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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며

기사승인 2022.09.13  14: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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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 최은수 교수

  70년 214일 동안 왕위에 있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22년 9월 8일에 스코틀랜드의 발모랄 성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네 개의 연합 왕국(United Kingdom), 즉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의 상징적인 여왕으로서 왕실 역사에서 가장 길게 왕좌를 지켜서 그녀의 플래티넘(Platinum)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개최되는 중이었고, 버킹검 궁전 주변에는 이것을 기리는 축하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녀의 재임 기간은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가진 72년 110일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것이었다. 네 개의 연합왕국(United Kingdom) 내에서는 당연히 최장의 재임이었다.

일반적으로 영국이라고 하면 네 개의 연합 왕국을 말하지만, 이 명칭이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대로 연합 왕국(United Kingdom)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명칭이고, 유럽에서는 그레이트 브리튼 앤 아일스(Great Britain and Isles)라는 명칭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부언 설명을 하자면, 중세시대 잉글랜드의 플란타지넷(Plantagenet) 왕가의 에드워드 1세가 웨일즈를 복속시킴으로 두 왕국이 하나처럼 되었고, 튜더(Tudors) 왕가의 헨리 8세가 아일랜드를 합하여 세 개의 왕국을 이루었고, 1603년에 튜더 왕가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후사없이 죽자 스코트랜드의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가 되어 스튜어트 왕가가 시작됨으로 네 개의 왕국이 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네 개의 연합 왕국과 더불어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연장 선상에 있는 영연방국가들의 상징적 수장도 겸하였다.

   
▲  고 엘리지베스 2세 영국 여왕

교회와 관련하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잉글랜드 교회의 상징적 수장으로서 신앙의 자유를 수호하고 보장하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 공식적으로는 네 개의 왕국 모두가 아니라 잉글랜드 교회에 국한되는 국왕의 의무인 셈이다. 스코틀랜드는 세계 장로교회의 본산으로서 1560년 이후 장로교 정치제도에 근거한 교회로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가 되신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네 개의 연합 왕국을 통치하는 국왕일지라도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와 연관해서는 그 어떠한 공식적인 타이틀이 없고 다만 형식적으로 신앙을 수호하고 보호한다는 입장만 피력할 뿐이다. 웨일즈는 중세시대 가장 먼저 잉글랜드에 통합됨으로 약소 왕국의 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독특한 언어와 전통에 근거하여 차별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중이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가 독립할 때 로마 가톨릭 국가와 양립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연합 왕국에 남았고, 장로교가 다수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 국왕이 갖는 공식적인 명칭은 없다. 물론 잉글랜드의 청교도 혁명과 스코틀랜드의 언약도 운동의 빌미를 제공했던 국왕 중심의 교회 지배, 즉 앵글리칸니즘(성공회)의 흔적들은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 아직까지 남아 있기는 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년이 넘는 재위 기간 동안 네 개의 왕국이 갖는 독특한 전통과 신앙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화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연합하여 유니온 잭을 탄생시킨만큼 여왕은 스코틀랜드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지속하였던 것이다. 이번에 여왕이 서거한 발모랄 성도 스코틀랜드 아버딘셔에 속한 왕실 소유의 궁전이다. 왕실의 여름 휴가지로서 정기적인 방문이 이루어져 왔다. 이번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코틀랜드에서 임종했기 때문에 그녀의 운구도 에딘버러의 홀리루드 궁전을 거쳐 성 자일스 대교회를 경유하게 된다. 성 자일스 교회에서는 대중들의 조문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만큼 연합 왕국의 제왕들은 스코틀랜드에 지극 정성을 다해 왔다.

튜더 왕가의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철저하게 중용의 도를 지키며 불편부당하게 모든 사안들을 처리했다고 평가된다. 사실 엘리자베스 2세가 연합 왕국 내에서 존경을 받는 이유가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솔선수범하여 국민과 동고동락을 했기 때문이다. 세계제2차대전이 한창일 무렵에는 그녀가 여군으로 복무하며 전쟁의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폭격을 피해 안전한 다른 나라로 가라는 권고도 거절하고 본토에 남아 대중들과 함께하였다. 그녀가 전승일에 공주의 신분을 숨기고 환호하는 대중들 속에 동화되어 거리를 활보한 일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필자가 스코틀랜드에 있을 때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하여 어린 아이들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졌을 때도 여왕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지근 거리에서 목도한 바 있다. 여왕의 인품만큼이나 신앙도 국민에게 모범이 될 만하였다.

이제 그녀의 서거에 즈음하여 잉글랜드를 제외한 세 개의 왕국들은 더 이상 연합 왕국에 연연하지 않고 독립된 국가로서 각자 도생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미 종교적으로 잉글랜드와 결을 달리하던 교회들도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상징적으로나마 각 왕국들의 독특성을 인정하고 신앙적인 존중의 자세로 화합에 앞장섰던 여왕의 죽음으로 신앙의 풍향계가 어디로 쏠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한 주간은 그녀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연합 왕국(United Kingdom)의 웨스트민스터 홀(Westminster Hall, 의회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을 주목할 것이다. 거기서 조문객들을 맞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다음 주 월요일인 19일 현지 시간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7시)에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으로 옮겨져 한 시간 동안 장례 예배를 드리고 윈저성으로 운구되어 영면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 리그인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도 여왕의 죽음을 애도하며 한 주간 경기를 갖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대표자들과 국민도 유나이티드 킹덤(U.K)의 수도인 런던을 찾아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목도할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여왕이 보여왔던, 잉글랜드의 청교도 정신과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정신이 조화롭게 녹아든, 그녀의 고상한 삶과 신앙을 기억하고 싶다.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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