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김기동 성폭력 피해자… 기독여성상담소 연대”

기사승인 2017.07.12  15:29:58

공유
default_news_ad1

- 채수지 소장 “상담과 치료,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할 것”

<교회와신앙> : 양봉식 목사 】 베뢰아 성락교회 김기동 씨의 성추문과 관련해서 한국여신학자협회 산하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채수지)가 성락교회 피해자들과 연대할 것을 피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성락교회 교회개혁협의회(성개협) 교회여성인권위원회가 7월 11일 11시 성개협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지지발언으로 참석한 채수지 소장은 김기동 씨의 성추문에 대해 한국교회 여성연합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NCCK여성위원회 등과 협의해서 연대할 생각임을 밝혔다.


가해자가 더 기세 등등한 성폭력 문화

채 소장은 지지 발언에서 “지난 5월, 성락교회의 여성 교인 몇 분을 만나서 김기동 목사의 성추문과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피해경험, 그 이후의 피폐해진 삶에 대해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그 만남에서 사안의 심각성과 여성연대의 필요성에 의해 성락교회 교회여성인권위원회 측과 기독교여성상담소는,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피해자들의 상담과 치료와 성락교회를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두 가지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 성개협과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성폭력피해자 지원과 대책마련을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회와신앙>

또한 채 소장은 “또한 김기동 목사와 그 측근들이 여성의 성을 공격대상으로 보는 ‘강간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려가 되는 바,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성락교회의 교회 개혁이 건강한 수준에서 일어나기를 바란다.”며 “게다가 이토록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는 성폭력이라는 죄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영적 아버지’로 생각되는 목사에게서 발생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신성모독’ 그 자체이며, 소중한 영혼들을 실족케 한 죄는 아무리 자복하고 회개한다고 해도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용서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채 소장은 김기동 측에서 ‘그들이 바라는 것은 교회의 재산분할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성추문 사건은 ‘무화’되고, 그 자체로 다뤄지기 보다 교회의 분파싸움에 휘말리는 ‘수단’이 되기가 쉽다.”며 “성추문 사건이 제대로 밝혀지려면 여타의 다른 문제들로부터 독립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들과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연대하여 이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여성들이 해결자 주체가 되어야

여성들이 직접 사건의 해결자로, 주체로 나서기를 촉구한 채 소장은 “어느 날, ‘하나님의 대언자’인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다고 해서 갑자기 그를 전적으로 미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교인들은 목사를 존경하고 따르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그에게 투자하기 때문에 그를 미워하는 것은 하나님을 미워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고 말하고 “게다가 피해경험 자체가 비밀로 강요되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혹시 나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닐까?’하면서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아보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되는 상황에서조차 피해자의 마음에는 아직도 목사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무력하게 당했던 피해 당시에 얼어붙어 있다.”며 피해자의 심리 상태가 위축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 분노한 표정으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채수지 소장 ⓒ<교회와신앙>

또한 채 소장은 “김기동 목사 측은 또다시 피해자들의 성폭력피해를 ‘허위사실’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를 숨기고 웃어야 했고, 악수를 해야 했던 그 심정을 여성의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며 “성폭력을 당해서 속으로 울지만, 겉으로 웃어야하는 ‘감정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도록 강요받았던 삶이 여성의 삶이었다면 이제야 이해가 되겠는가? ‘합리성’이니 ‘객관성’이니 ‘순수성’이니 하는 남성 가해자 논리로 피해여성의 경험을 재단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채 소장은 성폭력 문제의 가시화는 여성의 말을 믿고 여성을 주체로 간주할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채 소장은 나아가 “우리가 피해자와 연대해서 만들어나가려는 것은 이러한 성폭력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성락교회와 한국교회의 ‘교회 개혁’이다.”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김기동 목사는 더이상 ‘주의종’의 입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도’로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죄를 은폐하지 말고 온 성도와 한국교회 앞에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성추행?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주장만 있고 증거가 없는 것으로 인해 김기동 측이 사실무근이라는 주장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채수지 소장은 “구체적인 상담은 45년에 일어난 (당시 18세 소녀)와 아직 소통은 하고 있다. 증언 영상 가지고 있는데, 영상 보여줄 수 있는 준비 되어 있다.”고 밝혔다.

X파일을 공개했던 윤준호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5년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내가 바라는 것은 많은 성추문 피해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성피해 사실을 안전하게 폭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침묵하는 이들이 용기를 내서 함께 타개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베뢰아국제대학교 총동문회 개혁 측 여성 대표자로 나섰던 박지우 집사는 2016년에 경험한 사건을 통해 김기동 씨의 성추문이 최근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박 집사는 “2016년 개인적으로 주일 되면 책 싸인 받으러 갔다가 김 목사가 ‘너 내 무릎에 앉을래?’라고 말했다. ‘네?’하고 쳐다보았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나보다 45세가 많은 분이라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으나 불쾌했다.”며 “돌이켜 보면 김기동 목사의 발언이나 행위를 봐서 그 사이 피해자 있을 수 있다. 지금도 여성들이 충분히 나타내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집사는 “성폭력을 당하면 경찰에서 체액 요구하는 등 남성 중심의 환경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이다. 몇 달 동안 불쾌해서 가족들에게 말했더니 ‘장난하셨겠지’라고 넘겼다. 주변에 있는 가족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기동 씨의 성 의식에 매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 집사는 “김기동 목사가 매우 독단적 카리스마가 강해서 반항 저항 불가능한 압도적인 것이 있다. 굉장히 작은 일이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옆에 와서 사진 찍어라, 무릎에 앉을래?’ 이런 말은 목회자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 김의 잘못된 윤리 의식, 여성의 성에 대한 의식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리와 도덕은 신앙과 무관하다 생각하는 김기동?

   
▲ 성개협의 주요인물로 X파일을 공개한 윤준호 씨 ⓒ<교회와신앙>

또한 이날 기자 회견에서 성락교회의 목회자들에 대한 목회 윤리 강령이나 윤리에 대한 교회법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윤준호 씨는 “김기동 목사의 가장 하한선을 이루는 내용은 윤리나 도덕은 신앙하고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교역자들을 양육하고 선발할 때도 ‘믿음이 중요하지 인격이나 성품은 필요 없다’ 이걸 아주 적극적으로 교육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윤 씨는 “심지어 지난 10년 사이에 부목사들이 선을 넘는 성추문 때문에 사임한 사람이 열 명 가까이 된다.”고 밝히고 “현재도 김기동 목사 주변에서, 소위 맹종파라고 남자 교역자들의 상당수가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실행 선고를 받은 친인척들이 있는 셈이구요.”라고 말했다.

윤 씨는 또한 “그런 정도로 저희는 비참할 정도로 윤리든가 도덕이라든가 개인 덕목에 대해서는 마치 그것은 믿음과 영감에 방해되는 인위적인 요소라는 교육을 통해서 무관하게 무심하게 살아온 과거가 있었다.”며 “도덕이라든가 윤리강령은 개인 차원에서 성결하게 살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구조적인 면이나 제도적인 면에서는 거의 황무지와 같은 신앙공동체라는 부끄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여전도사회와 베제대 총동문 여성 대표, 김기동 공개 사과 및 사퇴 요구

한편 이날 개혁 측 여전도사회는 ‘김기동 목사의 성범죄에 대한 개혁 여전도사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기동 목사는 자신의 악행이 담겨 있는 성범죄 X파일이 이미 지난 3월에 간혈적 공개를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피해자 가족의 직접증언과 피해자 당사자의 증언 영상이 일부 공개되었는데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참회는커녕 목회를 계속하며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모욕해왔다.”며 “비개혁 측은 성폭력을 당한 피해여성의 행실 등을 문제 삼거나 증거자료들을 악의적 편집하여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른바 ‘피해자 비난’ 현상을 일으켜 다시 한 번 큰 충격과 실망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명서에서 “개혁 여전도사회는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의 회복을 염원하며 김기동 목사의 목회 사직을 강력히 요구하며 성락교회 성직자의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성명서를 공표하며 목회윤리 실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성범죄 주범인 김기동 씨는 어설픈 피해자 코스프레 침묵을 중단하고 공개 사과 △김기동 씨는 주변인들을 움직여 거짓스토리로 피해자들을 두 번 욕되게 하지 말 것 △교회내 기독윤리 실천위원회를 구성 △공직자 윤리 수준에 준하는 성직자 윤리 강령 제정 △성직자의 성범죄 행위에 대해 ‘성직자 성범죄특별가중처벌법’을 제정, 엄격 처벌할 것 △성범죄로 사법기관에 기소되는 즉시 교회에서 면직 제명하고 기록으로 남겨 타 교단으로 이적하여 성직활동을 계속하거나 해외선교사로 파송될 수 없도록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베뢰아국제대학교 총동문회 개혁 측 여성 대표자로 나섰던 박지우 집사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2017년 1월부터 터진 김기동 은퇴목사의 고질적인 성추문과 성폭행 의혹은 지상파(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되었다.” 며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닌 여러 명이 피해 여자 성도들에 대한 구체적인 성추문 및 성폭행 내용이 폭로되었다.”고 주장하고 김기동 씨와 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다.

또한 △은퇴목사 김기동은 먼저 하나님 앞에 진정한 회개의 모습을 보이고, 전 성도 앞에 자신의 범죄를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여생을 속죄하며 살기를 △은퇴목사 김기동은 피해 여자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피해 보상 △은퇴 목사 김기동은 성도들을 선동하지 말고 즉각 중단, 성도들 간의 분란 종식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성락교회 김기동 씨 지지 측은 이 기자회견이 열린 날인 11일 오후,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을 통해 ‘X파일’을 방송한 서울 목동 소재 SBS 사옥 앞에서 2차 항의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X파일의 허위사실을 무책임하게 방영한 것에 대한 항의”라고 주장하며 “성락교회에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1차 항의 집회는 지난 4일에 있었다.

김기동 씨 지지 측은 또 성추문과 X파일 등과 관련 “과거에 논란이 종결된 사건의 재탕”이라며, SNS 등에서 “주장만 있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믿을 수 없다.”는 등의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

[ 기자회견문 ]

김기동 목사 ‘성추문 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지지발언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

저는 지난 5월, 성락교회의 여성 교인 몇 분을 만나서 김기동 목사의 성추문과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피해경험, 그 이후의 피폐해진 삶에 대해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만남에서 사안의 심각성과 여성연대의 필요성에 의해 성락교회 교회여성인권위원회 측과 기독교여성상담소는 두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첫 번째는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피해자들의 상담과 치료를 하겠다는 것, 두 번째는 성락교회를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심각한 고통 가운데 상담소를 찾아올 기력조차 없는 피해자들을 아직 직접 만나서 상담하지는 못하였지만 성폭력피해자 지원기관으로써 이 자리를 빌어 어려운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자 합니다. 또한 김기동 목사와 그 측근들이 여성의 성을 공격대상으로 보는 ‘강간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려가 되는 바,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성락교회의 교회 개혁이 건강한 수준에서 일어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먼저, 용기를 내시어 45년 전의 성폭행 피해, 최근의 몇몇 성추행 피해를 공개하셨던 피해자 분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피해사실 폭로에 늦은 건 없습니다. 방송에서 한 피해자 분은 “평생 아무에게도, 심지어 남편에게도 말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는데, 목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뒤집어씌우고 피해자가 더 괴로워해야하는 여성혐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현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평등합니다. 게다가 이토록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는 성폭력이라는 죄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영적 아버지’로 생각되는 목사에게서 발생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신성모독’ 그 자체이며, 소중한 영혼들을 실족케 한 죄는 아무리 자복하고 회개한다고 해도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용서받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녀들이 침묵을 깨고 피해경험을 말하기 시작했을 때, 김기동 목사 측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음모’이며 ‘조작’된 것, ‘목사와 교회에 대한 명예훼손’, ‘거짓말’로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여성의 성폭력 피해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피해경험 자체를 약화시키고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가해자중심의 논리입니다. 김기동 목사 측은 피해여성들의 사진을 일부러 노출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사회적 강간’이라 불리는 2차 피해를 당하면서 또다시 처참할 정도로 인권을 유린당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성 지배자들은, 피해자를 ‘순결을 잃은 여성’, ‘행실이 좋지 못한 여성’이라고 낙인찍는 남성중심 성폭력문화의 여성비하담론을 활용하면 힘들이지 않고도, 잠재적 피해자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하고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네가 입을 열면 너 또한 이런 수치와 모욕을 당하리라"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기동 목사 측의 저열한 인권의식과 강간 친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성폭력 피해경험을 말했던 사람들은 후회하고, 아직 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더 입을 다물게 되고,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철회하기 쉽습니다. 이것이 바로 남성지배의 가부장제가 여성들에게 부과한 ‘상징폭력’입니다. 여성들은 그 간계를 파악하고 그 틈새에서 스스로를 행위의 주체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기동 목사 측에서 “그들이 바라는 것은 교회의 재산분할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성추문 사건은 ‘무화’되고, 그 자체로 다뤄지기 보다 교회의 분파싸움에 휘말리는 ‘수단’이 되기가 쉽습니다. 성추문 사건이 제대로 밝혀지려면 여타의 다른 문제들로부터 독립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들과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연대하여 이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여성들이 직접 사건의 해결자로, 주체로 나서기를 원합니다.

교회 성폭력 사건은 목사와 신도가 친밀한 신뢰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특수한 것입니다. 신도라면 목사를 존경하며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 그를 ‘하나님의 표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어느날, ‘하나님의 대언자’인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다고 해서 갑자기 그를 전적으로 미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인들은 목사를 존경하고 따르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그에게 투자하기 때문에 그를 미워하는 것은 하나님을 미워하는 것만큼이나 힘듦니다. 존경했던 목사에 대한 양가감정은 쉽사리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가 성폭력을 가한다는 게 상식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떻겠습니까? 머리로도 이해가 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소화되지 않는 경험입니다. 게다가 피해경험 자체가 비밀로 강요되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혹시 나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닐까?”하면서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아보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되는 상황에서조차 피해자의 마음에는 아직도 목사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무력하게 당했던 피해 당시에 얼어붙어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의 심각한 후유증을 부정하는 김기동 목사 측은, 피해자가 주변상황에 의해 불가피하게 김기동 목사와 악수를 했다는 사실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라면 저럴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또다른 피해자는 김기동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순간에 찍힌 사진 속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면서 활짝 웃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걸 빌미로 김기동 목사 측은 “피해자라면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피해자라면 응당 그래야한다”라는 남성들의 통념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구의 합리성이고 누구의 객관성인지 잘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김기동 목사 측은 또다시 피해자들의 성폭력피해를 ‘허위사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숨기고 웃어야 했고, 악수를 해야 했던 그 심정을 여성의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폭력을 당해서 속으로 울지만, 겉으로 웃어야하는 ‘감정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도록 강요받았던 삶이 여성의 삶이었다면 이제야 이해가 되시겠습니까? ‘합리성’이니 ‘객관성’이니 ‘순수성’이니 하는 남성 가해자 논리로 피해여성의 경험을 재단하지 마십시오.

성폭력 문제의 가시화는 여성의 말을 믿고 여성을 주체로 간주할 때만 가능합니다. 김기동 목사의 성추문 사건은 피해 여성을 인식 주체로 여기고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성숙한 교회공동체의 해결의지가 있어야만 해결가능합니다. 우리는 피해자의 고통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자와 연대해서 만들어나가려는 것은 이러한 성폭력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성락교회와 한국교회의 ‘교회 개혁’인 것입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김기동 목사는 더이상 ‘주의종’의 입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도’로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죄를 은폐하지 말고 온 성도와 한국교회 앞에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양봉식 목사 sunyang@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교회와신앙> 후원 회원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행 607301-01-412365 (예금주 교회와신앙)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