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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행가래] ‘사랑초’가 주는 이야기

기사승인 2019.01.21  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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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대장암 4기로 암투병을 하고 있는 제매(남동생과 여동생을 아울러서 이르는 말)가 사진에 푹 빠지더니 찍어 보내온 꽃 사진이다. 꽃잎이 하트모양을 닮아서 사랑초라 불리는 옥살리스 마르티아나다. 무려 그 종류가 무려 10가지가 넘는다. 해뜨기 전에는 꽃잎을 오무리고 있다가 햇빛을 받기 시작하면서 활짝 핀다고 한다. 덧붙여 온 꽃말이 가슴을 더 저리게 한다.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게요’
생명의 사투를 벌이는 그에게는 꽃말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게다.

꽃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누구에게 보이려고 모진 겨울 이겨내고 저리도 아름답게 피어났을까? 꽃들의 저 힘찬 헹가래를 보며 꽃들을 죄다 헹가래치고 싶은 아침,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저 메시지를 붙잡고 피어난 사랑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 방울이 툭 떨어진다.

아침 신문을 펼쳐드니 10전11기의 암 투병기가 실렸다. 공주대 체육학과 명예교수 박찬홍(75)씨 이야기다. 지금까지 받은 항암제 치료가 100차례에 가깝다. 고농도 방사선 치료도 수개월 받았다. 그 사이 한때 80㎏ 중반이던 몸무게가 41㎏로 줄었다. 박 씨는 설사와 온종일 씨름해야 한다.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해서 대변을 응어리지게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 절반을 화장실에서 지낸단다. 외출할 때는 몇 시간 전부터 굶는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지칠 법도 하고 포기할 법도 하지만, 그는 암이 등장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 비결이 다른 게 아니다. ‘나을 수 있다는 확신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한다’며 ‘하루에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생활이지만 어차피 인생은 병과 싸우는 삶이라는 낙천적인 생각을 가진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주먹을 뻗으며 다짐하는 말은 이것이다. ‘너 여기서 쓰러질 거야? 그럴 순 없지, 일어서야지’

   
 

웰리이빙 스쿨을 진행할 때 마다 보여주는 작은 영상이 하나 있다. 로봇다리로 3870미터의 로키산맥을 오르고 10km의 마라톤을 완주한 세진군의 이야기다. 세진이를 입양한 엄마는 세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걷는 것, 중요하지 않아. 걷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해.”

다들 그 메시지에 눈물을 훔친다.
내 제매의 꽃 기행은 끝이 없다. ‘기쁜 소식’의 꽃말을 지닌 봄까치꽃(큰개부랄풀)을 찾아 울산 태화강변을 찾고 ‘영원한 행복’을 찾아 홍릉 수목원을 달려가기도 한다. 거기 복수초(福壽草)가 자신을 반긴단다. 어떤 날은 양재동 꽃시장에서 발견한 함소화(含笑花)를 카메라에 담아 보내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도 꽃은 환한 웃음을 담고 있다.

사진 찍기만이 아니다. 꽃말을 스스로도 붙인다고 한다.
진주목걸이로 불리는 루비엔네크리스에게는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라고 불러주고 노란색의 카틀레아에게는 ‘댄싱하는 아내’라고도 한다. 새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놀라움을 의미하는 노란색과 열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빨강색이 어우러져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태가 춤추는 여성의 치마 자락 같다나? 내 눈에는 그 꽃이 그 꽃만 같아 보이는데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다. 그러고 보니 그 꽃이 영락없이 내 누이를 닮은 것도 같다.

카메라에 담아 보내오는 봄꽃들을 보며 세진이의 함박웃음을 본다. 박찬홍교수의 총기 있는 눈망울을 본다. 아니 내 제매의 삶에 불타는 의지를 본다. 그러고 보니 지천에 깔려있는 봄꽃들은 나를 응원하는 하나님의 ‘헹가래’만 같다. 꽃이 웃으며 말한다.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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