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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대학살의 현장을 가다(1)

기사승인 2022.09.07  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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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수 교수의 역사 현장 탐방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교수

 
아르메니아 대학살 107주년에 즈음하여

  1915년 4월 24일에 쿠데타로 집권한 오토만 투르크 제국(터키의 전신)의 민족주의 세력에 의해 아르메니아인 엘리트들이 이스탄불에서 추방당하면서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이 당시 학살된 아르메니아인의 숫자가 최대 1백5십만 명에 달하였다. 지금의 터키(현 튀르키예) 전역에 걸쳐 약 3천 개의 마을에 거처를 정하고 살던 아르메니아인들은 즉결처형이나 집단 학살을 당하였으며, 생존자들은 자신의 땅과 집 등 모든 재산을 강제로 빼앗기고 시리아 사막을 향해 죽음의 행진을 하였다.

   
▲ 아르메니아 대학살이 시작된 1915년에 살해 당한 한 시신 앞에서 고아로 보이는 소년이 주검을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시신들이 나뒹굴었기 때문에 삶과 죽음을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살인과 강간 등 헤아릴 수 없는 비인간적이며 야만적인 악행들이 저질러졌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여자들과 아이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도록 조직적으로 억압을 받았다.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를 가다’라는 연재글들을 통해 필자는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 외곽에 위치한 아르메니아 대학살 기념 공원에 대하여 언급하였었다. 그 기념관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당시의 긴박하고 처절했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토만 제국의 신진 급진 세력들이 어떻게 아르메니아인들을 집단 학살했는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을 어찌 추방했는지, 각 지방 정부와 조직적으로 연계하여 얼마나 잔혹하게 인종청소를 자행했는지 소상하게 알 수 있다.

   

▲ 노아의 방주가 도달했던 아라랏산은 고대 아르메니아의 우라투(Uratu) 왕국의 이름을 파생시켰으며
신인류이 시작점이 되었다. 반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도 여기서 유래하였다. 


역사는 역사를 낳고, 생명은 생명을 낳는다

필자가 모토처럼 사용하는 문장이다. 역사는 생명의 역사를 낳고, 그런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의 역동성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필자가 전문적으로 생명의 현장, 즉 전 세계적으로 교회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흔적들을 찾아 다닌 지 어언 3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대부분 연구비 지원을 받아 생명의 현장을 누비다 보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고 이제 네 번째 변화를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다. 필자가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의 교회사적 자취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애절한 몸부림에 전율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일관되게 하였다.

   
▲ 터키(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호수인 반 호수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놓았다. 반 박물관에 가서 표시된 빨간 점 위에 서면 해당 지역의 그림이 나온다. 반 고양이가 아라랏산에서부터 반 호수까지 헤엄쳐 왔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반 호수(Van Lake)는 소금 성분을 머금은 물이 흘러들어 소금호수가 되었다. 

특히, 코카서스의 예루살렘이자 전 실크로드의 거룩한 도성이라 할 수 있는 애니(Ani)에 대하여 나누면서 수많은 독자들과 더불어 공감했고 동일한 감성에 젖기도 했다. 그러면서 필자가 지향해 오던 사필귀정의 사명이 더욱더 불타오르며 무시되고 왜곡되고 파괴되고 은닉된 아르메니아 교회 역사에 대하여 더 자세히 사실해 보아야겠다는 감동을 받게 되었다. 아르메니아 교회의 생명력이 필자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특히 이슬람권인 터키(튀르키예)에게 빼앗겨 버린 수많은 아르메니아 유적들에 대하여 필자는 오묘한 끌림을 받게 되었다. 마치 바울이 드로아에서 마케도니아인의 환상을 보고 유럽 선교를 시작했듯이 말이다.
 

   
▲ 반 호수가 소금호수임으로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반 고양이(Van Cat)는 좋으나, 그것에 내포된 정신은 증오한다

일반적으로 오토만 제국의 신진 세력에 의해 거국적으로 자행된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국제적으로 제국 내 정치적으로 위기를 느낀 민족주의자들의 인종청소라고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여러 가지 부차적인 요인들이 역사가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필자는 조금 다르게 반 고양이(Van Cat)를 중심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터키의 동부, 즉 동부 아나톨리아는 고대로부터 아르메니아인의 땅이었다. 아르메니아도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역사를 언급하지만, 실제적인 역사의 시작은 우라투(Urartu) 왕국으로부터 기술한다. 이 ‘우라투’ 단어는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던 아라랏산에서 파생되어 나온 단어로 알려져 있다.

   
▲ 반 박물관에 소장중인 교회 대문이다. 아르메니아의 수도로 오랜동안 번성했던 반(Van)은 수많은 교회들로 영광을 누렸던 거룩한 도시였다. 반 박물관도 아르메니아 역사를 빼고는 별로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 체제 하에서도 숨길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즉, 아르메니아인들은 자신들을 대홍수 이후 시작된 신인류의 직계라고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무리 지형의 대격변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인류의 시작인 에덴동산의 역사적 위치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곳도 아르메니아이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아르메니아인들이 갖는 자긍심은 그 어떤 민족보다 크면 컸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동부 아나톨리아이자 아르메니아 고원지대로 알려진 지역에서 가장 오랫동안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 반(Van)이다. 반이라는 이름도 고대 우라투 왕국의 언어에서 유래되었다. 반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이 반 고양이다(Van Cat). 반 고양이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다. 둘째는 물을 좋아하고 수영을 즐긴다는 점이다. 셋째는 반 고양이가 전체적으로 분필과 같이 하얀색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고양이는 꼬리에 색깔이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목 부분과 다른 부분에도 색깔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특징은 생물학적으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으나, 나머지 세 가지 특징은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때문에 오토만 제국의 이슬람 세력에게는 증오를 가중시킬 수 있는 것들이었다.

   

▲ 반 고양이(Van Cat)를 연구하는 대학 부설 기관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이다. 반 고양이는 두 눈의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를 특징으로 한다. 털의 색깔은 분필처럼 하얀색이다(왼쪽 사진). 반 고양이의 기상이 느껴진다. 아르메니아인의 굴하지 않는 정신처럼 말이다(오른쪽 사진)

왜냐하면 아르메니아의 역사인 고대 우라투 왕국의 이름도 영산인 아라랏산에서 나왔듯이, 반 고양이의 세 가지 특징들도 노아의 방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과 관련하여, 노아의 방주가 아라랏산에 도착한 후, 반 고양이가 수영을 해서 반 호수(Van Lake)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 특징인 반 고양의 꼬리에 있는 색깔은 반 고양이가 노아의 방주가 아라랏산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나가려다 문에 찧여서 생겼다는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하나님이 반 고양이의 목 부분과 기타 신체 부위를 쓰다듬자 색깔이 새겨졌다는 이야기다.
 

정신의 말살은 종교적 인종적 청소로 이어지고

이런 반 고양이(Van Cat)와 관련된 이야기만 놓고 보더라도 새롭게 무력으로 권력을 잡은 민족주의자들에게 아르메니아인의 존재는 위협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사실 오토만 제국이 침략으로 당시의 영토를 복속시켰다는 점을 생각할 때, 고대로부터 동부 아나톨리아 지역을 호령하며 누가 보아도 분명한 기독교적 정체성을 견지하며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두렵기까지 했으리라.

아르메니아인들은 철저한 기독교 신앙에 입각하여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마다 자신들의 위용을 드러내며 최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외세의 침략과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견뎌왔다. 아르메니아인들에 비해 역사도 일천한 오토만 제국의 입장에서는 열등의식을 가질 수도 있는 현상이었다.

   
▲ 반 고양이 식구들이다. 세 마리의 새끼들이 모두 건강해 보이고 어미의 정성스런 돌봄을 받고 있다. 반 고양이는 아라랏산에서부터 반 호수까지 수영해 왔다는 이야기처럼 물을 좋아하고 수영을 즐긴다(왼쪽 사진). 반 고양이의 목에 색깔이 선명하다. 하나님이 쓰다듬어서 생긴 색깔이라고 전해진다. 반 고양이와 연관된 이야기만으로도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는 극에 달할 수 있을 것이다(오른쪽 사진). 

더군다나 아르메니아가 301년에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이후로 조명자 그레고리의 정신에 입각하여 교육제도를 발전시키며 최고의 인재들을 배출해 왔던 점이 오토만 제국의 신진 민족주의자들에게 눈엣가시처럼 껄끄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고급 인재들이 지성인들의 리더들이 되고 오토만 제국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으니 민족주의자들의 눈에 살기가 드리워질 만하였다.

오토만 제국의 신진 민족주의자들은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아나톨리아 전역에 걸쳐서 아르메니아인들과 연관된 유무형의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아르메니아인의 정기가 서려 있는 동부 아나톨리아(현 터키의 동부) 지역에서의 청소는 대청소라고 할 정도로 처절하고 악랄하였다. 혹시 반 고양이(Van Cat)는 멸종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 속에 담겨진 정신은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 아르메니아인들을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는 쿠르드족이나 터키 정부가 자신들의 유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유적이지만, 실제로는 건물 자체도 그 주변에 산재한 묘비들도 거의 대부분 아르메니아 것들이다. 아르메니아 교회는 항상 아라랏산을 올려놓은 구조다. 반 지역에 불어닥친 종교적 인종적 대청소의 와중에서도 살아남았다. 생명은 강하다.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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