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좌 시
배려는 사랑이다
장마철이라면서
소강상태로 들어갔는지
습도가 높으며 무덥다
오늘은 예전에 갔던 미용실에 갔다
신앙이 좋은 사장님이
전도지를 맞추고 싶다 해서
소개를 시켜줄 겸
냉커피 봉지하고 얼음준비
체리하고
파리바게트에서 빵 사고
그렇게 갔는데
미용실 사장님이 약속 있다고
외출한다는 거야
우리집에 에어컨 틀어 시원함 뿌리치고
땀 흘리며 갔는데 ᆢ
이 정도 되면
언짢을 수 있지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
오히려 좋았다
그 사장님한테 누가
점심 사준다는 약속 있었다네
그 사장님이 행복하니까
나는 그냥 좋았어
다른 사람도 그분한테
잘해준다니까 다행이지
정말 착한 사람이거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는데
느끼는 게 있다
내게는 동생이 있는데
어느 효자보다도 잘한다
가끔 언급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고마우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당연히 받아
들이게 되고
어처구니없게도
서운할 때도 있더라니까
엄청난 모순이지
그런데
다른 이한테도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고맙게 받아들이다가
몇 년 지나면 익숙해지는 거야
그러다 조금 소흘해지면 언짢아하는 거
자신에게 내가 종속되었다는
환상을 갖고 감정을 전가받을 때
너무 어려웠다
그런 감정 피해를 고스란히 겪다가
감당할 수 없어 손절한 인연도 있다
그런데
미용실 사장님은 한결같다
자기의 선에서 최선을 다하려
애쓰는 거 보이고
주위 사람들 한테도 잘한다
내가 가져가는
간식거리나 빵종류를
주위에 있는 할머니들에게
친절하게 나눠준다
친해진 지 삼년이 넘었다
어느 정도 스며들 만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며칠 전에는 지인의 농장에서 단호박을
가져왔다며 나오라더니
단호박 네 개와 맛있는 된장을 사왔는지
전해준다
암만 봐도 내가 조금 더
산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애틋하게 뭐라도
주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감사하다
저런 사람한테는
뭘 어떻게 해야하지
따뜻한 고민이 되는 오늘이다
▲ 이원좌 / 동숭교회 권사, 종로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시가 왜 거기서 나와>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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