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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단 세습방지법 존속의 정당성 분명한가?

기사승인 2022.09.13  1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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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총균 목사의 논단

오총균 목사/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목회자후원센터장, 정왕영재교육원이사장,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 박사

   
 오총균 목사

  1. 서론

필자는 지난 9월 5일 통합교단 세습방지법 과연 적법한 법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쓴 바 있다. 이 글을 접한 몇몇 분들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왔다. 필자는 교단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의 규정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2004년부터 부친의 후임으로 대전성광교회 청빙(위임목사)을 받고 만 5년 동안 목회를 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법으로 목회 세습을 규제하지 않았고, 나름대로는 대를 이어 목회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컸었다. 지금도 그 목회를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2014년 교단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이 제정될 당시 해당 법이 필자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왔다(본 논의에서도 이 법을 ‘세습방지법’이라 칭한다). 이에 목회 세습과 관련된 사건에 유독 깊은 관심을 보였고, 때로는 필자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기도 한다.

예장 통합교단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교단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의 존•폐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어서 그렇다. 이 헌법 규정의 존•폐 여부가 교단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오는 제107회 총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 상황에서 일명 ‘세습방지법’에 대한 입법의 취지를 살피고, 해당 헌법의 존속 사유를 점검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번 글의 후속편으로 세습방지법이 존속되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분명한지, 사회적 및 성서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 교회법의 제정 및 개정 원리

   
 

법이란 시대정신과 연계되어 있다. ‘리엄 머피(Liam Murpy)’는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What Makes Law)’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법의 본성에 대하여 실증주의적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는 법의 내용이 언제나 사회적 사실들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법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했다. 대 사회적 요구가 법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법이나 사회법이 지니는 일반적인 법 제정 원리와는 달리, 교회법은 단순히 시대정신에 근거한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교회법은 나름의 기독교 종교집단이 추구하는 도덕성과 가치관이 반영되어야 하고, 여기에 더하여 적어도 성서적 근거가 분명하게 밑받침되어야 한다. 만일 이 같은 내용의 원리가 반영되지 않고 교회법이 만들어진다면 법이 제정된 이후에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일게 되고, 그 법이 법적 다툼을 일으키는 동인(動因)이 되기도 한다.

교회법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기독교 종교단체만의 고유한 도덕성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성서적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법은 시대적 산물로서 새로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존속하다가 폐기되기도 한다. 교회법이 더 사회적이고, 더 도덕적이고, 더 성서적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이를 금기할 이유는 없다. 통합교단 헌법에는 헌법 조문을 신설(또는 폐기), 혹은 기존 법조문을 개정할 수 있는 규정을 담고 있다(교단 헌법 제16장). 이에 따라 위 3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법의 개정안이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면 언제든지 개정의 길은 열려있어 가능하리라 본다.
 

3. 교회법의 공공성

앞서 말했듯이 교회법에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사회적 요구와 기독교 가치관에 근거한 도덕성, 그리고 성서적 근거가 포함돼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엡1:23) 하나님 백성들의 회집이기에(고후6:16), 교단 헌법 정치원리 제5조(치리권)에 부합해야 한다. 통합교단에서의 ‘치리권’은 행정권과 권징권을 말한다(헌법 정치 제63조 제2항). 온 교회가 택하여 세운 대표자(목사, 장로)로 이 권한을 행사케 한다. 이 치리권은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섬기고 전달하는 것으로, 사람의 사견이나 인간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을 배격한다. 반드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치리권이 행사돼야 한다(마6:10). 이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원칙이 ‘교단 헌법’이다.

헌법은 교단의 최고 규범으로, 헌법의 설계에 의해 구성된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는 치리권 행사를 위해 중대한 권한이 주어진다(교단 헌법 제9장). 그것은 곧 교인들로 도덕과 영적 사건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법에 복종케 하는 것이다(교단 헌법 정치 제63조 제1항). 이 권한 행사를 위하여 구체적인 법조문을 적법 절차를 따라 만들고 그 규정대로 적용하는 것, 이것이 곧 교회법의 공공성(公共性)이다. 본 교단 헌법은 성경에 기초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화평과 유익을 위하여 만들어진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헌법(1643)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제정되는 교회법은 먼저 그 사회적 요구가 기독교 정신과 성경 말씀에 부합되는지 검토되어야 하고, 그 토대 위에서 실천이 강조돼야 한다. 이러한 교회법 제정원리를 충족하며 만들어진 교단법은 탄탄한 공신력을 지니게 되며, 교단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리스도의 법에 복종케 되는 열매를 맺게 된다.
 

4. 세습방지법의 입법 취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제 사회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노블리스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노블리스(noblesse)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제(oblige)는 '달걀의 노른자'를 의미한다. 이 두 단어가 합성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닭의 사명이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실제 알을 낳는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는 그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 정신은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이 시대정신은 교회라고 예외 일 수는 없었다. 가난했던 시절과는 달리 교회가 경제력을 지니면서 교회의 공공성과 대 사회적 책임성에 대한 의무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본 교단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2013년 교단 제98회 총회에 ‘목회 세습에 대한 금지를 규정한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해 달라는 헌의 안건’이 7개 노회에 의해 제출되었다. 총회는 압도적인 표차로 세습방지법의 제정을 의결하였다. 다음해 제99회 총회에서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이라는 교회의 시대적 책임과 복음의 가치를 반영한 ‘선진화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우연히 만든 법도 아니며, 소수의 주도하에 특정교회를 겨냥하여 만든 법도 아니다. 당시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시대적 요구에 교회도 책임 있게 응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를 반영하여 만든 법(미자립 교회는 제외)이다. 사회 언론은 세습방지법을 만든 본 교단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고, 교단 내 구성원들은 교단에 대한 자부심이 크게 충천(衝天)되었다. 이러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세습방지법’은 한국교회 자타가 인정하는 자랑스러운 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위용(威容)을 드러내고 있다.
 

5. 세습방지법의 성서적 근거

그런데 여기서 세습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교회가 세습을 하면 상처를 받고 떠나는 교인은 있어도, 세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교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목사가 ‘참(진리)과 청렴’이 아닌 ‘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을 드러내면 교인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충격과 상처를 입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고전9:12’의 말씀은 정곡을 찌른다. 바울은 사도로써 수고하여 얻는 응분의 대가를 취함이 정당하나, 이로 인해 그리스도의 복음에 장애가 된다면 기꺼이 자신의 권리(고전9:1,4-6)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한다. 자신의 권리 행사로 형제의 양심에 상처를 입히고 그를 실족케 하는 것은 구원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차라리 죽을지언정’ 그 권리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고전9:15). 어떤 이유에서든 그리스도께서 대신하여 죽은 형제를 망하게 하는 것은 범죄라며(고전8:12), 복음 전함이 생계 수단처럼 비추어지는 것(탐욕)을 철저히 경계했다(행20:31,살전2:5).

바울의 선택 기준은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과 몫이 아니었다. 오직 이웃의 유익과 구원이었다(고전9:22). 모든 것이 가하나 유익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접었고(고전6:12), 덕이 되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했다(고전10:23). 바울에게는 오로지 더 많은 사람을 얻는 구원에 초점이 모아졌다(고전10:33).

결론적으로 인류 구원을 위해 낮아지시며 하늘 보좌를 포기하신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도()를 실천하는 것(2:6-8),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내어주신 성부의 자기희생을 실천하는 것(8:32), 이것이 바로 세습방지법의 성서적 근거이다. 의인 99명으로 인해 기뻐하는 것보다 죄인 1명의 구원을 더 크게 기뻐하며 수용하는 것(눅15:7), 이것이 세습방지법의 성서적 근거인 것이다.
 

6. 세습방지법의 선교적 가치

필자는 세습 목회 현장에서 조용히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의외로 있음을 발견했다. 현재는 본래 시무하던 목양지로 복귀하여 목회를 하고 있지만, 자유 목회를 하게 되어 마음만은 홀가분하다. 영국의 스펄전(Charles Haddon Spurgeon)목사는 불신자들이 신자의 삶을 보고 교회를 알게 된다고 보았다. 신자는 성경을 읽지만 불신자는 신자의 삶을 읽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목사 포함)의 삶은 선교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어느 목사가 전임자(부친)의 후임으로 대형교회 청빙을 받았으나, 그 청빙을 거부하고 가난한 목회 현장을 선택했다면, 이 자기희생의 미담은 큰 화제(話題) 거리가 될 것이다. 이 때 불신자들에게 교회는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것이고, 교회는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등단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교회는 높은 도덕성을 지닌 기관으로 인식되어 100% 이상의 선교 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 세습방지법이 자의적으로 준행된다면 불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화신체로 존재하는 교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세습방지법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와, 저울로 측량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탁월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마치 밭에 묻혀있는 보화와 같다(마13:41) 할 것이다. 교회로 진정한 교회되게 하고 하나님의 선교를 구현하는 최상의 선교적 도구가 아닐 수 없다. 이 도구가 결실을 맺는다면 교회는 사회 속에 꼭 필요한 기관 제1순위로 등극하게 될 것이다(행2:47). 그리될 경우, 본 교단은 저성장 구조에서 탈피하여 코로나 팬데믹(Pandemic)으로 손상된 교회의 위상을 쇄신하고 교회의 존재감을 회복시킬 것이며, 한국교회 선교에 공헌하는 명문교단으로 급부상(急浮上)하게 될 것이다.
 

7. 교회의 대 사회적 책임

어떤 이는 교회를 향한 사회의 요구에 교회가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 라고 반문한다. 교회를 향한 외부의 요구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이나, 교회가 지닌 사회성을 고려할 때 너무도 아쉬운 말이다. 교회는 사회와 격리된 채 홀로 존재하는 섬이 아니다. 사회와 담을 쌓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치외법권’에 머물 수 있는 집단도 아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세상과 분리되어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사회 속의 공기관이다(5:13-14).

만일 교회가 사회와 거리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선교(요3:16-the mission of God)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교회는 세상을 채워가는 그리스도의 충만함(엡1:23)이기에,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경적 요구는 너무도 분명하다. ① 마5:16-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② 행2:47-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③ 딤전4:7-또 외인에게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할지니 비방과 마귀의 올무에 빠질까 염려하라. ④ 벧전2:12-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 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교회가 사회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보다 먼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의 본질적 목적에 충실히 부합할 때, 교회의 존재 가치는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심장을 이식받은 교회가 자기희생의 본을 보이며 사회를 선도(先導)할 때 교회는 세상 속의 소금과 빛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8. 결론

실제로는 너무도 소중하지만 평소 그 소중한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비대치성’이라 한다. 또한 변화의 조건을 거꾸로 하여도 그 변화가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성질을 ‘비가역성’이라 한다. 시간, 돈, 건강 등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세습방지법도 이에 포함된다. 이 법은 자칫 비대치성과 비가역성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잃어버린 후 그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겠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래서 있을 때 지키라는(잘하라)는 말이 진리다.

헌법이 금지했기에 억지로 지키는 것보다, 법을 초월하여 자발적으로 인카네이션(incarnatio)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답고 복된 교회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필자의 이 글이 섣불리 폐기하면 다시 복구할 수 없는 소중한 법을 굳게 지켜내는 기폭제가 되고, 해당 법을 힘으로 밀어붙여 폐기하고 난 후, 가슴 치며 후회하는 일을 사전에 막아내는 작은 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쓰면서 귀중한 통찰을 얻었다. 현재의 시무 교회가 세습 목양지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지만 스스로 낮은 곳을 선택한 것에 대하여 감사하며 자부심과 위안을 느낀다. 목사는 자기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자유가 있지만, 실제 자신의 권리를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참 자유인이 되기란 힘들고도 어렵다. 그럼에도 바울처럼 평범함을 뛰어넘어 비범한 참 자유인의 삶을 살아간다면 이런 차별화된 삶이야말로 진정한 목사다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전9;1). 이 글을 쓰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오총균 목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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