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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성폭력예방교육 받읍시다”

기사승인 2022.05.11  14: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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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움트다> 전수희 대표, 이하나 실장, 박지은 총무

<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훌륭하고 좋은 남성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에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분들의 인식과 의식 자체가 가부장적이거나 남성중심적인 것을 깨뜨리지 못하니 성인지감수성 훈련을 받자고 공손하게 부탁드립니다. 사회 고위공직자들도 성폭력예방교육을 1년에 한 번 반드시 받습니다. 그러니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인 목회자들은 성과 관련된 교육을 더욱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 왼쪽부터 전수희 대표, 이하나 실장, 박지은 총무

전수희 대표(<움트다>)가 한국교회에 꼭 전하고 싶다며 한 말이다.

이하나 실장 역시 “면접 볼 때 남성 사역자에게는 미혼일 경우 언제 결혼하실 거냐고만 묻고 끝나지만 여성 사역자에게는 임신과 출산 계획 있느냐고 묻는다”면서 “사생활에 대해서 지나치게 간여(干與)하는 너무 폭력적인 질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전 대표와 이 실장은 한국교회에서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회자의 성인지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 전수희 대표 

전수희 대표와 이하나 실장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동기다. 두 사람은 한국교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2019년 2월에 <움트다>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교회 여성 네트워크 커뮤니티’ <움트다>라는 명칭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 <움트다>로 바꿨고, 최종적으로 ‘여성들의 성장 플랫폼’ <움트다>로 정했다.

<움트다>는 한국교회에서 여성들에게 막혀 있는 ‘길을 트자’는 의미와 함께 ‘움’이 피난처라는 뜻도 있어서 ‘안식처가 되자’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교회의 젊은 여성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자 <움트다>의 전수희 대표, 이하나 실장, 박지은 총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움트다>를 설립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전수희 대표는 “우리 여성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동일한 사람인데, 우리 목소리가 한국교회에 전달되지 않고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의 존재가 인식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리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고 생각해 “같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동지들을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움트다>의 핵심 인원은 14명(목회자 10명, 평신도 4명)이며 워크숍을 진행할 때 30-40명 정도의 인원이 모이는데 목회자와 평신도의 비율이 보통 50대 50이라고 알렸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질문했다. 박지은 총무는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교회의 정책 결정 기구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경우가 적으며 여성들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이하나 실장 

이하나 실장은 “교회 안에서 고정된 성 역할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하며 “여성 성도들은 주로 식당 봉사, 꽃꽂이 봉사, 청소 봉사, 안내 봉사만 하게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주일 예배 대표기도나 여성 목회자가 설교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남편이 성공회 사제인 이 실장은 자신이 경험한 성공회의 양성평등 모습도 언급했다. 그는 “성공회에서는 교회위원회에 여성과 남성이 동수로 참여한다”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교회에 낼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수희 대표는 “한국교회가 성역할고정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문제점을 인식하지도 못하니 개선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인지감수성을 조사했을 때 60대와 70대 권사님들은 교회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사회에서 여성이 차별받던 시대에 교회에서는 교사, 집사, 권사, 여전도회장도 하면서 많은 역할을 감당했기에 교회는 사회보다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한 인식에 세대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수희 대표는 “최소한의 여성할당제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하나 실장은 “여성대표, 청년대표. 장애인 대표나 심지어 어린이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이 시대에 맞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박지은 총무는 “남녀 비율을 강제해야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되고, 그러면 변화가 시작되고 인식의 개선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박지은 총무 

노회나 총회에서 <움트다>를 통해 전달되거나 대변된 목소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만약 없다면 교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전달하기 위해서 <움트다>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전수희 대표는 “아무도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달할 창구가 없었다”면서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움트다> 유튜브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인터뷰와 대담을 통해서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움트다>는 서로 지지·응원하는 자매애를 바탕으로 한 ‘안전한 공간, 느슨한 연대’를 표방하고 있다. 박지은 총무는 “매번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신청서에 여기서 나온 이야기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시작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함을 느끼며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호칭에 대해 고민했던 전수희 대표는 “누군가를 목사님, 전도사님, 권사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위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의미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움’으로 명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움’이라는 명칭 사용으로 평등한 관계가 유지되며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 한다든지, 개조시키려 한다는 생각 없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알렸다.

현재 <움트다>에 남성의 참여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하나 실장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남성의 참여로 여성이 위축되는 경향이 발생하곤 한다”고 지적하며 “이야기 나누는 장소에 남성이 들어오는 순간 안전한 공간이 깨진다는 판단으로 아직까지 남성의 모임 참여는 닫아놓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성장 플랫폼’ <움트다>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을까? 박지은 총무는 ‘오픈 움트다’, ‘책트다’, ‘배움트다’ 세 가지를 언급하며 각 프로그램에 대해서 부연 설명했다.

‘오픈 움트다’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매 달마다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데, 3월에는 ‘채식주의’, 4월에는 ‘여자들의 사회’가 주제였다. 박 총무는 “4월 ‘오픈 움트다’에서는 여성들의 공동체성과 특성, 어떤 사회를 경험하고 살아가며 어떤 사회를 경험하고 싶나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면서 ‘오픈 움트다’가 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책트다’는 여성주의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정해서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정해진 책을 읽고 와도 되고, 안 읽고 와도 된다는 점에서 무척 자유로운 책모임이다. 지난 번에는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미켈라 무르지아 저, 최정윤 역, 비전코리아, 2022)를 읽으며 여성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무례한 말들이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두고 토론했다. 전 대표는 “책을 안 읽었던 분들은 나중에 책이 좋으니 읽어야겠다고 말하고, 읽은 분들은 ‘책트다’를 통해 다양한 소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5월 책으로는 <해방자 신데렐라>(리베카 솔닛 저, 홍한별 역, 반비, 2021)가 정해졌다.

‘배움트다’는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 진행하는 ‘온라인 원데이 클래스’(online one-day class)이다. 일상에서부터 신학까지 섭렵하는 ‘5인 5색 강의’를 계획 중이다. 쓸모 있는 배움, 즐거운 배움이 목표다. 전 대표는 “전문성을 가진 강사들이 자신의 전문적 분야를 강의하고 참여자와 강의자가 함께 소통하며 서로 배우려는 시간이다”라고 알리며 “그동안 교회는 일방적인 교육을 진행했는데, 그런 일방성에서부터 벗어나 함께·서로 배우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고 알렸다. 이하나 실장은 “참가신청을 받는데,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며, 심지어 모녀 참가자도 있다”고 밝혔다.

전수희 대표는 <움트다>의 목표와 기대를 다음과 같은 말로 전했다.

“여성들에게 주일예배 대표기도와 설교 등 실질적인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가 눈을 크게 뜨고 여성들을 지켜봐 주면 좋겠습니다.”

이신성 기자 shinsunglee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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