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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8분 속에서

기사승인 2020.09.04  00: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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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애 사모/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수필가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면 가을을 간절히 기다린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가을이 주는 정서에 빠져든다. 한 해의 끝자락으로 가는 시점이기에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남은 시간만큼은 알차게 보내리라 결심하기도 한다. 나아가 한 해의 가을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맞을 인생의 가을과 겨울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지금 목사의 아내로 계절로 치면 인생 가을 중에서도 깊은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가는 시점에 있다. 남편이 목회 은퇴를 1년 남짓 남겨 둔 시점에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예를 들자면 36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이제 착륙을 위한 준비마저 끝마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흔히들 인생을 비행에 비유하여 말하기도 한다. 인류에게 최고의 편리를 제공한 비행기는 땅에서 떠야하는 이륙의 단계, 그리고 비행의 단계, 마지막으로 목적지에 다다르면 반드시 착륙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이 세 과정을 인생에 비유하여 비행기가 이륙하여 비행하고 착륙하기까지를 탄생, 인생, 사망으로 나눈 사람도 보았다.

   
 

그런데 이 세 단계 중에 가장 위험한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행기가 이륙하려 할 때의 3분과 착륙하려 할 때 8분, 즉 이 11분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라고 한다. 요즘은 없어졌지만 이전에는 비행기가 착륙하고 나면 무사히 도착한 것을 기뻐하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긴장에서 빠져 나오곤 했었다.

한 기관에서 미국에서 일어난 비행기 사고에 대하여 일정기간 조사한 결과, 전체 항공 사고의 74%가 이•착륙 과정의 바로 이 11분 사이에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의 11분 혹은 마의 8분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면 비행기가 떠서 일정 높이에 다다를 때까지 승객들에게 자기 자리에서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고 앉아 있으라고 지시한다. 비행기가 떠서 비행에 맞는 위치에 도달하면 드디어 그 때부터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서의 행동을 자유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무렵에는 승객들에게 또 다시 이륙할 때보다 더 강한 행동지침을 내린다.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제자리에 앉아 뒤로 재꼈던 의자도 원래 위치로 하고, 꺼내 놓았던 물건들도 다 정리하게 하고 안전벨트를 매라고 지시한다. 이만큼 이륙과 착륙이 중요하고 위험하다는 증거이다.

그러고 보면 비행기의 마의 11분이 인생비행에도 똑같이 있는 것 같다. 인생비행에서도 이륙 즉 출발이 좋아야 보람되고 멋진 인생이 된다. 그리고 긴 비행의 시간을 잘 보내고 착륙 즉 은퇴 및 죽음 또한 잘 맞고 잘 지내야 잘 산 인생, 멋진 인생이라고 할 것이다.

비행기의 여정이 인생 여정과 비슷한 것을 보면서 목회 여정 역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목사 안수 받기까지는 이륙 준비라 할 수 있고, 목회 기간을 비행의 시간으로 보고 은퇴를 착륙으로 볼 수 있다. 단지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의 마의 11분을 제외한 공중 비행 시에는 사고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목회 비행은 그렇지 않다. 목회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다 중요하다. 목회 비행은 이륙하고 착륙할 때까지의 모든 시간이 다 마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은퇴를 1년 여 남겨둔 우리는 착륙하기 직전, 그야말로 마의 8분 속에 있다. 물론 교회를 여러 번 옮긴 목사님들은 이륙과 비행과 착륙의 과정을 여러 번 겪었겠지만 내 남편 목사는 첫 번 이륙 후 37년 만에 맞는 처음이자 마지막 착륙지가 지금의 교회다. 그래서 그 감회가 더욱 새롭다.

긴 37년의 긴 비행을 마무리하는 착륙 직전에 있으니 잘 내려야 할 일만 남았다. 엊그제 힘든 3분의 마의 시간인 이륙을 한 것 같은데 벌써 착륙해야 한다니 지나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길었지만 짧았고, 짧았지만 길었다.

대다수의 목회자가 그렇듯이 내 남편 목사 역시 목회 시작 즉 이륙이 이런 저런 이유에서 그리 순탄하지마는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36년의 긴 비행을 하고 오늘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감사할 뿐이다. 그 비행이 순항일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위험한 순간이 있듯이 우리의 목회 비행에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순항하듯 평안하면 도리어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혹 우리가 모르는 무슨 시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이 목회 기간에 있던 일들을 글로 써 쌓아놓는다면 어쩌면 산만큼 높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마다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시던 주님이 계셨음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어느 덧 우리는 그러한 날들을 다 보내고 이제 착륙만을 남겨 두게 되었다.

이제 이 마의 8분은 지나온 36년보다 더 잘 보내야만 한다. 이륙을 아무리 잘하고 긴 비행을 무사하게 잘 했다하더라도 착륙 직전의 이 8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하나님의 더 큰 은혜가 필요하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기도를 부탁하게 된다. 이 시간을 잘 넘기지 못한다면 무사 비행이라 할 수 없듯이 이 마의 8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영예로운 은퇴가 되기도 하고, 불명예를 안고 은퇴할 수도 있다. 사탄 마귀는 택한 자까지 넘어뜨리려 하기에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을 간구한다.

내가 젊어서 가장 좋아하고 잘 부르던 찬송가 가사가 다시금 떠오른다.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 데 빛 되신 주 저 본향집을 향해 가는 길 비추소서. 내 가는 길 나 알지 못하나 한 걸음씩 늘 인도 하소서.”

그야말로 지금은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마의 8분 속이다.

장경애 kyung5566@hanmail.net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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