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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설교 준비 모임, ‘프로페짜이’를 아시나요?”

기사승인 2022.11.22  14: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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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임희국 교수(한국실천신학연구소)

<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설교는 목회자에게 제일 큰 부담입니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준비하는 설교 준비 모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프로페짜이 운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 임희국 교수는  “목회자는 설교의 과제가 제일 크고 부담이 되기도 하고 보람도 되니까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이 공동설교 준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희국 교수(67세, 한국실천신학연구소)는 한국에서 이 운동을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프로페짜이'(Propehrzei)는 취리히 종교개혁자 츠빙글리가 만든 ‘목회자 설교 준비 모임’이다.

임 교수는 “신학교에서 배운 이론 신학이 교회와 목회에 잘 연결이 안 되는 것에 고민이 많았습니다”고 언급하며 “그런 고민이 발전하다 보니까 목회현장을 신학화해야 하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고 알렸다. 그에 의하면 ‘목회현장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이다. 목회현장은 교회 울타리만이 아니라 사회현실, 정치·경제·문화와 기후 위기까지 포함하는 영역이다. 그는 목회자들이 이러한 점들을 역사적으로 성찰하고 신학적으로 반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의 신학 수준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종교개혁 시기 취리히(Zuerich)에서 진행됐던 프로페짜이에 주목했다. 취리히 종교개혁자 츠빙글리는 목회자 설교 준비 모임을 1525년에 시작했다. 이 모임이 나중에 취리히 대학으로 발전했다. 츠빙글리는 성경 본문 연구와 함께 인문주의 학습 방식을 도입해 고전 연구와 글쓰기 문장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임 교수는 이러한 목회자 설교 훈련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비전을 품고 한국실천신학연구소를 통해서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목회자의 설교 모임이기 때문에 설교 본문 연구가 중요한데, 이 점은 한국실천신학연구소에서 매년 펴내는 <예배와 강단>(대한기독교서회)의 주일 본문과 주석을 참고하고 있다.

   
▲ 2023년을 위한 <예배와 강단> 

<예배와 강단>이 <예배와 설교 핸드북>이나 <교회력에 따른 복음서 설교> 등 다른 성서정과 설교 자료집과 비교할 때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서 임희국 교수는 “지금 <예배와 강단>이라는 책은 한두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80명이 넘는 집필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설교 자료 제공이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임희국 교수는 이 운동의 집단지성도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배와 강단>의 주석과 설교 예시 뿐만 아니라, 그 본문을 연구하는 목회자들을 통해서 편협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메시지가 아닌 보다 폭이 넓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 신학자들이 주석하고 한국 목회자들이 씨름한’ <예배와 강단>을 본문으로 연구하는 이 모임을 통해서 “한국의 상황, 우리 체질과 토양에 맞는 설교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지금 현재 프로페짜이는 김만준 목사(덕수교회)팀, 임희국 교수팀, 경남산청팀, 충북단양팀, 경북안동팀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통 같은 지역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직접 만나 설교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임희국 교수팀에는 전남 광주, 경남 거문도 등에서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줌(Zoom)을 통해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임 교수팀은 전국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실천신학연구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이 모임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www.youtube.com/@user-yp6sh1ue5g/featured).

프로페짜이의 모임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에 모여 ▲시작 기도 ▲지난 주일 설교 나눔 ▲다음 주일 성경 본문 낭독 및 주석 발제 ▲ 본문에 대한 토론과 정리 ▲마침 기도 순으로 진행되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일 설교 나눔’은 지난 월요일에 함께 공부한 성경 본문을 실제로 주일 강단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간략하게 언급하는 시간이다. ‘주석 발제’는 담당자가 <예배와 강단>에 실린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 임 교수는 “한국 상황에서는 한국 신학자들이 주석하고 한국 목회자들이 씨름한 설교가 나와야 우리 체질과 토양에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임을 만들고 목회자들의 설교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다. 지금은 활자문명 시대가 퇴조하고 이미지 시대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설교도 이미지로 소통해야 하는 시대이다. 설교에 영상을 도입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그는 “기존의 설교의 기법과 방법은 시대 사조에 따라서 퇴조될 수 있습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에게 들려져야 하는 말씀입니다”고 지적하며 이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임희국 교수는 장신대를 은퇴한 이후 2020년부터 한국실천신학연구소 운영위원장으로 섬기고 있다. 역사신학 교수가 실천신학 관련 연구소를 통해서 목회자 설교 모임과 <예배와 강단> 출판을 맡았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한국실천신학연구소는 김형태 목사(연동교회)의 ‘목회교육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연구소를 이어받아서 김종렬 목사(영남신학대 초대총장)는 본인 전공인 설교학을 접목시켜 목회자들의 설교를 돕는 ‘실천신학연구소’로 발전시켰다.

김 목사는 연구소를 통해서 성서정과에 기반한 <예배와 강단>(대한기독교서회)을 출판해 목회자들에게 수준 높은 본문 주석과 설교 자료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목회자 설교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실천신학연구소’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잠시 있다가 2020년에 ‘한국실천신학연구소’로 개명하면서 이전했다. 지금 연구소의 공동대표는 김종렬, 손인웅(덕수교회 원로목사), 유경재(안동교회 원로목사), 지형은(성락성결교회) 4명이다.

임 교수가 한국실천신학연구소를 맡게 된 계기나 동기가 궁금해졌다. 그는 원래 바젤대학교에서 조직신학 교수인 로흐만의 제자였다. 하지만 블룸하르트의 설교를 조직신학적으로만 담기 어려워서 교회사 교수 게블러에게서 공동 논문 지도를 받았다. 그의 표현으로는 “한 다리는 조직신학, 다른 한 다리는 교회사인 융합적 형태의 논문”이었다.

조직신학을 전공하다가 블룸하르트의 설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81년에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한 당시는 제5공화국이었고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였는데, ‘교회가 이런 현실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고 한다. 그는 “특별히 목회자가 어떤 설교를 해야 하는지 관심이 생겼습니다”고 말했다.

   
▲ 한국실천신학연구소 유튜브 채널(사진을 클릭하면 유튜브 채널로 접속된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스위스 시골에서 목회하던 칼 바르트에 관심 가지게 됐다. 그에 따르면 “바르트도 노동자들의 권익 옹호 등 노동 문제가 사회적 이슈일 때 매주 설교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그러다 성경을 다시 이해하게 되고, 로마서 주석을 쓰게 됐습니다”고 알렸다. 임 교수는 그렇게 매주 사회적 이슈를 고민하며 설교했던 칼 바르트에 관심을 두고 석사 학위 논문 썼다. 자연스럽게 바르트에게 영향을 준 블룸하르트를 발견하게 됐다. 이것이 박사과정에서 블룸하르트를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전공은 교회사이지만, 계속 목사의 과제로서 설교가 무엇인지 고민은 일관되게 지속됐습니다”라고 언급하면서 “교회사 전공으로 25년을 신학교에서 가르치다가 은퇴하고서야 비로소 설교 준비 모임과 <예배와 강단>을 통해 목회자의 설교를 돕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고 알렸다.

그의 바람은 전국 방방곡곡마다 프로페짜이가 생기고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에 예장통합 영주노회 목회자 설교 세미나에서 강연하면서도 이 운동을 제안했다. 임 교수는 영주노회 안에서도 목회자 설교 모임이 생기길 기대하며 인사말을 전했다.

“각 지역마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프로페짜이 모임이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 일을 위해서 한국실천신학연구소가 돕겠습니다.”

이신성 기자 shinsunglee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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