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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행가래] 나 없이 내일이 시작될 당신에게..

기사승인 2019.03.12  11: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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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 장면1

지루하다. 13시간의 비행, 시간을 죽이는(?) 방법은 딱 하나다. 영화를 보는 일이다. 이곳저곳 채널을 돌린다. 그러다가 머문 항구가 있다. ‘세이프 헤이븐’(안전한 항구) 제목도 항구다. 먼저 떠난 아내가 남긴 편지 글에 울컥하고 만다.

<내 남편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걸 읽는다는 건 정말 그런가 보네요.
그가 당신을 사랑하는 거요.
정말 진심으로 그가 이 편지를 당신께 줬겠네요.
내가 바라는 건 그가 당신을 생각하듯이
당신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 편지를 남긴 이유는 정말 중요한 것을 알아줬으면 해서에요.
그가 당신을 찾은 게 너무 기뻐요.
그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당신도 만나보고 싶고 아마 다른 방식으로 그럴 거에요.
제 남편 옆에서 사랑스런 두 아이 옆에서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 거예요.
왜냐면, 나는 떠나고 지금은 당신이 있으니까요.

   
 

그들을 보살펴 주세요.
웃게 만들어 주세요.
울면 달래주고 그들 곁에서
잘못된 건 올바르게 가르쳐 주세요.
당신을 생각하면 희망이 생겨요.

알렉스가 다시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거라는 희망
조쉬가 누군가와 다시 낚시를 한다는 희망
렉시의 결혼식에 누군가가 함께 할 거라는 희망
언제가 다시 모두 한 가족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러한 희망 사항에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하면서
모두를 지켜 줄게요.

처음에서 어색한 말투로 시작하지만 이내 친숙한 자매에 부탁하든 건넨 말투로 바뀐다. 영화인 줄 뻔히 알면서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왜일까?

#. 장면2

<행복플러스> 하이패밀리의 대표적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부부 캠프다. 한 자매가 고백하기 시작한다.

“여보, 지금은 2013.03.02 여기는 하이패밀리 행복플러스라는 부부캠프.
이 책을 잘 보관만 한다면 오늘같이 마지막으로 나와 작별인사를 나누는 날 읽어볼 수 있겠죠?

이제 고작 결혼해서 9개월째 접어들은 우리가 무슨 그렇게 힘든 일이 많다고, 사랑만 해도 모자란 귀한 나날들을 원망과 후회와 다툼으로 신혼 내내 눈물범벅이 되어 이 자리까지 와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당신을 만나 결혼을 꿈꾸며 기도하고, 멋진 프러포즈도 받고, 가진 것 많지 않은 우리였지만 남부럽지 않은 결혼준비와 깨끗하고 좋은 집에서 알콩달콩한 신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줘서 기뻤어요.

짧은 기간 연애했지만 진심을 다해 다가와 주었는데, 상처투성이에 낮은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난, 사랑을 주고받는 것조차 서툴러 당신에게 모진 말을 하기 일쑤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믿음을 심어주려 애쓰며 이 순간까지도 내 손을 꼭 잡고 내 옆에 있는 그대. 너무나 고맙고 사랑해요.

‘어떻게든 되겠지’란 철없는 생각으로 막무가내로 달려와 좌충우돌 부딪힌 우리의 신혼.
그 시절이 너무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그 다툼들도 그리움으로 남아. 더 이상 미움도 다툼도 없는 천국에 당신과 아이들 남기고 떠나가야 한다니 마음이 너무 찢어지게 아프다는 표현도 부족할 것 같아요.

나의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자아가 당신을 많이 힘들게 했죠. 욕심도 많은 나 때문에 버거웠을 당신이 항상 애처롭고 가엽기도 했지만 늘 나와 가족을 위해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삶을 채워주려 고군분투하던 당신이 있었기에 고마웠어요.

미안한 일 잔뜩 저질러 놓고도 사과의 말 자주 못해 미안해요. 내 인생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상처받아본 적 없는 것처럼 자유롭게 당신과 사랑 주고받고 싶네요.

몸 건강 하라고 잔소리 많이 했는데, 내가 먼저 가게 되네요. 난 혼자 남기도 싫고 혼자 가기도 싫으니 한 날 한 시에 같이 천국 가자고 했었는데.. 약속 못 지켜 미안하고 남은 여생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요 …

당신은 정말 착하고, 심성 고운 사람, 거짓 없고 순수한 사람, 따듯한 남자이자 섬세하고 애교 많은 남편. 든든하고 유쾌한 아이 아빠. 하나님을 사랑하는 멋진 주의 아들. 어떠한 말로 다 표현해도 부족한 나에게 최고의 남자였어요.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완벽한 선물을 선물로 보지 못했던 어리석은 시절에 받은 모든 상처 용서해주세요.

당신과 함께한 날들 행복하고 참 따뜻했어요. 지금처럼 순수하고 웃음 많은 그 모습 그대로 더 많은 사람들과 큰 사랑 주고받고 오세요. 기다릴게요. 우리 천국에서 만나요 ♡

-세상에 하나뿐인 영원한 당신 아내가- "

영화와 현실 사이, 아무 차이가 없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이렇게 순수해질 수 있는 것일까? 죽음은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한다. 삶에서 끊임없이 다투던 사랑과 미움, 성공과 실패는 죽음에서 비로소 화해한다. 그래서 죽음을 일러 하나님의 완전한 치유라 말하게 된다.

며칠 전, 아내와 얼굴을 붉혔던 일이 마음에 걸린다. 오늘은 주저하지 않고 먼저 말을 걸어야겠다. ‘나 없이 내일이 시작 될’ 아내를 생각하면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던 사도바울의 고백이 의미하는 바를 이제는 조금 알 듯하다.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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