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애 사모 칼럼 (292)
장경애 사모
▲ 장경애 수필가 |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산에 오르실 정도로 건강하셨다. 올해가 지나면 백 세가 되시는 아버지 이야기이다. 지난 가을에 발을 헛딛어 넘어지셨는데 그 후로는 그만 일어나질 못하신다. 노령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은 낙상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들는데 요즘 그 말을 절감한다. 워낙 연로하시기에 다리의 모든 기능이 사라져서 병원에서도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아버지의 그 건장하신 육신이 하루가 다르게 쇠해져 간다. 평생을 누구 못지않게 건강하게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한 번의 실수로 누워만 계신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고 아프다.
이제는 천국 가실 일만 남은 아버지께 천국 가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마음 굳게 먹고 말씀드린다. 그 말은 사실 아버지께 드리는 것이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백 세를 맞으신 아버지 문제는 곧 있을 내 문제다. 이 땅에서 사는 준비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저 영원한 나라에 갈 준비가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임을 새삼 더 깨닫게 된다. 무슨 일에든지 준비가 완벽하면 실패하는 일이 적다.
준비란 어떤 일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마음가짐이나 주변 조건 등을 미리 채비하는 것을 말한다. 무슨 일에든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준비 안 된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일을 망칠 수가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도 준비된 자를 쓰신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나는 평소 모든 일에 준비를 잘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없는 일은 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예를 들어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맞추어 식사 준비하면 될 것을 나는 미리 준비한다. 그것이 때로는 일을 두 번 하게 만들기도 한다. 먼저 해 놓은 것이 식으니까 다시 데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긴다. 먼 곳을 갈 때도 미리 짐을 싸놓기에 꼭 필요한 것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보다는 철저하게 챙기게 되지만, 한 번만 싸면 될 짐을 풀었다 다시 싸게 되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비해 일이 좀 많은 편이다. 이것을 미련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미련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준비성이 많아 유익하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급하게 서둘러 하기보다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더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렇게 한다.
이렇게 세상 일에 준비 잘하는 나는 요즘 아버지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이 세상의 일들을 미리미리 잘 준비했던 내가,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하늘나라에 갈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준비는 영원한 세계를 내다보며 그곳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통해 준비할 기회를 주신 것이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기회는 찬스(chance)라는 뜻인데 이 기회와 준비가 만나면 그 이상 좋은 것은 없다. 잘 준비된 것도 때로는 기회를 못 만나 수포가 될 때가 있는가 하면, 아주 유익하고 좋은 기회는 왔는데 준비가 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때도 있다. 그러니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 오는 유익은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인생 사는 동안 이렇게 행운의 때는 얼마나 있을까? 많기를 원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게 되는 것은 아닌 듯싶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은 진리다.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오는 기회는 기회라기보다 기회가 없는 것보다 못한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가 있다는데 그중의 하나가 놓쳐 버린 기회라고 한다. 그러나 살려내지 못한 점에서는 같은 뜻이지만 기회는 놓쳐버렸다기보다 기회를 기회인 줄 모르고 지나쳐 버린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기회도 잘 포착해야겠지만 준비는 더 잘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온 기회는 없는 것만 못하다. 이런 기회는 득보다는 피해가 더 크다. 나아가 패가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기회가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없는 상태에서 기회가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작은 것에서부터 큰일에까지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습성이 필요하다. 무슨 일에든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혹 다른 이유로 실패했다 하더라도 기회는 한 번만 오지 않고 또 온다고 말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준비된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설사 준비했는데 낭패를 봤다고 하더라도 다시 올 기회를 잘 살펴야 한다. 반드시 기회는 또 온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다. 다시 말해 기회란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 전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라고 했다. 맥아더 장군은 이 세상에 보장된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기회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준비를 잘하면 그 기회는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살아가면서 무슨 일에든 준비하고 기회를 찾으면 승리한 인생이 될 것이다. 이 땅에서의 성공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영원한 나라에서의 삶 준비가 더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를 통해 영원한 나라에 갈 준비 잘하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인 것 같다. 놓치면 안 되겠다. 기회와 준비가 만났으니 “성공은 준비된 기회가 만난 것이다.”라는 말이 이루어지도록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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