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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명예를 지켜 내십시오

기사승인 2023.09.12  1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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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목사 단상

박상기 목사/ 시인. 수필가. 전 광나루문인회 회장. 전 한국 목양문학 회장. 빛내리교회 담임목사

 
▲ 박상기 목사

 만약 누군가가 내 부모나 가족을 비판하거나 욕을 한다면 분노가 치미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엊그제 어느 모임에 갔다가 타 교단 목사들이 우리 교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가십 하는 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감정입니다. 그중 어느 목사는 버젓이 외국에서 신학을 공부를 마친 아들을 자기 후임으로 앉혀놓고 자랑을 일삼던 목사입니다.

또한 목사는 개척해서 중형교회로 성장시킨 교회를 조카에게 물려주고 화려하게 조기 은퇴한 목사입니다. 그들은 필자가 통합교단 목사인 것을 알면서도 우리 교단이 콩가루 교단인 것처럼 비판했습니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지만, 변명할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우리 교단이 이렇게 가십거리가 되었는지 평소 교단에 대한 높은 자존감으로 목양해 온 필자로서 참 슬프고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에 대한 세상의 비판을 외면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도 문제이지만 엄연히 대물림을 금지하는 법을 가지고도 금력과 권력에 휘둘려 불법을 예외로 허용해 준 교단의 형평을 잃어버린 처사에 대한 거부입니다.

 

필자가 명성교회의 세습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에 대한 세상의 비판을 외면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도 문제이지만 엄연히 대물림을 금지하는 법을 가지고도 금력과 권력에 휘둘려 불법을 예외로 허용해 준 교단의 형평을 잃어버린 처사에 대한 거부입니다. 혹자는 104회 총회에서 76.4%로 가 찬성하여 수습안을 가결했으니 정당하다고 주장 하는데 수습안이 헌법 위에 있을 수도 없고, 헌법을 잠재하며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은 쥐꼬리만한 법 상식만으로도 알 수 있는 상식인데 파렴치한 소리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명성교회 세습문제는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제로섬에서 다시 풀어가야 마땅하며, 그렇게 헌법의 본래적 가치를 되돌려 놓지 않으면 두고두고 어두운 역사로 기록될 뿐 아니라 제2, 제3의 명성교회가 나타나서 교단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근자에 어떤 분과 ‘만일’을 가정하여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만일 김목사님이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법대로 명예롭게 은퇴하셨더라면, 만일 명성교회가 불법으로 세습을 강행했을 때 총회가 지엄하게 막아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김 목사님은 위대한 지도자를 넘어 성자의 반열에서 존경받았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명성교회를 통해서 하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명성교회 또한 더 큰 영향력으로 건강한 교회의 표상이 되었을 것이며 교단도 위상과 권위가 더한층 견고해져서 질서 있고 평화로운 총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만일 그랬더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으며 그간 쌓였던 교단의 권위와 명예가 크게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8회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선정하면서 불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읽고 저지하려는 진영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습문제는 끝나지 않은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교단은 점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민감한 때 일본을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감안하여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선배 목사님께 들은 얘기입니다. 일본에 여행 중에 호텔 객실에 귀중품을 놓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아무리 찾아도 없더랍니다. 그래서 필시 금방 객실 청소를 하고 지나간 사람에게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불러서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 “나는 일본 사람입니다.” 그러더랍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생각해 보니 “일본 사람은 정직합니다. 거짓말하지 않습니다”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던 거죠! 그 얘기를 듣고 일본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결이 크게 다르지만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만의 명예였습니다.

   

▲2018년 10월 9일에 방영된 MBC PD수첩의 ‘명성교회 800억원의 비밀’에서 등장하는 김삼환 목사

명예(名譽)는 한순간에 얻어질 수 있는 칭호는 아닙니다. 그야말로 만인이 인정할 만한 공로나 도덕적인 존엄으로 소위 상찬(賞讚)될 때 얻을 수 있는 이름입니다. 따라서 명예라는 이름은 쉽게 붙이는 칭호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며 목숨을 걸고라도 명예만은 지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예는 출세의 최고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돈이나 권력보다도 명예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하게 여깁니다.

교회, 교인, 교단, 목사라는 이름에는 거룩한 명예가 걸려있습니다. 그 명예는 단순히 신앙인에게 붙이는 칭호를 넘어서 오랫동안 관계 속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높은 차원의 도덕성과 윤리적인 실천을 통해 세상이 붙여준 이름입니다. 따라서 그 이름에 합당한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모두가 자신만을 위할 때 기꺼운 마음으로 배려하고, 모두가 주저하고 꺼리는 일을 자원하여 감당할 뿐 아니라, 모두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 신앙 양심에 따라 ‘!’를 외칠 수 있고, 모두가 ‘!’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이익이 있고 희생이 따르겠지만 그것이 기독인의 소중한 가치요 손상을 많이 입었지만 오늘까지 지켜온 명예입니다.

우리나라의 5대 종단인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그리고 이슬람교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을 때 5개 종교 중 불교와 천주교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개신교의 호감도는 28.0점으로 원불교(30.8점)보다도 2.8점이 낮게 조사 되었습니다. (2020년도 한국 리서치)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저 사람들이 신자답게 사는지?’ 그저 주관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함량미달이라고 여기는 세상은 교회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으며 교회 안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실망한 교인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어서 교회의 미래가 비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의 경건도 중요하지만, 이제 더이상 교회, 특별히 상징적인 대형교회와 교단이 속 보이는 짓을 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핫한 뉴스로 ‘해병대’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들도 해병대 출신이지만 해병대원이 얼마나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방송 중에 귀에 들린 60대 해병 출신의 말이 계속 마음속에서 맴돌았습니다. “해병 정신으로 했다면 그것으로 증명됐습니다!” 구차한 설명과 변명이 필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진정 해병 정신으로 했느냐가 중요하고 그렇다면 그것만으로 진실은 증명되었다는 신념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해병대의 명예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명예가 적어도 해병대의 명예만 못해서야 되겠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했다면 그것으로 증명 됐습니다!” “총회의 이름으로 했다면 그것으로 증명됐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교회와 총회의 명예가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참회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108회 총회 장소 문제로 어지러운 이 때 ‘만일’을 전재로 기분 좋은 상상을 다시 해봅니다. 만일 명성교회가 법대로 리더십이 세워졌더라면, 김목사님이 거룩한 교회의 가치를 높이 세우고 명예롭게 물러나셨더라면, 총회가 좌고우면 하지 않고 지엄하게 불법세습을 막았더라면, 108회 교단 총회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하지 않았더라면, 총회 장소에 부정적인 다수의 우려를 받아들이고 장소를 변경했더라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이제라도 총회 장소를 변경한다면.... 지난 10년 동안 명성교회와 교단이 명예를 버리고 챙긴 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헤아려보며 아쉬움과 미련으로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은 것입니다. 명예를 잃은 것은 크게 잃은 것입니다. 그런데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윈스턴 처칠)

 

 

 

 

 

 

박상기 목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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