같은 분위기이다.

자식을 잃어버리는 비극적인 일을 맞이하면 하나님을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태를 맞이한 부모들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된다. 이분들에게 동일한 아픔을 가진 분들의 위로가 필요하다.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교회에서 이런 아픔을 당한 이들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같이 위로해주고 함께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슬픔을 당하지 않으면 위로가 어렵다. 특히 저자가 아들을 잃은 뒤에 지독하게 괴롭히는 생각들은 신음과 울부짖음이 없으면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탄식 시편 16’에서 자자는 “이 밤은 결코 끝나지 아니하는 것이니이까? 주여, 내게 잠을 주옵소서! 내게 안식을 주옵소서! 아들이 죽는 순간의 기억들을 지워 주옵소서, 무섭고 지워지지 아니하는 불안을 싹 지워 주시고, 나를 잠들게 하옵소서”라고 말한다.

자녀를 잃은 뒤에 다가오는 우울과 공황장애 같은 상황, 그리고 불면증 같이 밤의 고통을 토로한다.

장준식 목사는 역자 서문에서 “아픔이 당한 사회, 아픔이 묻혀버린 사회이다. 상실의 시대에 누군가는 위로를 해 주어야 하는데, 이 책이 그런 쓰임을 받았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빛을 비춰서 이런 상실의 아픔을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회공동체에서나 사화가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는데 효과적인 방식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또한 그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님의 위로가 동반되어야 한다.
 

“주여,
주의 길은 경이로우시니이다.
주의 목소리는 우주를 호령하시니이다.
주께서 나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오니
마귀가 도망치니이다.
주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시오니
나의 영혼이 숨을 쉬리이다.
주께 감사드리오니, 주여
주는 내 존재의 숨결이시이니다”
-‘탄식시편 20’ 하반절

월터 브르그만은 “우리는 거절된 사람이 아니라 담대하게 진실을 말하는 저항자가 된다. 우리는 고본고분한 사람이 아니라 담대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된 우리의 존재 안에서, 하나님 또한 너무도 다르게 행동하신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저 상실에 대한 슬픈 탄식이 아니라 위로와 함께 성도 안에서 새로운 관점과 관계, 그리고 하나님의 온전한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 앤 윔즈의 <슬픔의 노래>는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훌륭한 애가이다. 

양봉식 기자 sunyang@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교회와신앙> 후원 회원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행 607301-01-412365 (예금주 교회와신앙)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