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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께서 남기신 고귀한 유산을 회고한다

기사승인 2022.09.19  13: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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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총균 목사 단상

오총균 목사/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목회자후원센터장, 정왕영재교육원이사장,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 박사

   
 오총균 목사

  필자의 부친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 품으로 가신지 2년 반이 흘렀다. 지금도 하늘 아래 어디엔가 살아계시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만날 수도, 함께 대면하여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부친께서는 살아계실 때 아버지이기 이전에 친숙한 벗이셨다. 목회 사역이라는 소명의 길을 함께 걸었던 이유 때문에도 그랬겠지만, 성품이 워낙 곧고 바른 분이셔서 늘 배우는 자세로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벗처럼 지냈던 것 같다.

목회뿐만 아니라 교단의 주요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늘 부친의 고견을 들었고, 그때마다 부친께서는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규명해 주셨다. 부친께서 이 세상을 떠나신 후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이 같은 대화를 더는 나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생존해 계실 때 언제라도 전화하면 “응 아들인가? 잘 지내나? 하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소상히 나누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좀 더 사시며 생존해 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때때로 마음속 깊숙이 몰려온다. 떠나시고 나면 아쉬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버지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부친께서는 중년 시절 폐병을 앓으시며 순간순간 각혈(咯血)을 하시곤 하셨다. 그때마다 자녀들을 모아 놓으시고 찬송가 543장을 부르게 하셨다.

   
 왼쪽부터 오승진 목사(아들), 오연원 목사(부친) 그리고 필자

1. 어려운 일 당할 때 나의 믿음 적으나 의지하는 내 주를 더욱 의지합니다. 세월 지나 갈수록 의지할 것 뿐 일세 무슨 일을 당해도 예수 의지합니다.

2. 성령께서 내 마음 밝히 비춰 주시니 인도하심 따라서 주 만 의지합니다. 세월 지나 갈수록 의지할 것 뿐 일세 무슨 일을 당해도 예수 의지합니다.

3. 밝을 때에 노래와 어둘 때에 기도로 위태할 때 도움을 주께 간구합니다. 세월 지나 갈수록 의지할 것 뿐 일세 무슨 일을 당해도 예수 의지합니다.

4. 생명 있을 동안에 예수 의지합니다. 천국 올라가도록 의지할 것 뿐 일세. 세월 지나 갈수록 의지할 것 뿐 일세 무슨 일을 당해도 예수 의지합니다.

부친께서는 목회하시던 젊은 시절부터 늑막염을 앓으시며 유독 고생을 많이 하셨다. 조부께로부터 받은 작은 유산(논 1마지기와 밭 300평)을 시무하시던 고향 교회(회인교회) 교회당을 짓는데 다 헌납하시고, 질병과 가난과 싸우시며 힘겹게 목회를 하셨다. 그런 와중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보면 외면하지 않으시고 사랑을 실천하셨다. 필자는 어린 시절 온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랐다. 정의감도 남다르셨지만 이웃 사랑의 감성도 풍부하신 양면(兩面)을 지니신 분이셨다. 건강을 회복하시고 안정된 목회를 하시다 1978년 대전(대전성광교회)으로 임지를 옮기셨다.

   

▲ 필자의 부친께서 작곡 작사하신 찬미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중년(50대)부터는 목회의 안정을 찾으셨다. 젊은 시절에 겪으셨던 고생도 더 이상은 없으셨다. 노회장도 역임하시고 총회 총대도 20년 가깝게 다니셨다. 목회의 정년도 채우셨고, 은퇴하시면서(2004년) 받은 퇴직금 전액(1억)도 하나님께 다 바치셨다. 그리고 정년퇴임 후 15년 넘는 세월을 하나님 주시는 것(원로목사 사례)으로 사셨다. 그래서 그러셨는지 50대 후반부터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시며 이런 찬미 가사를 지어 부르셨다. 찬미 제목은 “나와 항상 함께하신 주님”이었다(고전15:10).

1. 주님 저와 같이하심 나의 소원이옵고 주님 저와 동행하심 저는 애원입니다. 세상 속한 헛된 영화 내겐 아주 없어도 주를 위한 고생만은 명분이 있습니다. 환난 날에 응답 주신 주께 감사합니다.

2. 괴로워도 주 따르고 가난해도 따르며 욕 먹어도 주 따르고 비천해도 따르리. 세상 속한 헛된 영화 내겐 아주 없어도 주를 위한 고생만은 명분이 있습니다. 환난 날에 응답 주신 주께 감사합니다.

3. 병든 때에 도우시고 가난할 때 채우시고 위태할 때 지키시사 내게 응답주셨어요. 세상 속한 헛된 영화 내겐 아주 없어도 주를 위한 고생만은 명분이 있습니다. 환난 날에 응답 주신 주께 감사합니다.

4. 주를 위해 살으리라 결심 작정한 이 몸 최초에 부르신 뜻 이루어주옵소서. 세상 속한 헛된 영화 내겐 아주 없어도 주를 위한 고생만은 명분이 있습니다. 환난 날에 응답 주신 주께 감사합니다.

부친께서 2016년 1월 17일(주일) 아들이 시무하는 시흥성광교회에 오셔서 말씀을 전하신 적이 있다. 이때 하나님께 드린 헌금 봉투에 이런 기도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건강 중에 시흥성광 방문하여 말씀으로 축복하게 하신 은혜 감사합니다. 대전성광이 믿음으로 마련한 교회이오니 영원히 교회 기억하시고 부흥의 꽃을 보이게 하옵소서. 오 목사를 사랑하여 보호하여 주옵소서.” 이 기도의 내용을 보는 순간, 필자의 가슴은 메어져 내렸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이 뼛속 깊이 느껴지며 가슴 속에 다가왔다.

“오 목사(아들)를 사랑하여 보호하여 주옵소서.” 마치 바울이 에베소교회를 떠나면서 감독들을 주와 그 은혜의 말씀께 부탁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행20:32). 평소 보관하던 헌금 봉투를 꺼내어 그 기도의 내용을 읽어 보는 날에는 ‘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버지의 사랑’이 가슴 속 깊이 물밀 듯 몰려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아들 목사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간구가 하늘에 닿아 지금도 그 은혜를 덧입고 이렇게 복된 날을 살고 있구나! 생각하면 감개무량(感慨無量)함을 억제할 수가 없다. 때때로 고마우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짓게 깃들 때면 뛰는 심장을 멈출 수가 없다.

부친께서는 은퇴하시고 성경 필사(筆寫)를 여러 번 하셨다. 워낙 성경 말씀을 좋아하셨던 터이라, 늘 말씀과 기도와 예배로 사셨다. 그런데 85세가 되시던 어느 명절 가족들이 모여 드리는 예배에서 평소 하시지 않던 말씀을 하셨다. “이제 앞으로 몇 번의 명절을 맞을지 모르겠지만~” 하시며 말씀을 흐리셨다. 그 후로 2년을 넘기지 못하시고 그렇게도 그리시던 주님 품으로 훌쩍 떠나가셨다. 40년 넘게 출입하시던 주의 성전을 ‘사찰’처럼 돌보시다 병을 얻으신 지 6개월 만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 2016.1.17. 필자의 시무교회 오셔서 설교 후 드린 헌금 봉투. 그 위에 쓰신 부친의 기도

하늘나라로 가시기 몇 개월 전, 아들(필자)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시던 부친께서는 예금 통장을 몇 개 꺼내 놓으셨다. 아버지 가신 후 어머니를 위한 자금과 당신의 병원비와 장례비로 쓰시려고 앞날을 대비하여 알뜰히 모으셨다는 말씀도 곁들이셨다. 통장에는 필요 경비를 쓰고도 남을 돈이 예치되어 있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이후 부친께서는 여러 말씀을 아들에게 들려주셨다. 그 가운데 다음 2가지 말씀이 가슴에 심겨졌다.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부친의 유언과도 같은 그 말씀이 생생하게 필자의 뇌리에 살아남아 있다.

첫 번째 말씀은 “목회자로 살다 보면 원치 않게 억울한 일을 겪고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 때 고통을 가하는 그 사람을 어찌해야 하는지를 놓고 주님께 깊이 기도했다. 그런데 저들이 모르고 그리하는 것이니 사하여 달라고 기도하며 용서하기로 했다”라는 말씀이셨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자신을 돌로 치는 유대인들을 위해 용서를 구한 스데반(행7:60)이 모든 신앙 위인들 중 최고의 영성을 소유한 자였다고 설교하신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 아버지께서 예수님처럼, 스데반처럼 최고의 영성을 실천하시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하니 너무도 놀라웠다.

손양원 목사님이 아들 죽인 원수를 용서하는 사랑을 실천했다고 하시며 「사랑의 원자탄」을 아들에게 어려서부터 가르치시더니 이제 당신께서 손수 그 사랑을 실천하시는 장본인이 되셨구나! 라고 생각하니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러웠다.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훌륭한 분이셨구나’ 생각하니 필자 자신이 이런 분의 아들이라는 것에 너무도 뿌듯했다.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다. “너도 이렇게 살아라(6:44).”라고 말씀하시는 유언의 말씀으로 다가왔다. 어떤 원수도 미워하거나 대적하지 않고 그를 위해 용서를 구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하니 마음속에 고요한 평화가 흐르기 시작했다(약3:18).

두 번째 말씀은 “이제 때가 되니 주님 품으로 간다. 평소 죽으면 죽으리라 외쳤으니 마땅히 생명을 주님께 바쳐 순교하고 생을 마감했어야 하는데, 순교하지 못하고 이렇게 가는 것이 안타깝구나.”라는 말씀이셨다. 그 하신 말씀이 심오하여 의미 있게 느껴졌고 마음에 새기면 새길수록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치 아들을 향해 ‘너는 마지막 생을 마감할 때 영구히 붙잡을 수 없는 목숨, 그 생명을 주께 드려 순교하고 오거라’ 라고 당부하시는 말씀 같았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것(복음과 영생)을 위해 끝까지 붙잡고 있을 수 없는 것(목숨)을 바치라는 유언의 말씀으로 들려왔다. 참으로 소중하고 복된 유산을 아들에게 남겨주신 것 같다. 이렇든 저렇든 이 세상의 행적은 지나간다(고전8:31). 어느 때인지는 모르지만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하고 주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시90:3). 이때 그동안 누리던 생명을 주께 반납하여 순교하고 주께로 간다면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세상에 어디 또 있겠는가? 아들 사랑의 진한 농밀도(濃密度)를 보여 주시고 주님 품으로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너무도 감사하고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필자는 1979년 교육전도사(안양 호계교회)로 사역을 시작한 이래 쉴 틈 없이 40년 넘게 달려왔다. 1977년 교단 신학교에 입학할 때 함께 했던 학우들이 사역을 마치고 곳곳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되돌아보면 목회하며 맘고생도 많이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수고를 잊지 않고 다 기억해 주시는 것 같다. 의인의 자손에게는 걸식하는 일이 없게 하신다는 말씀은 진리이다(37:25). 필자는 남달리 큰 복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아버지(부친) 아들로 태어나 성전에서 나는 성미를 먹으며 하나님의 집에서 살아온 것이 가장 큰 축복이다(시92:13). 감사하게도 은퇴 후 살아갈 여건도 주께서 미리 다 예비해 주셨다.

이제 남은 현역기간 후회 없이 목회할 일만 남았다. 부친께서 남겨주신 고귀한 유산을 간직하고 언제까지 잡고 있을 수 없는 것(목숨)을 영원한 것(영생)을 위해 바치며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목회를 하며 살자고 다짐해 본다. 바울이 예수의 흔적을 자신의 몸에 남긴 것 같이(갈6:17), 남은 삶 속에 생명의 혼신이 담긴 순교의 흔적을 남기며 하나님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 가운데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하며 말이다(빌1:6). 이 글을 쓰게 하신 하나님께 또 감사한다. 

오총균 목사 skoh1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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