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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깨질 뻔했네

기사승인 2024.05.03  09: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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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사모 칼럼

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이런 말이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남녀가 함께 들어왔을 때 그들의 자세를 보면 그들이 부부인지, 부부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음식점에 들어올 때 남자가 문을 열어주고 여자가 먼저 들어오면 부부가 아니요, 남자가 문 열고 먼저 들어오고 여자가 뒤따라 들어오면 부부라고 한다. 또 자리에 앉을 때도 남자가 방석을 가져다주고, 코트 벗는 것을 도와주면 부부가 아니고, 남자가 앉기에 급급하여 먼저 앉으면 부부 관계라고 한다.
 

한 마디로 친절하고 자상하게 여자를 배려해 주면 부부가 아닌 소위 말하는 내연 관계이고, 남남처럼 들어와 한자리에 앉으면 부부라는 말이다. 아내에게 마땅히 할 것을 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에게 더 잘 베푸는 이 모습은 반대로 되어야 함이 마땅하건만 그렇지 않으니 씁쓸하기만 하다.
 

이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이 말을 듣고 나서 난 음식점엘 가면 관심을 두고, 마음으론 이 말이 빗나가기를 바라면서 남녀가 들어오는 모습부터 살펴보곤 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을 조사해 보기보다 우리 부부의 모습을 먼저 보기로 했다. 우리는 분명히 부부지만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내연 관계의 모습이 보이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보다 내 마음에 먼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음식점으로 가는 동기부터도 차이가 있다. ‘함께’ 가는 것과 ‘따라가는 것’의 차이다. ‘함께’는 동등한 입장에서 즐기며 가는 것이다. 그러나 ’따라가는 것‘은 주종의 의미가 있다.
 

어느 부부나 결혼 전에는 대체로 ‘함께’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함께는 사라지고 ‘따라가는’ 때가 더 많지 않았을까? 여럿이 만나 식사할 때, 부부는 나란히 앉아 있으나 음식을 먹기 위해 온 사람인 양 대화 속에 끼지 못하여 말 한 마디 못하고 그저 조용히 먹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도 나고 또 스스로 초라해지는 마음이 들어 도대체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데리고(같이) 와서 고독을 경험하게 하는지 분노가 치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아내 혼자 먹게 하는 것이 미안하여 아내에 대한 배려로 함께 왔는데 왜 그러느냐고 도리어 화를 낸다면, 그것은 많은 사람 앞에서 혼자 먹는 것이 더 쓸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물리적인 환경만을 생각하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정말 자기중심적인 표현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어차피 집에서 혼자 먹든, 많은 사람 앞에서 혼자 먹든 혼자는 마찬가지지만, 신경 쓸 것 없이 혼자 집에서 먹는 편이 더 자유스러울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것보다 군중 속에서의 고독이 더 큼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회식의 경우이고, 부부가 둘만 외식할 때도 별로 다르지 않음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언젠가 음식점에 함께 갔을 때 일이다. 그날도 남편은 자기 혼자 먼저 식당 문으로 들어갔다. 나는 빨리 따라 들어가려다가 닫히는 문에 코를 찧고 말았다. 물론 남편은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아놓으려는 기특한 생각으로 그리하였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뒤따라오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배려도, 신경도,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니 식욕마저 멀리 도망가고 말았다.

   
@pixabay.com

그런데 이런 일을 겪은 여인이 나만이 아니었다. 내가 '코 깨질 뻔한 일'을 겪은 후,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많은 여인들이 자기도 겪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러 번 겪었다고 말하는 여인들도 있었다. 아니, 코 깨질 뻔한 경험만이 아니고 발이 문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경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많은 여인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어느 건물을 들어가든지 남편이 먼저 들어가면서 뒤따라오는 아내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무신경한 남편이 많은 사회가 우리 사회인 것 같다. 만일 남편에게 이런 일을 말하면 꽤 시시콜콜 복잡하게 군다고 핀잔받기 쉬울 뿐 자신의 그런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남편들이다. 아파트 현관에서도, 공공건물 현관에서도, 심지어는 엘리베이터 탈 때도 자신만 먼저 타고…. 어디서든 코가 깨질 뻔한 경험을 한 여인이 너무 많음이 문제다.


또 늙어서는 어떠한가? 부부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그런데 한국 남편은 자기는 먼저 가고 아내는 뒤를 졸졸 따라가는 부부가 대다수다. 한참을 먼저 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빨리 오라 하며 기다리는 남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어떤 부부는 남편이 먼저 가서 버스를 탔는데 아내가 타기도 전에 차가 먼저 떠나서 한참을 서로 찾아 헤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러한 모습이 너무도 싫기에 도리어 부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홀로 가는 것처럼 더 천천히 걸을 때도 있다. 사실, 같이 나갔다면 같이 걸어야 옳은 것이다. ‘같이’ 나갔으나 ‘따라가는’ 걸음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조금만 신경 쓰고, 조금만 천천히 걸어간다면 부부의 모습이 멋져 보일 뿐만 아니라 행복하지 않을까?


가장 아끼고 존중해야 하는 자기 아내에 대해 무신경한 남편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항의할 남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요즘에 젊은 남자들에게서는 드문 현상이고 기성세대 남자들에게 대체로 있는 현상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무튼 기성세대의 남자들은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배운 탓도 있겠지만, 그런 매너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아무 관계도 아닌 모르는 여자에 대해서는 도리어 친절하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모르는 한국 남자들. 그러면서도 대접받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아내들이 코 깨질 뻔한 경험을 더 해야 할지 마음이 씁쓸하다. 그러다 정말 코가 깨진다면….


올해에도 소위 말하는 가정의 달이 왔다. 가정의 달에는 가정과 관계되는 이름의 날이 많은데 그중에는 부부의 날도 있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안 고쳐져.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대로 살다 가". 그러나 몇 번만 신경 쓰고 결심하고 행동한다면 고쳐질 것이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노력하기 싫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그냥 자기 버릇 탓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체벌을 무섭게 하는 선생님이 있어도 내가 잘못하지 않았으면 두렵거나 무서울 필요가 없다. 무서워하는 아이는 잘못한 아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글을 읽으면 괜스레 신경이 쓰이거나 이런 글이 싫어진다면 글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면 좋겠다. 모든 남편이 이런 글과는 무관해져서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없기를 바라면서 펜을 놓는다.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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