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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현장의 세례요한, 심창섭 교수와의 대담

기사승인 2020.09.11  13: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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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지도자들에게 한국교회 길을 묻는다(10)

사회: 최은수 교수/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 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대담: 심창섭 교수 / 고신대학교 신학사, 미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목회학 석사, 미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신학 석사, 남아공 University of Potchefstroom 박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사신학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역임, 현재 GMS 명예선교사, 국제개발대학원(GSID) 총장

   
▲ 심창섭 교수

최은수 교수: 한국의 세례 요한과 같이 지금도 여전히 광야에서 외치시는 교수님과 대담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교회 역사를 바르게 정립하는 소임을 다하시고 계시며, 지금은 그 지경을 오대양 육대주에 산재한 선교 현장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부산외대 교수로 있는 신재철 박사님이 심 교수님이 제기한 선교 현장의 문제들, 즉 난립화, 사유화, 영세화 등을 감명 깊게 재차 다루었습니다. 신재철 교수님이 개혁주의선교회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심 교수님의 분석이 실감나게 다가왔다고 하더군요. 사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님들은 존 네비우스 선교사님의 원리에 따라 전국을 각 선교회별로 분할하여 사역케 함으로써 쓸데없는 경쟁과 낭비를 최소화했지요. 저는 특히 미남장로교회의 선교 구역인 충청도 일부와 호남 지역에 관심 많아 자료도 확보하고 글도 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호남을 다섯 개의 스테이션으로 나누어 군산, 전주, 목포, 광주, 순천 등으로 나누어 체계적인 선교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각 스테이션에는 교회를 담당하는 목사 선교사, 학교를 책임지는 교육 선교사, 그리고 사람들의 영육을 돌보는 의료 선교사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삼각 편대가 동시에 출격함으로 복음 전파의 극대화를 이루었습니다. 심 교수님도 바라고 저도 소원하는 바는 지금이라도 선교 현장을 개혁적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선교 현장의 재산을 각 선교회의 법인 아래 두는 것입니다. 아울러 선교사님들의 처우 개선도 최선을 다해 개선해 나가야 할 줄 압니다. 심 교수님께서 선교 현장에까지 지경을 넓혀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를 내시니, 그 바른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2000대 들어 학교에서 쫓겨나다시피 ‘유배생활’을 하셨고, 우여곡절 끝에 복직하셔서 가르치시다가 은퇴에 즈음하여 일정 요건만 갖추면 주어지는 ‘명예교수’직도 부여받지 못하고 거부당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심 교수님은 부와 명예를 안겨 준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례 요한처럼 광야의 외치는 자로 소임을 다할 것이니 그래도 한국 교회에 작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찌되었든 교수님이 현재 은퇴 후에 제2의 사역을 펼치시고 계시더라도, 일단 현직에서 은퇴를 하셨으니 소회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아프리카 원주민과 함께

심창섭 교수: 회고해 보면 23년의 총신교수 생활은 온통 하나님의 은혜의 물결이 차고 넘칠 정도로 범람했어요. 교수로 임명된 것도 은혜였고, 재임용 탈락에도 살아남은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완주한 것이 나에게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어요. 한 가지 후회스런 것은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최은수 교수: 제가 교수님의 은퇴 예배와 관련된 기사를 교단지인 기독신문에서 보았습니다. 그 기사 말미에 댓글이 하나 달려 있습니다. 불도저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인데, ‘수고하셨습니다. 가르치심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썼어요. 저는 이런 제자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교수님이 강단에서 외치던 세례 요한과 같은 함성이 수 많은 후학들을 통해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고 봐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셔도 될 줄 압니다. 물론 가르침을 받았으나, 교만하여 타락한 사탄과 같이 그 편에 서서 교계와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후레자식들도 있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이 스승의 책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스승들은 세례 요한처럼 진리와 정의를 외치며 정도를 제시하면 역사적 책무는 다 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제 자식들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성경과 역사에 근거해서 가르치고 먹여 주고 입혀 주고 학교를 보내 주었으니, 그 이후로는 너희 책임이지 부모에게 절대로 원망이나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저는 만 18세 이후에 자식들이 부모와 신앙적이고 인격적인 관계를 원만하게 잘 하면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그런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면 더 이상의 물질적, 실제적 혜택은 기대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자유합니다. 왜냐하면 만 18세가 될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올바른 길을 성경과 역사에 근거해서 가르쳤거든요. 저는 자식들이 혹시 방황하더라도 꼭 제자리로 돌아오리라는 확신이 있고요. 교수님의 자녀들도 모두 미국에 있으니 저와 생각이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이제 다른 질문을 드려 볼게요. 교수님이 신학자로 교육자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이 무엇인지요?

심창섭 교수: 나의 교육철학은 저작을 많이 남기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많은 책을 저술할만한 능력도 없었구요. 사람은 저술을 통해 자신의 교육철학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좀 달랐어요. 좋은 책을 저술하는 것과 생활 철학이 다르면 곤란하거든요. 즉 삶이 없는 저작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지요. 나는 23년간 학생들에게 목회자로 어떤 정신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가르쳤어요. 지나고 보면 잘못 가르쳐서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지만. 부패한 인간을 바로 고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 선교사 재교육에 강의하는 심창섭 교수

최은수 교수: 한국 신학계의 어른이셨던 박윤선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신학교는 사람을 만드는 곳이 아니고 모든 면에서 성숙하게 준비된 목회자 후보생들을 신학적으로 훈련하는 곳이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아직까지 아니 앞으로는 더욱더 인격적으로 영적으로 잘 준비된 목회 후보생들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보여요. 각 신학교들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거든요. 미국 신학교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위기가 찾아와서 규모를 줄이고 통폐합을 하면서 생존 싸움을 치열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부패한 인간을 고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지요. 정말 사람은 쉽게 교정이 안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본 대담을 1호로 진행하셨던 김정훈 교수님이 에베소서 해설을 하시면서 옛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으라고 말씀을 대언하시는 데도, 징글맞은 인간들이 새 사람의 옷을 걸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 다음 질문을 드릴게요. 교수님이 칼빈과 자유주의파들의 논쟁을 연구하셨는데, 전공 분야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상황은 어떤지요?

심창섭 교수: 신학의 변화와 발전을 기본적으로 적대시하는 한국 보수 교단은 세계적인 추세에 별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없으니 반응이 또한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행히도 역사신학은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학문 분야이므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쉽지 않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신학의 패러다임은 슐라이마흐 이후로 세분화되고 발전된 신학의 분야들이 통전적인 학문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은수 교수: 보수주의자들의 반지성주의는 정말 통열히 반성하고 극복해야 할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66권으로 된 성경도 있고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교회의 유산들도 엄청난데 고작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판단하고 비판하며 심지어 마녀사냥도 모자라서 매장까지 시키는 악행들을 더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지만, 교수님도 총신대에서 재직 하는 동안 그런 희생양이 되어 학교에서 쫓겨 나셨었고, 기나긴 유배 생활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는 교수님의 험난했던 인생 여정을 보면서, 초대교회 당시 삼위일체 하나님 중 아들 하나님을 피조물이라고 주장했던 아리우스 지지파에 밀려서 여러 번 귀향살이를 했던 아다나시우스가 연상됩니다. 아다나시우스도 들개처럼 떠돌며 고난의 종으로 살았는데, 심 교수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른 신앙과 바른 신학을 추구하다가 그리되었으니 말입니다. 진리와 함께 온갖 고난을 몸소 겪으신 교수님의 입장에서 한국 신학계에 던지고 싶은 화두는 무엇인가요?

심창섭 교수: 한국 신학은 역사도 짧지만 교회의 성장만큼 신학이 성장하지 못했어요. 한국 신학계의 일부는 신학의 토착화를 추구하였어요. 다른 한편은 전통적인 서구신학을 추구하였지요. 둘 다 신통하지 못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신학을 제대로 연구할 기본 학습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본 학습은 신학적인 기본지식의 학습 결여가 아니라 학습 도구의 부족이었지요. 즉 영어, 불어, 독어는 물론이고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그리고 근동 지방의 고전어들을 전공 분야에 따라 제대로 학습한 학자가 많지 않아요. 학습 도구가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해외에서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한국 신학의 발전에 가장 큰 약점이죠.

최은수 교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유학할 때, 제 지도교수께서 고전학과에 개설된 라틴어 과목을 들으라고 했어요. 강의 초반에는 한국식 암기 교육이 빛을 발하여 퀴즈를 보면 1등도 했거든요. 그런데 강의 진도가 엄청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전 라틴어와 중세 라틴어, 더 나아가 라틴어로 회화를 하는 단계까지 가니까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곧 알게 된 사실은 그 강좌를 듣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라틴어를 들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때 저도 한국식 교육의 한계와 주입식 방법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립니다. 교수님이 판단하시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요?

심창섭 교수: 한국교회의 문제점이 많지만 세 가지로 꼬집어 표현하자면, 첫째는 지도자들의 정치화입니다. 정치화 속에서 교권이 난무하고 기독교의 윤리적인 삶이 결여된 것이지요. 둘째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성장 논리에 빠져 교회의 본질을 상실한 것입니다. 교회의 진정한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는 한국기독교가 말씀중심(이성)에서 이탈하여 성령중심(감성)으로 전락한 것이에요. 말씀과 성령이 병행하는 믿음의 회복이 요청됩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오래전에 신사도 운동의 지류 격인 미국식 가정 교회 운동에 대하여 최초로 신학적 연구를 한 일이 떠오르네요. 당시 미국 한인 교회, 한국 교회, 그리고 세계 곳곳의 한인 교회들과 선교지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미국식 가정 교회’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 글을 발표하고 나서 제기된 엄청난 반응들을 보면서 무진장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교수님도 신사도 운동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하셨잖습니까? 아울러 신사도 운동과 김기동의 귀신론, 시한부 종말론에 가까운 극단적인 세대주의 종말론까지 짬뽕이 된 선교단체 인터콥과 최바울 대표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신학적 메스를 대셨지요. 더군다나 교수님이 세계 곳곳의 선교 현장을 돌아보시면서 인터콥의 폐해를 직접 경험하시고 목도하셨으니 신학적 판단의 세기가 무시무시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요. 앞으로 계획 중인 과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심창섭 교수: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최선을 다해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봅니다.

최은수 교수: 교수님의 말씀은 짧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합니다. 후학들과 다음 세대에 주고 싶은 명언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심창섭 교수: 법계를 메고 벳세메스로 향하는 암소처럼 가라

최은수 교수: 정확히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명령으로 들립니다. 아울러 16세기 종교개혁사를 전공하신 전문가답게 가족 목회에도 심혈을 기울이시어 좋은 열매를 보시고계신 줄 압니다. 아드님은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월가에서 승승장구하는 직장인이고, 따님도 전문적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미국 의사와 만나 결혼하였고, 현재 사위가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으며, 외손주까지 보셨으니 참으로 복이 많으시네요. 앞으로도 노구를 이끌고 세계를 누비고 다니시며 세례 요한처럼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를 발하셔야 하니 영육 간에 강건하시어 매사에 승리하시기를 충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최은수 교수 webmaster@amennews.com

<저작권자 © 교회와신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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