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 /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
오래 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었다.
내 어머니 지구별 소풍 끝내는 날, 어머니 시신을 몸소 씻어 드리는 일이다. 염습 말이다. 별별 일이 다 있다고? 이유가 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핏덩이인 나를 씻어준 것은 내 어머니였다. 똥 기저귀도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갈아 주셨다. 손주들이 싸 놓은 똥조차 귀하고 아깝다며 맨 손으로 치우셨다. 보답하고 싶었다. 마지막 목욕은 제가 해 드리겠다고. 그때 내가 인상 찌푸리지 않고 비위 상해 헛구역질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내가 진짜 목사일 거라 여겼다.
이유는 또 있었다. 여성도 아닌 남자 손에 내 어머니 속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고인에 대한 존엄함을 끝까지 지켜드리고 싶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날을 준비도 하고 염습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놈의 코로나가 무 염습 장례를 가르쳐놓았다. 그러고 보니 이유도 모른 채 당연히 여겼던 장례 관행이 우스꽝스러웠다.
결국 내 마지막 소명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돌아가신 다음이 아니라 돌아가시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찾았다. 예수님이 세상을 떠날 것을 아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처럼 내 형제들과 함께 어머니 발을 씻겨 드리는 일이다. 일종의 임종의식인 셈이다.
바뀐 버킷리스트와 함께 일상에서 일도 하나 추가되었다.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된다
너거무이 기겁을 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기 와 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된다
-김선굉, 효자가 될라카머 전문.
알았다. 이렇게 쉽게 효도하는 방법이 있다니.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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