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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복수 괜찮은가?

기사승인 2023.01.10  13: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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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더 글로리> 학교폭력의 심각성 다뤄

<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사적 복수를 금지하고 있는 법치 국가가 우리나라다. 국가만이 사법적으로 죄인을 처벌할 수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국가가 제대로 사법적 정의를 행하지 않을 때 피해자 개인은 가해자를 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

   
▲ <더 글로리> 포스터

드라마의 구도는 아주 명확하다. 연진, 재준, 사라, 혜정과 명오를 한 쪽에 두고 동은, 현남과 여정이 다른 한쪽에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악과 선이 명확하다. 다만 동은의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사람으로 연진의 남편 도영을 내세운다. 그래서 도영이 동은의 편을 들지, 아내 연진의 악행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더 글로리>는 지난 12월 30일 공개된 이후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월 9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총 14편의 OTT 작품의 화제성 중 73.5%였으며, TV프로그램 19편과 함께 통합으로 조사한 ‘TV-OTT 통합 화제성’ 조사에서도 점유율 43.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전에도 복수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다. 드라마로는 법적으로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복수를 대행하는 <모범택시>, 부패하고 불의한 권력자를 응징하기 위해서 이탈리아 마피아까지 등장시켰던 <빈센조>, 초능력자들이 등장하여 악귀를 잡는 <경이로운 소문>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박찬욱의 복수 3부작(The Vengeance Trilogy)으로 알려진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가 유명하다. 일단 세 영화 모두 복수를 위해서 납치를 한다는 내용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복수에 실패하거나 성공하기도 하고, 복수를 남의 손에 맡기는 모습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복수를 다룬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면 사법적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 사적 복수를 하고 싶은 분노와 욕망이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더 글로리>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복수에 대한 ‘공감’이다. 주인공이 복수하려는 것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나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감정이입을 만들어낸다.

문동은(아역 정지소, 성인역 송혜교)은 고등학교 때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자기들 대신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거절하면 따귀도 때렸다.

학교폭력을 당한 동은이는 경찰서에 신고한다. 하지만 가해자의 엄마와 경찰서장이 중학교 동창이었다. 결국 가해자들은 모두 훈방 조치됐다. 경찰서에 신고했기 때문에 동은에 대한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가해자들은 고데기로 팔을 지지기도 하고, 명치를 힘껏 때리기도 했고, 소리를 치면 시끄럽다고 남자아이가 강제로 입맞춤도 했다. 비오는 날 비를 맞게 해 몸매가 드러나는 것을 감상하기도 했다. 집까지 찾아가 동은이가 애지중지하던 돼지저금통의 돈을 가지겠다고 협박하며 핸드폰 음악에 춤을 추라고도 강요했다. 다리미로 발을 지지기도 했다. 그래서 동은이의 몸은 온통 멍투성이와 화상투성이다.
 

사회적 약자 VS 강자

동은이는 가해자들에게 물었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거야?” 박연진(아역 신예은, 성인역 임지연)은 “니들은 왜 자꾸 묻냐? 난 이래도 아무 일이 없고, 넌 그래도 아무일이 없으니까”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아무도 널 보호하지 않는다. 경찰도, 학교도, 니 부모도. 그걸 다섯 글자로 하면 ‘사회적 약자’다”라고 알려준다.

그들은 동은이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힘이 없기 때문에 괴롭힌 것이다. 이 말은 반대로 그들이 사회적 강자라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폭력은 권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회적 강자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돈도 많고 권력도 있다. 그래서 그 힘을 가지고 사람을 부릴 수도 있다. 동은이를 괴롭힌 가해자들의 신상을 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재준은 유명 골프장 아들이다. 박연진은 돈도 많고 경찰 빽도 있는 엄마가 있다. 이사라는 목사 딸이다. 이 셋은 소위 그 지역 유지의 자녀들이다. 그래서 잘못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손발 노릇을 하는 조명오와 최혜정도 부린다.

경찰서에 신고해도, 학교에 학교폭력을 알려도 동은이만 더 피해를 봤다. 결국 동은이는 학교폭력 때문에 자퇴서를 낸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가해자 부모들과 동은이의 어머니에게 돈을 주고 ‘부적응’이라는 사유로 자퇴한 것으로 만든다. 동은의 엄마는 동은이가 살던 월세방까지 빼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문동은은 싸이월드에서 가해자들의 꿈을 발견했다. 자신을 가장 악랄하게 괴롭혔던 박연진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어느 날 동은이가 학교 체육관에서 놀고 있던 가해자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박연진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우리 꼭 또 보자. 박연진.”

공장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동은은 2006년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2009년에 원하던 교육대학교에 입학한다. 2012년, 동은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해자들의 일상 생활을 확인한다. 무엇보다 박연진은 기상캐시터가 됐고 건설사 대표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됐다. 문동은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바로 박연진의 딸과 만나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 체육관에서 동은이에게 고데기 열체크를 한다면서 화상을 입히는 장면


폭력의 공간 : 학교, 병원, 가정

드라마는 동은의 고등학교 시절, 공장 시절, 대학 시절, 그리고 교사 시절로 나누어 학교폭력 피해자의 모습과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학 시절과 교사 시절에 동은이 만나는 중요한 인물이 두 명 있다.

빈혈과 영양실조로 쓰러진 동은이는 응급실로 실려간다. 거기서 여정과 만난다. 여정의 아버지는 병원장이었는데 환자에게 살해당했다. 여정은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는 의사다.

동은은 정보를 얻기 위해 연진의 집의 쓰레기를 뒤지기도 했는데, 그 집 가정부였던 현남에게 발각된다. 그런데 현남은 자신이 동은이를 도와주는 대신 남편을 죽여달라고 요구했다.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라마는 동은과 여정, 현남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곳 세 공간을 보여준다. 학교, 병원, 가정이다. 학교는 힘이 없는 대상을 괴롭히는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이다. 병원은 자신을 치료한 의료진에게 폭력을 행하는 곳이다. 가정은 가족이 편안하게 쉬어야 할 공간이지만 오히려 남들이 모르는 심각한 폭력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공간이다. 이 세 공간에서 폭력이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발하며 경고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안전한 학교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로 학생들 앞에서 문동은은 “앞으로 이 교실에서 세 가지는 아무 힘이 없을거야. 더 좋은 옷,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를 괴롭히지 말 것!”이라고 인사하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처와 목적을 드러낸다.

동은이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은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좋은 집에 산다는 이유로 옷도 없고, 차도 없고 집도 없는 친구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더 좋은 것을 가진 자가 그러지 못한 친구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학교폭력을 겪었던 동은은 자신의 공간에서는 그러한 힘이 작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학생들의 안전과 미래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이다. 무엇보다 학교만큼은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성경에서는

성경에서는 복수에 대해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똑같이 갚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동해보복법’(lex talionis)이라고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출 21.22-25; 레 24.19-21; 신 19.15-21)이라는 격언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법을 보면 사적 복수를 성경이 허용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받은 피해를 넘어서는 처벌을 금지시켰다는 점에서 복수의 한계를 명확하게 한정한 법이다.

둘째, 받은 피해보다 훨씬 강한 폭력으로 가해하는 것이다. 성폭행당한 여동생의 복수로 야곱의 아들들, 레위와 시므온은 세겜의 남자들을 다 죽여버린 전례가 있다(창 34장). 사람은 누구나 받은 것보다 더 갚아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게 정의롭고 진짜 복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복수를 포기하고 하나님에게 맡기라는 가르침이다. 성경은 복수는 하나님이 하신다(신 32장, 삼하 24장 등)고 알려준다. 사적 복수를 금지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것은 재판장이신 하나님의 공평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동은이는 “신은 있는 게 아니라 있는 척한다”고 말하는 점에서 하나님의 복수를 믿지 않는다. 이와 함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은 너무 페어플레이 같다”고 말하는데, 이런 점에서 그에겐 하나의 선택지만 남는다. 시즌2에서 동은이가 과도한 복수를 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크리스천에게는 하나님의 복수와 보복이 희망이고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에게는 그러한 희망과 위로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개인의 복수를 꿈꾼다. 신적 복수가 없으니 사적 복수를 원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동은이는 바로 그 점을 대변한다. 동은이는 “종교가 없는 게 좋은 이유는 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지옥”이라고 말한다. 이왕 지옥에 갈 거라면 복수하는 것만이 그에게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수를 꿈꾸면서 동은의 얼굴에 웃음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은이가 복수를 위해 이사한 곳은 ‘에덴빌라’이다. 복수를 꿈꾸고 행하는 그곳이 동은에게는 낙원이었던 것이다. 이 빌라 이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쉴 곳이 없던 그에게 복수만이 그를 기쁘게 하고 숨을 쉬게 만든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 발표된 시즌 1에서는 복수 준비를 다루고, 시즌 2에서는 실제적인 복수가 그려질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사적 복수를 꿈꾸게 하고 실행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심지어 크리스천 중에서도 성경에서 레위와 시므온 혹은 압살롬의 복수 이야기에 심취해 오늘날에도 복수는 가능하고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성경은 한편으로는 과도한 복수를 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께 복수를 맡기라고 가르친다는 점도 일깨워주어야 한다.

처벌과 복수는 하나님이 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믿음이다. 그러한 믿음만이 우리로 하여금 복수의 꿈을 내려놓게 만든다. 그런데 현실은 하나님은 없으며 복수는 내 힘으로 해야 한다며 사적 복수를 부추긴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사적 복수를 통한 영광을 추구하는 세상을 묘사한다. 이런 세상 가운데서 교회는 어떤 것 이 영광스러운 삶이라고 보여줄 수 있을까? 

이신성 기자 shinsunglee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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