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어린 교수의 詩산책
정어린 교수 / 총신대
사진출처=서울문화투데이 |
풋풋한 온기의 날이 언제였던가
태풍 안겨오는 뭉게구름에
내 비밀스런 청춘을 묻던 날이
휘어진 척추를 가누며 저 산을 넘던
어머니의 헌신이 내 작은 가슴에 사무쳐
빈 대야에 빗물을 채우면서 중얼거렸지….
“채소 몇 단 남은 손수레 끌며
이글거리는 아스팔트를 지나던
엄마 많이 힘드셨지요?”
오물 가득한 내 복부를 무지개처럼
현란한 욕망이 휘돌아 나갈 때 문득
펄펄 끓는 배반의 시절 속에 있음을 알았지
칠월이 밀고 구월이 끌고
열기가 밀고 냉기가 끌고
야망이 밀고 절망이 끌고
어미가 밀고 아비가 끌고
나는 마그마 같은 사랑에 떠밀려
산처럼 폭포처럼 눈물처럼
이 계절을 지나려면 난파선에 의지해
망망대해 떠도는 방랑자일 수밖에
친구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연인이 그대를 떠날지라도
가족이 그대를 버릴지라도
이렇게 소리쳐라
이 외로움도 곧 지나가리라
이 뜨거움도 곧 지나가리라
이 두려움도 곧 지나가리라
내 푸르름도 그렇게 변색하듯이
내 등을 다독이며 팔월이 속삭이듯이….
총신대학교 교수(現) |
정어린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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