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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흔적을 남기고 떠난 여인

기사승인 2024.08.28  13: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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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 칼럼

나정희 / 가나안교회 파송 케냐 선교사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지역에 사역지를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 개척하려는 곳은 모래와 돌과 가시나무가 있고, 가장 소중한 영혼들이 있습니다. 


물이 없어서 풀도 없습니다.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기 위해 교회를 건축하고 있습니다. 자재가 부족하거나 장비가 고장 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이곳에서 물건을 구해오려면 왕복 10시간이 걸리니 말입니다. 암튼 이곳에서는 차가 고장이 안 나길 기도하고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환경도 녹록하지 않기에 빨리 지치기도 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은혜로 진행이 되어갑니다.
 

   


오후 5시경 현지 친구와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 지역주민 한 분이 급하게 차를 세웠습니다. 산모가 아파서 문제가 생겼으니 병원에 이송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병원에 가려면 2시간을 가야 합니다. 처음에 몸이 피곤하고 약속이 있다고 거절하였습니다. 
 

   

케냐 광야 (사진=https://m.blog.naver.com/pwoony)

그런데 마음에 산모를 병원으로 옮기라는 강력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차를 돌려서 산모가 있는 곳으로 향하여 갔고, 약속한 친구에게는 다음에 만나자고 전화하였습니다. 차에 태우고 돌길을 달리니 차가 덜컹거렸습니다. 그때마다 산모의 얼굴에 통증이 보입니다. 어떻게 아픈지 등을 물어보았으나 영어도 스와힐리어도 모르고 마사이어밖에 모르니 소통이 안 되어서 답답하였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차에서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산모가 피를 흘린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원초적인 냄새도 났습니다. 산모의 근육이 조절이 안 되니 그대로 싼 것입니다. 말은 안 통하고 냄새는 진동하니 머리가 아팠습니다. 

“친구하고 약속을 지킬 걸.......”

인간적으로 후회도 되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찬양이 사명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주님이 홀로 가신 그 길 나도 따라가오

모든 물과 피를 흘리신 그 길을 나도 가오

험한 산도 나는 괜찮소 바다 끝이라도 나는 괜찮소

죽어가는 저들을 위해 나를 버리길 바라오"
 

   


갑자기 눈물이 흘렀습니다. 창피해서 얼른 선글라스를 끼었습니다. 주님이 가신길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나도 따라간다는 말에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회개의 눈물도 났습니다. 신기하게도 피비린내와 원초적인 냄새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환경은 변하지 않았는데 제가 변한 것입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바로 하나님께 다스림을 받는 자신을 보았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 다스림을 받으면 자신을 제어할 힘이 생깁니다. 많은 생각을 하며 광야 길을 달려서 작은 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의 다스림을 깨닫지 못했다면 병원에 오는 길은 불평의 길이었을 것입니다.
 

산모가 떠난 자리에는 피가 남았습니다. 만약에 하나님의 다스림에 대한 깨달음이 없었다면 시트를 보고 짜증도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피가 예수님의 피로 이어지고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의 피로 이어지니 피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어두워졌습니다.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하였습니다. 차가 없는 이곳에서 저를 만난 산모는 은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피에 물든 차량 시트를 보면서 물이 묻어도 상관없는 커버로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정희 선교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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