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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회 총회 결의의 목회적 의미와 과제

기사승인 2019.11.27  15: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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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형진 목사 발제 "세습, 한국교회 병든 모습"

’제 104회 총회 결의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세미나가 ’한국교회 갱신과 회복을 위한 신앙고백모임‘ 주최로 지난 2019년 11월 26일(화) 오후 7시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2019년 예장통합 총회가 지난 9월 23일부터 포항기쁨의교회에서 열린 바 있다.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 ’수습안‘이라는 것을 기습 통과시켰다. 그것은 결국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도록 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의미를 따져보자며 이번 세미나가 열린 것이다.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제104회 총회 결의의 신학적 의미와 과제: 공교회의 빛으로 본 명성교회 세습‘, 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가 ’제104회 총회 결의의 목회적 의미와 과제‘, 정재훈 변호사(CLF기독법률가회)가 ’제 104회 총회 결의의 법률적 문제 진단과 과제‘, 박은호 목사(정릉교회)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향후 대응의 방향과 과제‘란 제목으로 각각 발제를 했다. 이중 고형진 목사의 발제문을 전제한다. <편집자 주>

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

1. 제104회 총회

총회에 참석하면 꼭 필요한 일정에만 참석하고 나의 시간을 가졌던 내가 어느 총회부터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시작되더니 이번 총회에는 처음으로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그 자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수치스러운 결정을 하게 됨으로써 나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부끄러운 자리가 되어버렸다. 총회는 수습위원회가 내놓은 불법적인 안을 받아들여 또 다른 분란을 만들며 한국교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총회가 받아들인 결의안을 다시 뒤돌아보며 목회적인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자

   
▲ 제 104회 총회 결의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성찰 세미나가 지난 2019년 11월 26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뉴스앤조이) 

2. 총회 결의에 대한 상황 이해

1) 총회 전의 상황

명성교회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들렸다. 부총회장을 중심으로 임원회가 동원되어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으로부터,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해온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에 명성교회 불법세습을 반대하는 총대대책위원회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아래와 같이 104회 총회 총대님들께 드리는 글을 배포하기로 하였다.

1)총회재판국은 올바른 판결로 총회와 한국교회를 살렸습니다.
2)재재심은 개시할 수 있는 요건이 안됩니다.
3)총회재판국 재심은 교회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4)헌법위원회의 행보가 심히 염려됩니다.
5)명성교회 세습허용이 끼칠 악한 영향력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9월 21일에 장신대 세교모 교수들이 “104회 총회를 통해 명성교회 세습문제가 공의롭게 종결되기를 기도하며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이 글의 핵심은 “명성교회 불법세습의 궁극적인 해결은 총회의 헌법대로 판단한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을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가 수용하는 것입니다” 였다

   
▲ 왼쪽부터 박은호 목사, 고형진 목사, 임희국 교수, 정재훈 변호사. (뉴스앤조이)

이런 가운데 명성교회 측에서 총회 시작 전인 9월 11일에 김삼환목사가 사과성명을 내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는데 그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총회를 하루 앞둔 9월 22일 김삼환 목사는 “제 104회기 총회장님과 총대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통해 “저희 교회는 위임목사 청빙과 관련하여 당시 102회기 총회에 보고된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근거로 당회와 공동의회, 노회의 절차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교계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저희 교회를 향한 애정 어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한국교회에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라고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지금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사과였다. 사과문 내에 어떤 내용도 재판국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거나, 동남노회가 재심을 수용하고 재재심을 안한다는 결의가 없는 의미 없는 사과였다. 또한 사과는 원로목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회의 이름으로 당회가 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9월 23일 포항 기쁨의 교회에서 104회 총회가 개회되었다.

2) 총회 초반 분위기

총회 둘째 날 수습전권위 보고 시간에 채영남목사는 명성교회도 살리고 총회도 살려야 한다는 말로 시작해 분위기를 잡았다. 그리고 보고 도중에 갑자기 김삼환목사가 이 자리에 왔으니 말을 들어보자고 제안하여 김삼환목사에게 발언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김삼환 목사는 먼저 총대들에게 깍듯이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자신의 설교스타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 몰래 목욕하다가 맞은 적이 있다. 맞다가 피가 나자 아버지가 한순간에 노를 멈추시고 피를 닦아 주셨다. 맞은 것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을 가슴에 안게 됐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가 총회를 존중해 왔고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일반 언론·방송, 여기에 많은 이단까지 달려들어서 우리 교회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랑의교회 이야기를 하면서 합동교단에서는 "없는 법도 만들어"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살려 줬다는 이야기도 했다. 명성교회가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다시 형제·부모님처럼 섬길 수 있도록 총대들이 잘 품어 달라고 말했다. 이 모든 기획은 수습전권위가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명성교회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위에서는 재판국에서 판결된 것이니 설마 뒤집히거나 새로운 제안을 해도 총대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오랫동안 총대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 문제로 인해 지쳐있던 총대들에게 화평과 용서라는 측면으로 접근함으로써 총회 수습위원회에서 수습안을 긴급으로 제안하게 되었다.

3) 총회 수습위원회의 수습안 통과

9월 25일 오후 4시에 명성교회 수습안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7인 회의가 지연되면서 9월 26일로 연기되었다. 총회 셋째 날, 총회 수습안에 대하여 어떤 수습안을 내놓아도 헌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명성교회를 지지해 온 목사들은 총회결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던 중 26일 오전 회무시간에 수습전권위원회가 다음과 같이 명성교회 부자 세습 수습안을 발표했다.

1.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수용하고 재재심을 취하한다.
2.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11월 3일경에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한다.
3.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되,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1월 12일에 행한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
4. 서울동남노회와 명성교회가 총회 재판국의 재판 결과에 대해 수용하지 않았음에 대해 사과한다.
5. 명성교회는 2019년 가을노회 시부터 2020년 가을노회 전까지 1년간 상회에 장로 총대를 파송할 수 없다.
6. 서울동남노회는 2019년 가을 정기노회 시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한다. 단, 현 목사부노회장의 임기는 1년 연임하되 김수원 목사는 노회장 재직 시 명성교회에 어떤 불이익도 가하지 않는다.
7. 이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지 총회 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 고발, 소 제기, 기소 제기 등 일절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

엄청난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습안에 대하여 총회장은 토론도 없이 그것도 전자투표가 아닌 거수로 투표를 결정했다. 전자투표기를 미리 철수시키고 거수로 투표하기로 미리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더구나 투표하기 전에 이 결정이 과반수이상 찬성으로 할지, 2/3이상 찬성으로 할지도 논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반대 함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거수로 투표가 진행되어 총대 1204명중 920명이 찬성함으로써 수습안이 통과되었다. 통과 후에 의장은 찬성이 2/3가 넘었다면서 2/3 찬성에 대한 반대의견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사실 투표하기 전 수습위원회 소속 총대목사로부터 수습안 내용을 미리 전해 듣고 허탈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수습안은 전해들은 내용과 차이가 있었다. 수습위원으로부터 들은 수습안은 다음과 같았다.

1. 명성이 재판국 판결 수용=재재심 포기
2. 김하나목사 아웃
3. 명성에 임시당회장 파송
4. 2021년 김하나 목사 청빙
5. 노회정상화로 김수원목사 노회장 승계
6. 명성 장로 1년간 상회에 총대파송 정지
7. 세습방지법에 대한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1항부터 6항까지는 유사하게 표현하였지만 7항은 완전히 다른 수습안이 나와 헌법을 개정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4) 총회 이후

총회가 수습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후폭풍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신학교와 지교회로부터, 노회에 이르기까지 거세게 반발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용인에 대하여 한국교회를 죽이는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시하며 촛불기도회를 열기도 하였다. 또한 장신대 세교모 교수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104회 총회는 교단 헌법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규탄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총회가 끝난 후 많은 교회 목회자들이 주일설교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총회와 수습안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었다. 또한 예장통합의 젊은 목회자 그룹인 아드폰테스는 10월 2일 104회 총회가 위법적 결의를 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교회에서는 새문안교회를 필두로 해서 많은 교회들이 당회 결의문을 발표하고 6개 노회가 명성교회 세습용인 수습안무효 헌의안을 올리기로 하였다. (제주노회·순천노회·평북노회·부산남노회·전남노회·광주노회)

3. 총회 결의에 대한 목회적 의미

1) 교회를 위한 선택이었는가?

채영남 수습전권위원장은 "반대 의견은 존중하지만, 이번만큼은 총회 결의를 존중하고 받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 당시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지 총회 헌법 등 교회법과 국가법에 의거하여 고소, 고발, 소 제기, 기소 제기 등 일절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명성교회 세습을 재론할 수 없게 조처한 것이다.

또한 채 목사는 "이 싸움을 계속 이어 가면 전도의 문이 막힌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총회가 '특별 비상 카드'를 내놨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총대들이 절대적 지지를 해 줬던 것이다. 동기와 과정을 잘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연 수습전권위원장의 말대로 세습을 반대하고, 세습을 재론하는 것이 전도의 문을 막는 것이고 교회를 위한 선택인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세습의 문제가 이슈가 된 이후의 한국교회는 어떤 상황이 되었는가?

총회 통계위원회가 내놓은 2018년 말 기준 교세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인수는 255만 422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7만 3469명이 감소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2010년을 기점으로 본교단 교세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 이후, 최근 2년간 무려 교인 17만 6673명이 줄어든 결과다. 세례 교인수도 3만 5447명이 줄어 기존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 17만 6천명이라면 1000명 중형교회 176개 교회가 사라진 것이고 100명 자립교회 1766개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세습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세습 사건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교세 감소의 주 요인은 교회학교 학생수 감소였지만 이번에는 청장년수 감소도 교세 감소에 한 몫을 차지했다.

이번 104회 총회에서 결정한 수습안은 교회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 아니라 도리어 교회에 커다란 수치를 가져다 준 결과가 되었다. 총회가 끝나자마자 많은 언론에서 “예장통합 명성교회 부자세습 사실상 허용”이라는 보도와 함께 교단총회의 이러한 결정은 모순투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세습을 용인한 총회의 결정은 하나님의 공교회성을 무시하고 개교회를 위한 결정이었기에 한국교회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2) 지교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총회 참석 후 첫 주일을 맞이하였을 때에 총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어떻게 설교해야 할 것인가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총회에 참석하였던 목사로서 나도 설교를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설교를 하면서 교인들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 교단이 그래도 자랑스러웠던 것은 다른 교단은 세습이 허락되어 있지만 우리 교단만큼은 세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명성교회로 말미암아 그나만 남아있던 알량한 자존심마저 무너져버렸다. 이런 뉴스가 공중파에 나오면서 이 교단의 목사로, 총회에 참석한 총대로서 여러분 앞에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여러분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명성교회 세습사건 이후에 한국교회는 보이지 않게 세습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노회에서도 세습을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목회자들과 반대하는 목회자들의 그룹이 만들어졌다.

한 번은 노회 남선교회 총회에서 설교를 하게 되었는데 회원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여러분이 다니는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세습을 한다면 지지하겠는가?”

교회 세습은 공교회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교회가 개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어지고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고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우상숭배다. 이 배경에는 물질이라고 하는 맘몬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세습을 용인한 수습안을 받아들인 총회는 암묵적으로 맘몬에 무릎을 꿇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낮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비상식적 결정을 한 총회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총회의 결정 이후 몇몇 교회들은 공공연하게 자신들도 세습을 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총회가 이러한 결정을 막을 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겠는가? 명성교회는 되고 왜 우리 교회는 안되는가 라는 항변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결국 명성교회의 세습을 용인한 수습안은 한국교회 전체를 침몰하게 만들고 한국사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교회는 총회의 결정과는 다른 독립적인 길을 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지교회가 세습을 인정하는 총회를 인정하려고 하겠는가? 각자도생이라는 말처럼 이제 총회로부터 독립되어 총회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교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총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총회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되어 개 교회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다.

4. 총회 결의에 대한 목회적 과제

1) 전체사회, 민주사회, 공정사회

해방 이후 한국의 역사는 개발독재시대를 지나 군사독재시대 그리고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민주시대를 보내왔다. 이런 와중에 촛불혁명이라고 하는 새로운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금의 조국사태를 지나면서 한국사회가 민주사회를 넘어 공정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시대가 386세대가 가지고 있던 ‘민주화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세대의 욕구인 공정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386세대가 그렇게 외쳤던 민주, 정의가 아니라 공정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오로지 부흥과 전도에 목숨을 걸어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도하였고 교회를 성장시켰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았고 교회를 크게 건축하고 사람을 모으는 일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하여 대형교회들이 세워졌다. 그리고 그렇게 세운 교회의 목회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카리스마적인 목회 즉 독재목회를 해왔던 것이다. 그것이 교회 1세대 목회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2세대 목회자들은 독재목회를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시대는 민주화시대였고 의식있고 깨어있는 대다수 교인들로 인하여 독재목회는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교회의 민주화를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교회 내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교회에서 여전히 독재적인 전임목회자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목회를 실행하려는 현목회자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 이미 외부는 촛불시대를 넘어 공정시대로 진행하고 있는 이 때에 한국교회는 여전히 민주화 시대도 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의 이런 상황 속에서 세습의 문제는 민주화의 문제에서 봐도 가장 비민주적인 결정이며, 작금의 공정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런 결정은 결국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거나 외면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2) 무엇이라고 설교할 것인가?

이번 총회의 결과에 대하여 많은 목회자들이 무엇이라고 설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총회를 다녀온 후에 교인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제 명성교회 세습이 허락된 것인가요?”

사실 명성교회 창립 30주년 기념설교집에서 김삼환목사는 분명하게 이렇게 말하였다.

“한국교회 문제 중 하나가 세습이다.....엄청난 부와 권세를 가진 교회가 왕실처럼 대를 이어가려는 데 문제가 있다....주의 종으로서 사명을 다하면 내려와야 한다. 자신도 내려오지 않고 대를 이어 자식에게로 물려주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정상에 머물면서 누리는 삶은 목회자의 삶이 아니다”

얼마나 옳은 이야기인가? 강단에서 우리는 이렇게 설교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설교한 분이 세습을 강행하고 한국교회를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강단에서 무엇을 설교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한국교회를 힘들게 하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태극기를 흔들면서 정권퇴진을 외치는 일부 무례한 기독교인들과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총회를 흔드는 부류이다. 그래서 심지어 홈페이지나 강단에서 우리 교회는 한기총 소속이 아니다 라거나 태극기를 외치는 사람은 교단에서 면직 받은 목사라고 해명을 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강단에서 세습에 대하여 언급을 해야 하고, 세습하는 상황을 비판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행한 강단이 되었다.

세습에 대하여 비판하지 않으면 세습할 마음이 있는 목사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고 세습을 찬성하는 듯한 설교를 하면 수많은 교인들이 이상한 목사로 쳐다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침묵하면 왜 목사님은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는가를 따지듯이 물어본다.

결국 지금 한국교회는 세습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선포하지 않으면 다음세대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까지 가나안교인으로 만들 여지가 아주 높다.

3) 어떻게 목회할 것인가?

한국교회가 입버릇처럼 다음 세대를 위한 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목회를 이야기 하지만 교회학교의 급격한 감소, 청년세대의 추락은 막지 못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복음의 변질이 아니라 바로 교회가 복음의 재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는 민주화시대, 공정의 시대로 자리 잡았거나 전환되고 있는 중인데 교회만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목회적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침몰하는 타이타닉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 선교적교회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였다. 전통적인 목회를 넘어, 민주적인 교회를 거쳐 공정사회를 향한 선교적 교회의 몸부림이 무너져가는 한국교회의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지금까지 성장한 대형교회는 몰락할 것이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대형교회는 등장할 것이다. 이단이나 사이비가 아닌 이상 이제 더 이상 한 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하는 카리스마적인 교회는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좌우를 살펴봐도 세습을 했건, 아니면 청빙을 받아서 갔건 후임목회자가 전임목회자가 했던 독재적인 방식으로 목회를 해서 성공한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목회 방식도 이제 새로운 교회 즉 민주화방식으로, 새로운 공정의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 교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5. 세습을 넘어 새로운 종교개혁으로

1517년 종교개혁은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타락으로 인한 교회의 혁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종교개혁은 근대국가의 성립이라고 하는 정치적인 변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 세습의 문제는 단순하게 한 교회의 세습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병든 모습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보이는 세습 문제를 통해 세속화된 교회의 참담한 현실을 깨닫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세습의 문제를 넘어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체주의적이고 독선적이었던 한국교회가 이제 민주적인 절차와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교회내부의 모습을 발견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공정을 공론화하며 빠르게 소통하며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교회는 여전히 권위와 독선으로 점철된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교회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금까지 누렸던 수많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정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고형진 목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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