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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회 총회를 회고하며

기사승인 2024.10.04  09: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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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사진= 박무종

박상기 목사 / 시인. 수필가. 전 광나루문인회 회장. 전 한국목양문학 회장. 전 장신 목사합창단장. 빛내리교회 담임목사 

 

   
 

다른 분들은 모르겠다. 필자는 총회가 가까워져 올수록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부총회장으로 출마하신 3명의 후보 각각에서 실시간으로 발송되는 지지 호소 문자, 그리고 총회에 상정된 민감한 헌의 안들, 그런가 하면 불합리한 재판국의 판결에 대한 탄원문, 신학교 총장에 대한 결의, 또는 부결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호소문 등을 통해 금번 총회가 얼마나 치열하게 진행될 것인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8회기 내내 교단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위상을 크게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교계와 세상에 상처와 조롱거리가 되었던 소위 전 총회장 불륜 의혹은 안타까움을 넘어 괴로움을 주었다. 하여 109회 총회는 아무리 순탄하고 평안한 총회로 마무리 되더라도 두들겨 맞고 피를 흘리고 있는 교계와, 그렇지 않아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을 방기한 채 덮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에서 기도하며 총회를 기다렸다. 우리 교단이 저지른 수치스러운 일에 책임 있는 자세로 하나님과 교계와 세상 앞에 납작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는 바람이 컸기에 선지자적 결기가 필요했고, 총회에 임하는 마음은 남달랐다.
 

이미 진부해졌지만 잠시 소환해 보면 이 같은 리스크로 인해 교단은 총회 장소를 선정하는 일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수도권에 있는 대형교회가 소위 부도덕한 총회장이 강단에 서고, 이 일로 인해 교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에 1,581명의 교단 내 목사님들이 서명 입장문을 내고, 각종 단체와 선후배들의 성명서가 들끓었음에도 교단은 묵묵부답이었으며, 대외적인 공적 사과나 입장문 하나 없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적반하장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교단 권력의 오만함을 보였다. 그런 데다 당사자는 세상 법에 언론인들 몇몇을 고소하며 겁박했을 뿐 아니라 40일 금식기도까지 하셨다는 분이, 자숙하기는커녕 굳이 총회 개회를 선언해야겠다며 총회 장소에 나온다는 소식은 교단 임원과 총대들을 더 큰 충격에 빠뜨렸고 이에 대한 성토가 쇄도하였다.
 

총회가 열리는 시간 예배를 드리고 개회 시점에서 전 총회장이 단상에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내려가!”라는 고성과 함께, 몇몇 분들이 강단에 올라가 의장석에 서지 못하도록 적극 재제했지만 결국 짤막한 사과와 부총회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멘트와 함께 고퇴를 두드린 후 성급히 하단했다. 이후 권한을 위임받은 부총회장도 개회 선언을 하지 않은 체 회의를 진행 시켜서, 엄밀히 말하면 개회 선언 없는 총회가 열리게 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후, 예상되었던 총회보이콧이나 격렬한 몸싸움 없이 절차를 따라 비교적 순조롭게 안건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교단을 향한 하나님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번 109회 총회는 이미 드러난 대로 교단의 뿌리 깊은 금권과 불순한 권력 뒷배의 숨은 의도와 목적이 짙었던 몇 가지 법안들이 부결 처리됨으로써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지엄하신 뜻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중 ‘세습 금지법 삭제건’, ‘재판국 임기 보장 개정건’, ‘별정직 정년 관련 개정건’, ‘임원 선거 조례 개정안’ 등이 부결 처리되면서 교단 내에 깊이 뿌리내린 부정한 권력의 배후가 들통났을 뿐 아니라 이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통쾌한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우리 교단을 통제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대목이었으며 금번 총회의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필자는 헌법 정치 28조 6항을 삭제하자는 헌의가 헌법위원회를 통해 상정되었다는 것에 주목하며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미력하나마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기도하며 아래와 같은 공개 발언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총대 여러분!

본 회원은 헌법위원회 삭제 헌의 소식을 듣고 참 안타깝고 무거웠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이 법은 11년 전. 98회 총회에서 1,033명 중 870명, 84퍼센트 찬성으로 적법하게 만들어진 법입니다. 현재 이 법을 어긴 교회는 명성교회 단 한 교회밖에는 없습니다. 찢기고 상처를 입었지만, 이 법은 지금까지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이 폐지되거나 삭제된다면 교회 사유화는 봇물 터지듯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교회를 세웠다고 실망해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런 교회를 누가 오려고 하겠습니까?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 세상만 떠들썩하게 하더니 대형 교회 하나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버린다는 세상의 비판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십니까?

전 헌법 위원장님들은 누구보다도 우리 교단의 법 정신과 법치의 중요성을 아실 텐데 역사로부터 어떤 심판을 받으려고 그런 무서운 결정을 도모하셨습니까?

만약 금번 총회가 시대를 역행하는 이 법을 폐기하게 된다면 교단은 이 법에서 자유로워질진 모르나 교단의 법치는 무너지게 될 것이고, 교회는 세상으로부터는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

교회의 전도 길은 막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본 회원은 총회 헌법 정치 제28조 6항을 보완하여 존속 시행할 것을 강력하게 동의합니다.”
 

필자가 이처럼 일관되게 세습 방지법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하나 마나 할 만큼 상식적이지만 교회는 세상을 구원하려고 주님의 핏 값으로 세워진 거룩한 공적 기관이며 주님이 주인 되시는 공적 공동체라는 성경적 확신 때문이다. 그런데 연간 400억 원 이상의 헌금이 걷히는 초대형교회가 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여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을 세상은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세상의 기준과 상식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일을 교회가 저질렀고, 교단이 법을 가지고도 방기(放棄)해버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드릴 수 있겠냐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공 교단이 엄연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법을 유독 명성교회에만 적용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다가 104회 총회에서 결국 ‘법을 잠재(潛在)한다’는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을 동원하여 ‘교회 세습 수습안’을 만들어 명성교회만은 예외로 하자고 결의해 버렸다. 이 수습안이 통과 된 후 교단은 돈과 권력 앞에 꼼짝 못 하는 교단으로 각인 되고 말았다. 급기야 몇몇 노회에서 그럴 바엔 아예 28조 6항을 삭제, 폐기해 버리자는 헌의 안이 상정되었고, 금번 총회에서는 전 헌법위원장 출신 9명이 서명하여 삭제에 대한 당위성을 담은 담화문이 이미 총대들에게 배포된 후 헌법위원회를 통해 대회에 발의 되는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한 교회에 교단의 헌법이 작동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에 교회는 헐렁해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가 하면, 각자도생하는 행태와 법과 현실을 교묘하게 타협하며 회색지대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법은 입법에 대한 취지와 목적에 따라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게 공의며 상식이다. 그리고 교단은 이 같은 준법정신의 본을 보였어야 마땅했다. 다행히 370:661로 부결 처리되어 위 발언이 필요 없게 되었지만 찬성한 370명에 대한 불씨가 여전히 잔재하고 있어, 또 다시 어떤 형태로 이 법을 흔들려 할지 모르기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세습 문제와 교단 헌법을 지켜내는 일은 어쩌면 교회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따라서 누구든 중간 지대에서 눈치를 살피며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비겁한 일이며, 누군가가 피 흘려 차려놓은 밥상에 은근슬쩍 숟가락만 올리는 간신들은 없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필자는 108회 내내 우리 교단의 발목을 잡고, 교단과 교계, 그리고 사회에 깊은 상처를 주었던 전 총회장의 도덕성 문제에 대하여 교단이 공적으로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컸었다. 절대로 109회 총회만큼은 ‘어려웠지만 선방했다’는 우리만의 리그로 무책임하게 마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떡하든 교단이 저지른 죄과에 대한 공적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선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렸다.
 

누군가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필자라도 나서야 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발언을 준비했다. 폐회 시점이 다가오고 아무도 발언자가 없을 때 필자가 발언대에 섰다. 폐회에 대한 동의와 제청까지 받아 놓은 상태에서 총대들의 마음은 이미 떠 있었지만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으로 발언을 요청했지만, 총회장이 필자를 빤히 바라보고도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아서 중앙 발언대로 자리를 옮겨 폐회 직전에 겨우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출처= 109회 총회 중계화면 캡처


사실 총회 전에 필자는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었고, 총회장이 회의장에 나오든 안 나오든 금번 총회에서는 반드시 교단의 공적 사과와 이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총회를 폐회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래와 같은 발언을 준비했었다.
 

“존경하는 총회장님 그리고 총대 여러분!

언제부터 우리 교단이 이처럼 무례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한 총회가 됐습니까?

지난 108회기 내내 소위 총회장님에 대한 도덕성 리스크로 우리 교단이 받은 상처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총회는 단지 하나의 행정기관이 아닙니다. 교단 내 9,500 교회와 25,000 교역자들, 23만여 명의 교인 연합체입니다. 지금 교계와 세상은 우리교단을 아주 저급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해 우리교단 교인 9만 4,700명이 감소한 것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간 1,581명의 목사가 연대하여 입장문을 냈습니다. 지금도 각계 각 단체에서 성명서와 입장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총회는 사과는커녕, 이렇다 할 입장이나 해명 한마디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교단 내 교회와 교역자들을 무시해도 되 이렇게 횡포해도 되는 겁니까?
 

본회원은 발의합니다.

사무총장은 지금까지의 경위를 소상하게 밝혀주시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교계와 사회 앞에 정중하게 사과를 표해주시기를 동의합니다. 또한 전 총회장의 직전, 증경 총회장으로서의 권한을 제한해 주실 것을 동의합니다.”
 

총회장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서는 아래와 같은 발언을 준비했다.
 

“본 회원은 현 총회장께서 회의장에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자신으로 인해 어질러진 상황을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교단은 위상을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추하고 더럽혀져 있습니다. 이 같은 ‘교단 리스크’ 중심에 다름 아닌 총회장이 계십니다. 꼭 결정적 증거가 나와야 합니까? 이미 공개된 것만으로 공인이며, 성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본인은 증거를 대라며 세상 법 뒤에 숨고, 든든한 뒷배, 혹은 관계자들은 비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금식기도로 철저히 회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공인이기 때문입니다. 교단의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총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 교단이 이렇게 총대와 교회를 무시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간 1,581명의 목사님들이 총회장님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교단 내외의 단체들의 성명서가 발표됐습니다. 그런데도 총회는 이렇다 할 공식적인 입장 한 마디가 없었습니다. 처벌은 두렵고, 천벌은 두렵지 않으신 것입니까? 총회로 모인 이 자리에서 전 현직 총회장님들과 임원들 모두 나와서 교계와 사회 앞에 정중하게 공적으로 사과해 주실 것을 동의합니다.”
 

이어서 여러 총대들이 한목소리로 발언하셨고, 총회장은 짤막했지만 공적으로 사과를 표하셨고, 5가지 대책을 공적으로 선포하고 결의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셨다.
 

총회 현장에서 하나님은 교회와 교단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불완전한 인간이 갈팡질팡 헝클고 어질러 놓은 역사를 온전하심으로 질서를 잡으시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이 되게 하심도 경험할 수 있었다. 현 총회장님은 지혜와 덕을 겸비하신 분이다. 어질러진 총회를 법과 규칙에 따라 질서를 바로잡고 총회 주제대로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부흥하는 교회’와 교단으로 이끌어 가실 것을 기대하며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한다. 교회와 교단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다시 고백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잠16:9, 19:2)

 

박상기 목사 webmaster@am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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