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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유물에 대한 원칙들

기사승인 2024.08.21  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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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대한성서공회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교 교회사(Ph.D), IME Foundation 이사장, 아르메니아 조지아연구소(AGSI)와 남장로교연구소(SPSI) 대표, 버클리 연구교수

 

 

한국 기독교의 역사도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후세대들에게 귀감이 될 유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역사적 유물은 숭배하거나 경배의 대상이 아닌, 역사적 기독교의 사명인 ‘기억함’(To Remember)에 충실하기 위한 대상이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해 오고 있는 어록, 즉 ‘역사는 역사를 낳고, 생명은 생명을 낳는다’는 말처럼, 역사는 생명이기 때문에 그런 생명력을 담고 있는 유물을 통해 ‘기억함’의 사명을 다하면서, 역사적 교훈과 삶의 방향성을 잡아 나가는 큰 유익이 있다. 지금은 상당수가 고인이 되셨지만, 필자가 오래전에 미 남장로교 파송 내한 선교사 제위의 ‘우리의 이야기를 남겨 달라’는 유지를 받들어 오고 있기 때문에, 미 남장로교의 호남 선교를 중심으로 기독교 유물에 대한 원칙들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이미 수년에 걸쳐 강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개진해 왔던 원칙들에 대하여 확고하게 재천명하기 위함이다.
 

첫째, 한국 기독교 역사 유물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공유재산이라는 점이다. 공적이라는 사실은 사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런 견지에서 공유재산을 가지고 사익을 취하려고 하는 행동은 감당할 수 없는 역사적 평가를 피하지 못한다.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를 경외하고 존중하며 두렵고 떨림으로 받들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지엄한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신성모독을 범하게 된다.
 

둘째, 불법 거래되거나, ‘도굴’과 ‘보물 사냥꾼’ 등의 행위로 편취된 유물들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 유물과 관련하여, ‘불법’이라 함은 원래 기증자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통용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 남장로교 파송 내한 선교사 본인이나 아니면 그 후손들이 가지고 있던 유물들을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기증한 경우,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을지라도, 그런 행위에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될 것이라는 의지와 뜻이 담겨 있다. 필자가 직접 그런 일에 당사자가 되어 유물들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정확히 안다고 할 수 있다. 기증자의 의도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으므로, 필자는 기증자의 의도대로 공공성을 지닌 곳에 전달하였다.
 

하지만, 기증자의 의도와는 반대로 악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고 경악과 의분이 일기도 했다. 필자가 내한 선교사의 후손들과 교제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선교사 후손들로부터 누군가가 유물들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말들을 들어오고 있던 터라 각별히 주의를 당부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필자는 그 후손들에게 그런 식으로 유물을 요구하는 경우는 공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개인적인 유익을 위해 기증받은 유물들을 고가에 팔려고 하는 ‘도굴꾼’, ‘보물 사냥꾼’과 같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현재는 내한 선교사 제위의 후손들이 사적으로 접근하는 모든 시도들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사실, 하나님의 역사를 함부로 다루게 되면 ‘신성모독’의 죄를 범하게 되고 저주를 받아 패가망신하게 된다.
 

셋째, 한국 기독교 역사와 관련된 유물을 기증을 받는 첫 단계에서부터 공인된 대표자가 공식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사건들을 돌이켜 보면, 한국 기독교 역사에 대하여 약간의 관심을 가진 개인이 유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증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폄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증자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특정 개인이 주체가 되면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공인된 대표자가 일을 추진하는 것이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는 첩경이 될 것이다.
 

넷째, 공인된 대표자가 기증인과 더불어 유물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확인서를 주어야 하며, 사진 등의 공식적인 기록을 남겨서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 기증자, 공인된 대표자인 수증자, 그리고 해당 기념사업회나 박물관 등이 동일한 목록과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유익하다.
 

다섯째, 공인된 대표자, 즉 수증인의 필요 경비에 대한 세부 규정이 필요하고, 유물을 확보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불법으로 유출되거나 도굴된 유물이 아닌 한, 기증이나 특정 유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합법적인 지출에 대해서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
 

여섯째, 기증자의 의도대로 확보한 유물을 전문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규정이 시급하다. 유물들은 거의 대부분 오래되어서 개인이 함부로 보관하기에는 훼손되거나 파손될 위험이 크다. 확보된 유물들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서 공인된 수장고 등에 간수해야 한다.
 

일곱째, 이런 모든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련자 제위가 모두 역사적 사명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하며 망각하기 쉬운 존재임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배우고 다짐하며 실천해야 유익하다. 

 

최은수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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